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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은 ‘NO’ 한화는 ‘OK’… 재계 “금감원 기준이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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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에어로)가 발표한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자, 앞서 금감원의 제동으로 사업 구조 개편이 무산된 다른 기업과의 차이가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자금 조달이나 사업 개편의 목적이 사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을 위한 것이 명확한가에 따라 금융당국의 평가가 갈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기업 경영 활동에 대한 금융당국의 평가 기준이 일관되지 않아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조선비즈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가 25일 경기 성남시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5년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25일 경기 성남시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유상증자 계획과 관련해 “유상증자가 (자금 마련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차입 방식도 고민했으나 회사 부채비율이 높아지면 글로벌 방산 입찰 경쟁에서 불리해지는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한화에어로는 지난 20일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 상장사가 추진한 유상증자 중 역대 최대 규모다. 한화에어로는 국내외 방산·조선해양·우주항공 분야에 전략적 투자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에어로는 유상증자 발표 1주일 전 1조3000억원을 들여 한화에너지, 한화임팩트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을 매입했다. 한화에너지는 김승현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김동관·김동원·김동선)이 지분 100%를 가진 회사로, 한화에너지는 수천억원을 확보했다. 한화에어로 주주는 한화에어로가 굳이 한화오션 지분을 취득할 이유가 없는데, 1조3000억원을 들여 총수 일가 회사가 가진 지분을 매입하고 투자에 필요한 돈은 주주로부터 마련한다고 비판한다.

한화에어로가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당일 이복현 원장은 “경제 전체에 활력이 떨어져 있는 가운데, 불확실성 속에서 기업이 투자 결정을 한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한화에어로를 중점심사 대상으로 지정해 심사역량을 최대로 투입해 신속하게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이 심사하기도 전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은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왔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SDI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처럼 유상증자의 목적이 분명하다고 판단될 경우 (유상증자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금감원이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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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분당의 두산에너빌리티 본사 사옥.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금감원은 지난해 상장사 20여곳의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정정 신고서 제출을 요구하며 제동을 걸었다. 고려아연 등 3개 기업은 금감원의 압박에 결국 유상증자 계획을 접었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떼어내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편입하는 사업 구조 개편안을 두 차례 철회한 후 추진을 중단한 상태다. 당초 두산그룹은 지난해 7월 건설장비 기업 두산밥캣을 모기업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분할해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편입한 후 두산로보틱스와 합병시켜 상장폐지할 계획이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자력 발전소 등 클린에너지 사업에 집중하고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는 통합을 통해 건설장비 무인화·로봇화에서 시너지를 내게 한다는 구상이었다.

두산의 사업 구조 개편에 주주가 반발하자 금감원은 합병 관련 증권신고서에 구조 개편의 배경과 효과, 의사 결정 과정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보완하라며 정정을 요구했다. 당시 이복현 원장은 “여전히 지배주주의 이익만을 우선시하는 기업 경영 사례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하며 두산그룹 사업 개편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결국 두산그룹은 주주와 금감원의 압박으로 분할·합병안을 철회했다. 이후 두산밥캣의 가치를 전보다 더 높게 매겨 합병 비율을 재산정하고 당분간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와 합병시키지 않는다는 방향으로 2차 사업 개편안을 내놨으나, 지난해 12월 주가 급락 여파로 또 철회했다.

반도체 기판 제조사 이수페타시스는 지난해 11월 이차전지 소재 기업 제이오 인수와 시설 투자 목적으로 5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했다가 제동이 걸렸다. 기존 사업과 관련이 없는 신사업 추진에 주주 돈을 쓴다는 반발이 일었다. 이수페타시스는 금감원의 거듭된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에 제이오 인수를 포기하고 유상증자는 규모를 축소해 진행하기로 했다.

일각에선 상장사의 자금 조달이나 분할·합병 등 경영 계획에 대한 금감원의 심사나 평가가 자의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자본시장법은 증권신고서의 중요 사항이 거짓으로 기재되거나, 중요 사항이 기재되지 않거나 불분명한 경우 금감원이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회사에 정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증권신고서는 금감원이 수리해야만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상장사가 금감원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금감원은 지난달 유상증자 중점심사 제도를 도입해 일반주주 권익 훼손 여부, 재무상황 등 7개 기준에 따라 유상증자의 당위성과 의사 결정 과정 등을 심사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두산, 한화 등)개별 기업의 심사 과정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기업 규모와 시장 영향 등을 고려해 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남희 기자(kn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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