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에 의해 끌려가는 팔레스타인 감독 함단 발랄./AP연합뉴스 |
올해 오스카 수상작인 ‘노 아더 랜드’(No Other Land)의 팔레스타인 감독 함단 발랄이 24일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 정착민들에게 폭행당하고 이스라엘군에게 체포되는 일이 발생했다.
AP통신,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발랄이 거주하고 있는 서안지구 수시아의 자택에 열댓 명의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몰려와 공격을 가했다. 이들 중 일부는 복면을 쓰거나 총을 들고 있었다고 한다. 이 무리는 발랄의 집과 차에 돌을 던졌고 발랄을 폭행했다.
‘노 아더 랜드’의 제작자 유발 아브라함은 소셜미디어에 “폭행당한 발랄은 머리와 복부에 피를 흘리는 부상을 입었다”며 “이후 구급차를 불렀으나 이스라엘군이 난입해 그를 끌고 갔다”고 주장했다. 인근에 있던 이스라엘군은 소식을 듣고 찾아온 팔레스타인들을 총으로 위협했다고 한다. 이후 발랄의 행방은 알려지지 않았다.
올해 오스카 장편 다큐멘터리상 수상작 '노 아더 랜드'의 공동 감독 함단 발랄./로이터 연합뉴스 |
발랄은 서안 지구의 팔레스타인인을 기록한 다큐 ‘노 아더 랜드’를 공동 연출해 이달 초 미국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그는 이 작품에서 이스라엘 정착민들로부터 폭력과 추방 위협에 시달렸던 경험을 풀어냈다.
‘노 아더 랜드’를 공동 연출한 바셀 아드라는 AP에 “오스카상을 받은 이후 이스라엘 정착민들로부터 매일 공격을 받고 있다”며 “아마 우리가 만든 영화에 대한 복수일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 측은 발랄이 이스라엘군에게 돌을 던져 체포한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팔레스타인인과 이스라엘 정착민 사이에 격렬한 충돌이 있었고, 이들을 해산시키려고 현장에 온 이스라엘군도 공격을 당했다고 했다. 이어 “돌을 던진 팔레스타인인 3명과 폭력에 연루된 이스라엘인 1명을 조사하기 위해 체포했다”며 “구급차에 난입해 팔레스타인인을 체포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중동전쟁 이후 요르단강 서안 지구를 사실상 점령해 100개 이상의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했다. 현재 이곳에는 팔레스타인 주민 300만명과 이스라엘 정착민 50만명이 함께 살고 있다. 서안에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주도로 팔레스타인의 제한적 자치가 이뤄지고 있지만 양측 주민들 간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최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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