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에서 총 882억 원 규모의 부당대출이 확인된 25일 서울 중구 을지로 IBK기업은행 본점으로 시민이 들어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대규모 금융사고가 발생한 IBK기업은행에 대한 검사를 진행한 결과 당초 알려진 240억 원에서 785억 원으로 불어났으며, 27억 원 규모와 70억 원 규모의 또 다른 부당대출도 드러났다고 밝혔다. 앞서 기업은행은 지난 1월 자체 정기감사를 통해 239억5000만 원 규모의 배임사고를 적발한 뒤 금감원에 보고했다. 2025.3.25/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
(서울=뉴스1) 김재현 김도엽 기자 = 금융감독원이 대규모 금융사고가 발생한 IBK기업은행에 대한 검사를 진행한 결과 총 882억 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확인했다.
이번 금감원 검사를 촉발한 퇴직 직원과 그의 배우자, 입행동기 등이 연루된 부당대출 규모는 당초 알려진 240억 원에서 785억 원으로 불어났고, 27억 원 규모와 70억 원 규모의 또 다른 부당대출도 드러났다.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이 내부통제 절차 없이 4명의 전현직 임원에게 총 116억 규모의 고가의 사택을 제공하는 사례도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25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이해관계자 등과의 부당거래에 대한 최근 금감원 검사사례'를 발표했다.
기업은행 배임사고 규모 240억→785억 '껑충'…추가 사례 2건도 적발
첫손에 꼽은 부당거래 사례는 기업은행이다. 앞서 기업은행은 지난 1월 자체 정기감사를 통해 239억5000만 원 규모의 배임사고를 적발한 뒤 금감원에 보고했다. 이후 수시검사에 돌입한 금감원은 예정보다 두 차례 기간을 연장하는 등 고강도 검사를 벌인 바 있다.
금감원 검사 결과, 해당 부당대출 규모는 총 785억 원(총 51건)으로 집계됐다. 애초 기업은행이 확인했던 부당대출 규모보다 545억5000만 원 늘었다.
퇴직 직원 A 씨를 중심으로 은행 직원인 그의 배우자(심사역), 입행동기(심사센터장, 지점장), 사모임을 통해 친분을 형성한 다수 임직원이 연루됐다. 이들은 부동산 담보가치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부당대출을 시행했다. 불법을 저지른 기간도 당초 약 2년 5개월에서 약 7년으로 불어났다.
A 씨가 본인 소유 지식산업센터에 기업은행 점포를 입점시키기 위해 은행 고위 임원에게 부정청탁한 사실도 드러났다. 실무를 담당하는 직원 반대에도 청탁을 받은 해당 임원은 4차례나 재검토를 지시해 결국 점포를 입점시켰다.
금감원은 기업은행이 지난해 8월 A 씨와 입행동기의 비위행위 제보를 받고 9∼10월 자체조사를 통해 불법 대출·금품수수 등 부당거래를 인지했지만, 금융당국에 뒤늦게 보고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기업은행의 관련 금융사고 보고 시점은 지난해 12월 26일이다.
또 사고 은폐·축소를 시도하고 조직적으로 검사를 방해한 정황이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추가 확인을 통해 규명한 뒤 기업은행에 대한 사후조치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검찰에 A 씨 등을 수사 의뢰한 상태다. 검찰은 최근 서울·인천 등 해당 사건 관련 지점 대출담당자와 차주 관련 20여곳을 압수수색 하며 강제수사에 나섰다.
기업은행 내 또 다른 부당대출 사례도 적발됐다. 심사센터장 B 씨는 실차주와 공모해 실차주 관계사 대표를 처형으로 교체하고, 입행동기(영업점의 지점장)를 통해 부당대출(5건, 27억 원)을 신청하도록 한 뒤 본인이 승인한 것으로 확인했다.
직원 C 씨는 퇴직 직원 D 씨에게 2억 원을 투자한 후 E 씨 요청으로 부당대출(2건, 70억 원)을 취급하도록 한 뒤 투자금 회수 명목으로 E 씨로부터 시가 4억 원 상당의 부동산(지식산업센터) 수수한 사례도 새로 드러났다.
금감원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지난해 2월 말 기준 부당대출 잔액은 535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17.8%인 95억 원이 부실화한 상태이며, 향후 부실이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감원에서 기업은행에서 발생한 882억원 규모의 부당 대출 건에 대한 검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3.2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
빗썸, 116억 규모 부적정 사택 임차계약…단위농협서도 부당거래
빗썸에서는 총 116억 규모의 전·현직 임원 관련 부적정한 사택 임차계약이 확인됐다. 한 현직 임원은 적절한 내부통제 없이 본인 사택 제공을 스스로 결정한 사실이 드러났다.
2014~2017년 대표이사를 지낸 김대식 고문은 자신이 분양받은 주택을 빗썸이 사택으로 임차하는 것처럼 가장해 11억 원을 받고 이를 잔금 납부에 사용한 게 적발됐다. 김 고문 부당거래 의혹은 검찰 수사 중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한 단위농협 등기업무 담당 법무사 사무장이 매매계약서 변조 등 수법을 동원해 총 1083억 원(392건) 규모의 부당대출을 중개한 사실이 적발됐다.
모 저축은행 부장이 PF 등기업무 담당 법무사·사무장에게 PF 대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차주사의 자금조달 알선을 의뢰한 뒤 26억 5000만 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취급하도록 돕고, 그 대가로 2140만 원의 금품을 수수한 사건도 드러났다.
또 여신전문금융사 투자부서 실장이 법인의 연계투자 40% 한도를 회피할 목적으로 친인척 명의로 3개 법인을 설립하고 자신을 사내이사로 등기한 뒤 121억 원의 부당대출을 실행한 사건도 있었다.
선언적 내부통제·온정주의 일 키워…재발방지 위한 제도개선 추진
금감원은 금융권에 빈발하는 이해관계자 간 부당거래 원인에 대해 선언적 내부통제와 온정주의적 조치라고 진단했다.
금감원은 "금융사는 대체로 윤리나 복무규정 등 내규를 통해 이해상충 방지의무를 선언적으로 규정하고 자발적 신고에 의존하는 등 내부통제 절차의 구체성과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해관계자 등 관련 부당행위가 발생하면 평판 저하를 우려해 사고를 축소하거나 온정주의적으로 조치하는 경향마저 보인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 결과 발표를 계기로 후속조치에도 나선다. 우선 이번에 적발된 부당거래에 대해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금품수수나 배임 등 형법상 범죄 혐의자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관련 사고 예방과 재발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강화도 추진한다. 부당거래 사례를 분석한 뒤 오는 6월 말까지 금융권 이해상충 방지 등 내부통제 실태를 점검할 예정이다. 금융사 자체 관리감독 강화를 위한 업계 표준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예정이다.
또 금융권에 이해상충 방지 등과 책무구조도 및 준법제보 활성화 등 기존 제도개선 사항도 앞당겨 정착될 수 있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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