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 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복귀 후 첫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현재 우리나라가 직면한 상황은 매우 엄중하다"며 "미국발 통상전쟁의 여파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내수 부진, 물가 상승 등으로 민생과 함께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어려움도 더욱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대행은 "지금 이 순간 우리 소명은 국민 안전을 지키고, 통상전쟁으로부터 국익을 확보하며, 국회와의 협치를 통해 당면한 국가적 현안에 대한 해법을 조속히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다음 달 2일 이른바 '더티 15(Dirty 15)' 국가에 초점을 맞춘 고율의 관세 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여기에 우선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15개국이 어느 국가인지는 아직 발표되진 않았지만 한국도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 한 대행은 이날 국무회의 직후 통상 관계 장관 회의를 열어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를 전제로 대응책을 논의했다.
두 달 넘게 공백 상태였던 한미 정상외교도 복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무려 두 달 넘게 한미 정상 간 소통이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역대 미국 대통령 취임 후 한미 정상 통화는 최소 4일, 최장 14일 소요됐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최장기 공백이다. 앞서 외교부는 최상목 권한대행 체제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를 추진했으나 결국 불발됐다.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이어져 온 '대행의 대행' 체제에서 정상외교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
과거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첫 집권 때에도 취임 9일 만에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와 통화한 적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라는 변수가 여전하긴 하나 당장 다음 주로 예고된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4월2일) 등을 고려하면 하루빨리 한미 정상 간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통상 관료 출신에 주미대사를 지냈던 한 대행은 과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지원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협상을 주도하는 등 외교통상 전문가다. 이 외에도 민감국가 지정, 대북정책 등 경제·안보 현안이 산적한 상태다.
외교부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한 대행의 전화통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 측은 무조건 서두르기보단 사전 준비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이나 통화는 양날의 검"이라며 "미국이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고, 우리가 무엇을 줬을 때 가장 큰 이득을 볼 수 있는지 각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 대행은 전날 경북 의성군 산불 현장을 방문한 것에 이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국무회의까지 연이어 개최하며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민생, 외교·안보부터 우선 챙기겠단 목적이다. 한 대행은 이날 "목전에 닥친 민생 위기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 여야를 막론하고 적극 협의하겠다"며 "국무위원들도 정책에 대해 모든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적시에 추진해달라"고 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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