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리엑터(생물 반응조) 안에서 육상 양식 김이 재배되고 있는 모습. 사진ㅣ풀무원 |
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바다가 아닌 땅에서 김을 키우는 ‘육상 김 양식’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육상 김 양식은 기존 바다 양식과 비교해 기후 변화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여겨집니다. 식품업계에 육상 김 상용화 시점을 앞당기기 위한 연구 기반 조성이 한창입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이 지자체나 민간 기업, 학계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육상 김 양식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초기 단계지만 시범 사업, 시장 테스트 등에서 성과가 확인되고 있어 전망이 긍정적입니다. 한편 높은 초기 투자비용으로 정부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습니다.
K-김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오지만 정작 김 산업은 기후 변화로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김은 국내에서 영상 10도 이하 수온이 유지되는 11월부터 4월 사이 주로 남서해안에서 양식하는데 해수 온도 상승과 미세플라스틱 등 해양 오염 문제가 부상하면서 양식 기간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품질도 들쑥날쑥입니다. 글로벌 수요는 늘어나는데 김의 맛과 생산량이 일정하지 않아지면서 공급 불확실성이 높아졌습니다.
김 육상 양식이 대안으로 등장한 건 불과 몇 년 전입니다. 기술의 발달로 특수 설비에서 바다와 흡사한 환경을 갖추고 김을 재배하는 게 가능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철저한 온도·환경 관리 아래 고품질의 김을 연중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육상 김 양식은 미래 김 산업의 핵심 기술로 평가받습니다. 무엇보다 공간 집약적인 방식으로 생산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입니다.
식품업계에서는 대표적으로 풀무원과 CJ제일제당이 육상 김 양식 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르면 2~3년 이내에 육상 김 양식을 활용한 제품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챗GPT로 구현한 ‘육상 김 R&D센터’ 조감도. 이미지ㅣ풀무원 |
풀무원은 2021년부터 바이오리엑터(생물 반응조)로 불리는 큰 수조 안에서 김을 재배하고 수확하고 있습니다. 수조 안은 바다와 동일한 김 생육 환경으로 조성됩니다. 풀무원은 이 분야에서 3개의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지난해 3월에는 육상 김 양식으로 물김 생산에 성공하며 상용화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자사 비건 인증 레스토랑 플랜튜드에 선보인 '들깨물김칼국수'는 육상 양식 물김을 활용한 첫 메뉴입니다. 마켓 테스트 일환으로 출시돼 현재는 운영하지 않고 있습니다. 풀무원은 충북 오송에 위치한 풀무원기술원의 허가 받은 파일럿 시설 내에서 월 10kg 이상의 육상 양식 물김을 생산 중입니다.
육상 김 양식을 위한 연구센터도 세웁니다. 풀무원은 지난해 새만금개발청 등과 5자 협약을 맺고 새만금 수산식품 수출가공 종합단지에 2800평 규모의 R&D 센터를 짓기로 했습니다. 오는 2028년부터 2035년까지 해당 종합단지 인근에 육상 김 사업 확대를 위한 추가 부지를 조성하고, 지역 어업인에게 육상 김 양식 상용화를 지원하는 '리빙렙'을 구축할 예정입니다.
육상 김 R&D 센터는 올해 상반기 착공할 예정이며 향후 5년간 60억원이 투입됩니다. 풀무원은 이곳에서 육상 양식 물김 연구와 마른 김뿐 아니라 김스낵 등 다양한 상품으로 가공해 2027년 내 첫 육상 김 양식 기술을 활용한 김을 제품화한다는 구상입니다. 육상 김 양식에 인공지능(AI)도 적극 도입합니다.
풀무원 관계자는 “AI를 활용해 생산량과 품질을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데이터 수집 및 분석 기능을 갖춘 모니터링 앱을 개발해 연구실과 양식 현장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게 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을 지원함으로써 품질을 향상하고 생산성과 작업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CJ제일제당은 식품업계 최초로 김 육상 양식 연구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2021년 수조 배양에 성공한 데 이어 2022년에는 국내 최초로 전용 품종을 확보했습니다. 올해 2월에는 해양수산부의 김 육상 양식 공모사업 선정을 위해 전라남도, 해남군과 손잡았습니다. 전라남도는 전국 김 생산의 80%를 차지하며 해남은 국내 대표 김 생산지입니다.
유럽에서 판매 중인 비비고 김스낵. 사진-CJ제일제당 |
CJ제일제당은 김의 잠재성을 확인하고 일찌감치 김을 7대 글로벌 전략 제품(GSP)에 포함한 만큼 한국 김을 세계화하겠다는 계획입니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현재 김 육상 양식 전용 배지 개발에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배지는 김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는 물질입니다. 전용 배지를 사용하면 김 육상 양식에서 비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을 거라는 설명입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육상양식으로 키운 김은 특화된 품종 관리와 환경제어를 통해 고품질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며 ”해양오염 등으로부터 안전해 오염에 민감한 해외 소비자에게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육상양식 상용화 시점은 2028년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국내 김 시장 점유율 1위인 동원F&B는 제주도와 손잡고 육상 양식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각각 제주테크노파크, 제주도와 업무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동원F&B는 미네랄이 풍부하고 수온이 연중 16도 내외로 안정적인 제주 용암해수를 활용해 우수한 품질의 김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는 계산입니다.
이외에도 대상은 지난 2023년부터 전라남도 고흥군, 하나수산과 친환경 김 육상 양식 기반구축 시범 사업을 통해 김 육상 양식 산업화를 위한 초석을 다져왔습니다. 육상에서 물김 엽체를 시판할 수 있는 크기인 40~50cm까지 성장시키며 1차 시범 양식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평가입니다. 오는 5월 2차 시범 양식을 위한 김 육상 양식 시설이 준공될 예정입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일반 김 대비 육상 양식 김은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최대 100배 많다"면서도 "육상에서 김을 양식하기 위한 시설들에 대한 초기 투자 비용이 높아 정부 및 지자체 등의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김 육상양식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기존 어민들에게 보급할 수 있는 R&D 및 시스템 개발과 초기 투자 비용의 지원이 요구된다"고 덧붙였습니다.
Copyright @2013~2025 iN THE NEWS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