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중국 '구형 반도체'의 역습(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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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때리기' 동맹국 협력 필요하다는 美…한국 생존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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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용 반도체 글로벌 생산 점유율 변화/그래픽=김다나 디자인 기자 |
미국의 중국 범용 반도체 견제가 '주변국과 동맹'을 기반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으로선 미국의 움직임에 동참하며 '실리적 선택'을 하는 한편 중국과 기술 격차를 벌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과 미국이 '동맹국'이라는 점,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영향력, 미국 내 반도체 수요 등을 고려할 때 한국이 미국의 요청을 거절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미국 이상으로 큰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우리 기업의 현지 투자 등을 고려하면 한국이 일방적으로 미국 편에 서기도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중국 대상 수출액은 65조원으로 미국 대상 수출(61조원) 대비 약 4조원 많았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생산 중이다. 삼성전자 전체 낸드 생산량의 약 40% 이상이 시안에서 만들어진다. SK하이닉스는 우시와 다롄에서 D램과 낸드를 만든다. 우시에서 생산하는 D램은 SK하이닉스 전체 D램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다. 우시 공장의 지난해 매출액은 5조6127억원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미국과 협력을 바탕으로 범용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 확대를 막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중국의 범용 반도체 시장 장악을 방치할 경우 우리 최첨단 반도체 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방적으로 미국편에 서는 모습을 보이기 보다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반도체 전문연구원은 "결국 실리를 찾아야 한다"며 "미국의 중국 제재 수위 등을 보고 상황에 맞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전략적 모호성'을 많이 거론했는데 이처럼 굳이 우리가 먼저 나설 필요 없이 상황에 따라 기민하게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미중 갈등 격화 가운데 우리가 최대한 피해를 입지 않고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안은 결국 '기술'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 지적이다.
김 연구원은 "기술의 초격차 전략이 중요하다. 중국보다 더 나은 기술을 개발해 판매하고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며 "물량이나 가격에선 우리가 중국을 이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수요 변화에 빠른 대처도 필요하다"며 "HBM(고대역폭메모리) 사업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 희비가 엇갈렸듯 순간의 판단이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 이런 부분을 잘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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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용 반도체, 중국에 줘도 괜찮아?…자동차 업계 피 마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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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차량이 주차되어 있는 모습. /사진=뉴스1 |
중국의 범용 반도체(28nm 이상의 공정에서 생산된 칩 등) 영향력이 커지자 대응 방안으로 10nm 이하의 첨단 공정 집중이 거론되지만 업계의 의견은 다르다. 중국산 범용 반도체에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트럼프 정부의 중국산 범용 반도체 추가 관세 부과와 관련해 포드, GM, 스텔란티스 등으로 구성된 미국자동차무역정책협의회(AAPC)는 "차량에는 첨단 반도체가 대부분 필요 없고, 범용 반도체로 충분하다"며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범용 반도체 공급이 중요하다"고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의견을 냈다.
현재 차량에는 1대당 1000~1400개의 반도체가 쓰이는데, 대부분이 범용 반도체이다. 자율주행 기술 등 일부 기술에는 첨단 반도체가 필요하지만 전동시트, 공조시스템 등 나머지는 범용 반도체가 쓰인다. 컨설팅 업체 맥킨지의 분석에 따르면 2030년까지 차량용 반도체 수요의 67%는 범용 반도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자동차 업계는 코로나19(COVID-19) 확산 시기인 2020~2021년 '반도체 부족 위기'를 겪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로 차량 생산 시설이 가동 중단된 사례가 있다. 국내 자동차 기업도 반도체 부족으로 차량 인도가 지연되거나 반도체가 많이 들어가는 부품을 아예 제거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한 번 사용이 결정된 차량용 반도체는 구조가 단순하더라도 다른 반도체로 교체하거나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AAPC는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모든 변경은 검증 절차 등을 거쳐야 한다"며 "간단한 부품도 변경에는 6개월이 걸리고, 소프트웨어까지 변경이 필요하면 수년이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산 범용 반도체 시장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다른 산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단순히 기술 수준이 낮다고 무시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는 것이다. AAPC는 "칩스(Chips)법의 예산이 차량용 범용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거나 설비 유지와 운용 등에 사용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AAPC는 "범용 반도체의 안정적인 공급이 필요한 것은 자동차 산업뿐만이 아니다"며 "미국의 항공우주, 의료기기, 국방 산업 등 주요 제조업 분야도 자동차 산업과 유사한 수준의 의존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AAPC에는 관세 부과 등과 관련해 관련 산업 분야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전달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최근 HBM(고대역폭메모리)이 중요해졌지만 일단 메모리 전체 시장에서는 아직 범용 반도체가 HBM보다 비중이 더 높다"며 "거기서 이익을 만들어낼 기회가 아직은 있다는 것으로 (범용 반도체에서) 만들어낸 이익을 다른 반도체 분야에 투자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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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10년간 140조 쏟는데…"정부가 반도체 기업 난관 해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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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빅펀드(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 지원금 규모/그래픽=김지영 |
24일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가 지난달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한 의견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자국 반도체 산업에 △직접 보조금 지원 △정부 지원 펀드 등을 통해 지난 10년간 140조원을 웃도는 재정을 투입했다.
중국은 2014년 '국가 반도체 산업 발전 추진 요강'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산업 육성을 본격화했다. 그해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ICF·빅펀드)'를 조성해 1기 반도체 기금으로 1387억위안(28조200억원)을 지원했다. 2019년에는 2041억위안(41조2400억원) 규모의 2기 빅펀드를 출범시켰고, 지난해에는 3기 빅펀드를 조성해 3440억위안(69조4900억원)을 조달했다. SIA는 "국가 주도의 재정 지원이 중국 반도체 산업 정책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우리 정부의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은 저금리 대출과 세액 공제, 인프라 구축 지원 등 간접 지원에 그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빅펀드를 통해 막대한 양의 정부 보조금을 직접 주는 것과 대조된다. 지난해 5월 우리 정부는 26조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종합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했는데,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17조원은 저금리 대출에 사용된다.
R&D 인력에 대해 주 52시간제 예외를 허용하는 내용을 포함한 '반도체 특별법'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반도체 업체들은 연일 규제 완화를 호소하지만 야당의 반대로 특별법 통과는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은 지난 19일 삼성전자 주주총회 현장에서 "중국 업체들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메모리와 파운드리 분야를 추격하고 있다"면서도 "현재 핵심 개발자들이 연장 근무를 더 하고 싶고 더 많은 연구 시간에 집중하고 싶어도 현재 주52시간제 규제로 인해 개발 일정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것이 현재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지금 반도체 산업은 정부와 기업이 연합해서 싸워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기업의 어려운 부분을 적극적으로 해소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김호빈 기자 hob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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