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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취소 이후 정치적 후폭풍을 맞고 있다. 공수처는 후폭풍을 잠재우기 위해 전·현직 검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 중이다. 공수처가 공소시효도 얼마 남지 않은 사건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궁서설묘
정면승부
국민의힘은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을 불법 체포하고, 국회서 위증했다는 혐의 등으로 오동운 공수처장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17일엔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민주당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불법 수사행위 진상조사를 위한 특검법(공수처 특검법)’ 협조를 촉구했다.
이날 윤 의원은 국회 소통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수처의 ‘영장 쇼핑’ ‘수사기록 누락’ 의혹 등을 거론한 뒤 “기존의 감독 및 감시체계만으로는 공정하고 신속한 조사가 이뤄지기 어려운 만큼, 독립적인 특별검사를 임명해 공수처의 불법 행위 및 정치적 의도를 철저히 규명하고,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 결정 이후 공수처를 향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공수처는 윤석열 대통령을 수사했던 기관이고, 검찰은 윤 대통령을 석방한 기관인 만큼 여야가 두 기관을 두고 대립적 프레임으로 가고 있다”면서 “사법기관과 준사법기관들을 필요에 따라 아전인수격으로 공격했다가 방어했다가 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정치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 공수처는 절호의 기회를 얻게 됐다. 민주당을 비롯한 5개의 야당은 심우정 검찰총장을 향해 “(윤 대통령의)구속 취소 결정에 대해 손쉽게 투항해 내란 수괴를 풀어주고 내란 공범임을 자백했다”며 심 총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 조직 존폐를 두고 정치적 외풍에 시달리고 있는 공수처가 심 총장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성과를 인정받으면 반전을 노릴 수 있단 시각이 잇따른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공수처와 검찰이 대립하면서 민주당이 공수처에 검찰을 상대로 한 무기를 쥐여준 만큼, 그 무기를 포기할 리 없을 것”이라며 “공수처가 정상적인 기관이었다면 공소장 자체를 각하해야 되는데, 공소장을 각하하지 않고 무기로 쓸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윤 구속 취소 후 벼랑 끝에
전·현직 검사 관련 수사 박차
오동운 공수처장도 해당 사건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지난 19일 오 처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서 심 총장 고발건에 대한 물음에 “아직 배당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원칙에 따라 진행하겠다”고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수사팀서 계획을 짜고 있겠지만 그 수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까진 말해주기 어렵다”며 “신속히 처리할 것”이라고 답했다.
공수처는 심 총장에 대한 수사 외에도 현직 검사 및 검사 출신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차정현)는 지난 10일, 김영일 서울고검 검사에 대한 고발 사건과 관련해 첫 조사를 시작했다.
앞서 김 검사는 ‘1조원대 폰지사기’ 업체인 IDS홀딩스의 김성훈 전 대표가 구속 중에도 범죄수익을 은닉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는 이유로 공수처에 고발됐다. 당초 지난 2021년 6월에 검찰로 접수된 고발 건은 기본적인 고발인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이번 고발건에서 공수처는 김 검사의 행적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검사가 김 전 대표 등을 검사실로 부른 시기, 과거 열린민주당 김진애 전 의원실서 확보한 출정 기록 등 문건, 김 전 대표 등의 판결문 등을 토대로 김 검사의 혐의점을 살피는 셈이다.
지난 10일, 금융사기없는세상·해피런사기탈북민피해자비상대책위원회·금융피해자연대(KIKO공동대책위원회·MBI피해자연합·KOK피해자비상대책위원회·밸류인베스트코리아피해자연합·IDS홀딩스 피해자연합)는 지난 2017년부터 김 전 대표 등을 수차례 자신의 검사실로 불러 사적인 전화 통화를 가능하게 하는 등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김 검사를 공수처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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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검사는 지난 3일 고검 검사로 발령 전까지 대구지검 서부지청장직을 맡았다.
김 전 대표는 약 1만2000명으로부터 1조원대의 사기를 친 범죄사실로 구속 기소돼 징역 15년의 형이 확정된 후에도 외부의 공범들과 연락을 취하면서, 감옥에 있는 재소자들과 공모해 여러번 범죄수익을 은닉한 혐의를 받는다.
IDS홀딩스
정조준 이유
금융피해자연대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2017년 2~12월, 1심서 대법원 재판까지 구속된 상태로 징역 15년을 선고받기까지 총 56억원을 은닉했고, 200억원은 은닉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이 과정서 은닉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당시 서울중앙지검 검사였던 김 검사가 추가 범죄가 발생하도록 편의를 제공했기 때문이라는 게 금융피해자연대의 주장이다.
김 검사는 당시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김 전 대표, 이모(사기 전과범·브로커)씨, 한모씨로부터 범죄수사정보를 받는 조건으로 자신의 검사실서 외부 인사를 만나게 하고 외부와 통화를 하게 하는 등의 편의를 봐줬다는 의심을 받는다.
금융피해자연대에 따르면 검사실로 소환된 횟수는 이씨는 2016년에 94회, 2017년 47회, 2018년 23회이고, 김 전 대표는 2017년 47회, 2018년 23회, 한씨는 2016년 11월부터 2017년 3월 3일까지 50회다. 금융피해자연대는 김 전 대표 등이 공모해 범죄수익을 은닉하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로 변호사 2명을 지난해 5월17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바 있다.
김 검사는 현 정부서도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수원지검 평택지청장(2022년 7월~2023년 9월) 시절,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사건 수사를 수원지검 2차장 대행 신분으로 지휘한 때의 일이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 2023년 6월 검찰서 “이 대표도 대북 송금 사실을 알았다”는 검찰 진술을 했다가, 2023년 말부터 줄곧 ‘검찰 술자리 회유 의혹’을 제기했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이 청사에서 술자리를 가졌고, 이때 이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종용했다는 게 골자다.
야권은 김 검사의 IDS홀딩스 이력 등을 근거로 수사에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한 상황이다.
문제는 해당 사건의 공소시효가 오는 6월까지라는 것이다. 사건이 발생한 시점부터 직권남용은 7년, 직무유기는 5년의 공소시효를 가지고 있다. 공수처는 김 검사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만 조사를 해야 하는 것이다.
공수처는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의 사건 처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공수처 수사4부는 지난 10일 검찰로부터 제보자인 처남댁 강미정씨의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를 확보하고 강씨를 지난 21일 불러 조사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승호)는 지난 6일 이 검사를 주민등록법·청탁금지법·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공수처 수사 대상인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는 공수처로 이첩했다.
고발 사주
재수사도
검찰은 사건 제보자에게 수사자료를 사진 촬영해 외부로 유출하게 한 전직 검사 박모씨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으로 기소하면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부분은 공소시효 만료 두 달을 남기고 공수처로 이첩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지난 18일 정례 브리핑서 “검찰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사건 처리를 위한 시간으로 볼 때 촉박한 건 사실”이라며 “검찰 단계서 기존에 수사한 자료들도 넘어온 게 있고 참고해서 처분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검사가 받은 공무상 비밀누설혐의의 공소시효가 3월29일로 만료된다”며 “그 전에 어떤 방식으로든 처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수처 내부에서는 검찰이 공소시효 가까운 시점에 사건을 이첩한 것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
한 공수처 관계자는 “공수처법에 따라 검찰서 혐의를 발견하자마자 공수처에 이첩을 했다면 사건 처리에 더 수월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검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혐의를 발견하고도 기소할 때까지 가지고 있다가 이첩했다. 남은 시간으로는 공수처가 할 수 있는 것은 검찰의 조사 내용을 토대로 사실관계만 파악한 후 기소를 위해 다시 검찰에 보내는 것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사실 검찰이 수사 개시할 수 있는 혐의보다 많은 것을 수사한 후 ‘우리 수사 내용대로 기소하라’라는 무언의 압박과 다르지 않다”며 “공수처의 수사를 항상 의심하던 검찰이 이제는 산하 조직서 수사 내용을 확인하듯 공수처를 이용하는 것에 공수처 내부에서는 큰 불만을 느끼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공수처 검사 출신 법조인도 “바로 공수처에 검사 범죄 혐의 사건을 보내서 수사하라는 것이 공수처법의 취지지만, 공수처가 검찰과 대립각을 세울 만한 힘이 없다 보니, 검사의 범죄 혐의도 검찰이 계속 쥐고 기소할 정도가 돼야 이첩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남은 공소시효 수사력 집중
부실 수사 불명예 털어낼까
공수처는 윤 대통령 구속 취소 이전에 유일한 성과로 꼽히던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서도 재수사에 착수했다. 공수처는 지난 14일, 고발 사주 사건 제보자 조성은씨가 윤 대통령, 김건희 여사,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국민의힘 김웅 전 의원, 전직 대검찰청 간부 8명 등을 직권남용, 위증, 증거인멸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3부(부장 이대환)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고발 사주 사건은 2020년 4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손 검사장이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 대통령과 부산고검 차장검사였던 한 전 대표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범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을 작성해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김 전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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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을 수사한 공수처는 손 검사장이 김 전 의원에게 문제의 고발장을 텔레그램을 통해 직접 전달했다고 보고 그를 재판에 넘겼다.
손 검사장은 1심서 징역 1년이 선고됐지만, 지난해 12월 항소심 재판부는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대검 수정관실서 문제의 고발장을 작성했다고 판단했으며 손 검사가 김 후보에게 고발장을 전달한 사실도 인정했다.
무엇보다 “공직선거법 위반 범죄 실행에 관한 암묵적인 의사의 결합 및 공모가 두 사람 사이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총장의 ‘눈과 귀’로 통하던 대검 수정관실 소속 검사에게 총선 개입 의도가 있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판결문이 가리키는 ‘진범’은 따로 있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손준성이 이 사건 메시지를 검찰총장 등 상급자에게 보고로 전송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으며 “손준성이 검찰총장 등 상급자의 지시에 의해 또는 스스로 수사 정보를 수집했다면, 이를 검찰총장 등 상급자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손준성도)수정관실서 윤석열의 처, 장모 관련 형사사건 정보 및 판결문 등을 검색하고 사건 경과를 정리하며, 의혹 제기에 장모의 입장서 대응하는 문건을 작성했다고 시인하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며 당시 손 검사와 윤석열 검찰총장의 관계에 주목했다.
공수처는 당초 손 검사장만 불구속 기소하고 윤 대통령과 한 전 대표 등 다른 피의자들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지만 법원서 손 검사장의 상급자(윤 대통령 등)가 고발 사주를 지시했을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새로이 고발장을 접수하고 재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궁지에 몰린 공수처가 전·현직 검사에 대한 수사를 통해 살아날 구멍을 찾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수처가 생겨난 후부터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가운데 공소시효도 얼마 남지 않은 사건 처리로 급부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치적 외풍
마지막 기회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공수처의 수사 능력에는 계속 의문점이 있었다”며 “오랜 기간 수사를 해도 성과를 내지 못했는데 발등에 불똥 떨어진 지금 갑자기 수사력이 올라오길 기대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한 공수처 출신 변호사도 “공수처는 항상 인력 문제를 갖고 있다”며 “게다가 시간이 부족한 지금, 해당 사건들에 아무리 수사력을 집중해도 미흡한 부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검찰이 어물쩍 넘어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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