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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연상호 "T가 되는 게 답일 수도 있어요"

뉴시스 손정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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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공개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 복귀
"사회 우화…우리 사회 객관성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잉태한 작품…우연 아니다"
또 목사 주인공 "믿는 게 직업이란 매력"
다작 지적에 "쓰고 만드는 게 일상일 뿐"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제가 쓰고 만든 작품이지만, 어쩌면 사회가 잉태한 작품이라고 해도 되겠죠."

지난 21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은 무언가를 굳게 믿고 있는 목사와 형사의 얘기다. 목사 성민찬(류준열)은 자신의 착오와 그 착오로 인한 파국을 신의 계시라고 주장한다. 형사 이연희(신현빈)는 동생이 겪은 비극을 자책하다 못해 동생이 자신에게 책임을 묻는다고 여긴다. 그리고 또 한 명. 성범죄자 권양래(신민재)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학대를 외눈박이 괴물의 명령으로 믿으며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괴물의 탓으로 돌린다. 이 영화는 세 인물의 맹신이 얽히고 설키며 만들어내는 사건을 쫓는다.

24일 만난 연상호(47) 감독은 "만약 이 작품이 현재 우리 사회 분위기와 일치하는 지점이 있다면 그건 우연이 아니라 이 사회를 살면서 느꼈던 것들이 이 영화에 씨를 뿌렸기 때문일 거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 사회 키워드는 극단적 분열. 편가르기와 혐오의 시대이고, 반지성과 맹목적 믿음의 시대이다. '계시록'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은 이 세태에 관한 우화이다. "이 영화는 명확해요. 우린 T를 싫어하지만(웃음), T가 되는 게 어떤 면에선 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겠지요. 현재 이 사회엔 객관성이 필요하잖아요."

그러면서 '계시록'은 연 감독이 애니메이션 영화 '사이비'(2013)과 '지옥' 시리즈(2021·2024) 등 일련의 작품에서 유지해온 세계관의 연장이기도 하다. '이 불가해한 세상을 어떻게 견뎌낼 것인가.' 그래서 성민찬은 주님을 찾고, 이연희는 자해하고, 권양래는 괴물을 탓한다.

"이 세상이 얼마나 복잡합니까. 어떤 사건이 발생했고, 그 사건이 발생한 원인을 찾아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물론 간단하게 결론 내려버릴 순 있죠. 그런데 그 모든 일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우연들이 얼마나 많은가요. 이 세상에서 벌어진 일을 딱 떨어게 결론 내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죠. 그렇다고 아무 시도도 하지 않고 있을 순 없을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려고 합니다. '계시록'엔 그 모습이 담겨 있는 거죠."



연 감독이 만드는 영화·시리즈에서 종교와 종교인은 빼놓을 수 없는 소재다. 앞서 얘기한 '사이비' '지옥' 등은 종교와 종교인을 직접 다루고, '기생수:더 그레이' 같은 작품 등에도 교회와 목사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연 감독은 종교가 믿음을 다루는 곳이라는 것, 종교인은 믿는 게 직업이라는 게 매력적이라고 했다. "꼭 종교와 종교인이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도 있을 거예요. 예를 들어 이데올로기가 될 수도 있겠죠. 그런데 이 종교와 종교인이라는 게 주는 아주 극적인 면이 있어요. 그걸 제가 재밌어 하는 것 같기도 해요."


연 감독은 약 20년 전에 극 중 성민찬이 담임목사로 있는 사명의 나라 교회 같은 개척교회를 다닌 적이 있다고 했다. 그곳에서 만난 목사와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고 했다. "아마 그런 분들이 모티프가 된 것일 수도 있어요. 제가 만났던 목사님은 교회가 빠르게 번영하지 못하는 것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분이었는데, 결국 좀 안 좋은 쪽으로 빠지더라고요."

최근 연 감독에 관해 얘기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얘기가 다작(多作)에 대한 것이다. 최근 2년 간 그가 연출 혹은 각본으로 참여한 작품만 '계시록' 포함 5편이다. 완성해 놓고 개봉일을 조율하는 작품도 하나 더 있다. 1년에 한 작품만 해도 다작한다는 얘기를 듣는 이 업계에서 연 감독 행보는 독보적이다. 다만 온라인 반응을 보면 일부 팬은 그의 영화·시리즈 완성도가 다소 들쑥날쑥 하다는 걸 지적하며 작품 수를 줄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연 감독은 이같은 얘기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글을 쓰고 작품을 만드는 게 제 생활이고, 그게 반복되는 것 뿐이죠. 일상인 겁니다. 아마도 넷플릭스와 함께하는 작업이 많은 것도 영향을 줬을 거예요. 극장용 영화를 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호흡이 길어집니다. 하지만 넷플릭스를 통해 일을 하면 작품을 만들고 내놓는 과정이 상당히 심플해지거든요."


연 감독은 올해 중에 배우 박정민과 함께한 초저예산 영화 '얼굴'을 내놓은 뒤 내년엔 배우 전지현과 함께한 블록버스터 '군체'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 중 '군체'는 영화 '암살'(2015) 이후 10여년만에 영화로 돌아오는 전지현과 1000만 감독 중 한 명인 연 감독 만남으로 주목 받고 있다. 연 감독은 '군체'에 대해 "아마 이제껏 만든 작품 중 가장 상업적인 영화가 될 것 같다"며 "'부산행'의 강점과 '지옥'의 강점을 모아서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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