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韓 금융 판도 바꾼 ‘10살 메기’...토스의 ‘빛과 그늘’ [스페셜리포트]

0
댓글0
토스의 기세가 매섭다. 불과 10년 만에 한국 금융 시장 판도를 바꿨다.

‘금융을 쉽고 간편하게’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이승건 대표가 2013년 설립한 비바리퍼블리카는 2년 뒤인 2015년 간편송금 앱 토스를 선보였다. 이후 토스뱅크, 토스증권 등 금융사를 잇달아 설립하며 금융권 ‘메기’로 떠올랐다.

지난해 토스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900만명을 넘어섰다. 카카오뱅크(1730만명)나 다른 금융지주 플랫폼보다 월등히 앞선다. 주요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슈퍼앱(통합금융 플랫폼) MAU는 739만명 수준. 선두를 달리는 KB금융의 KB스타뱅킹도 1260만명 수준에 불과하다.

토스(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해 첫 연간 흑자를 기대한다. 아직 발표하지 않았으나 흑자를 확정하면 2013년 창립 이래 처음이다. 토스는 2016년 연매출 35억원에서 2019년 1187억원까지 빠르게 성장했다. 서비스 영역을 넓히며 2022년 연간 매출 1조1033억원, 2023년 1조3707억원을 달성했다. 분기별 손실금액을 줄여가더니 3분기 39억원의 첫 분기 흑자를 냈다. 이후 4분기도 흑자를 내며 연간 기준 흑자를 눈앞에 뒀다.

‘비바(만세)’를 앞장서 외친 계열사는 토스뱅크다. 토스뱅크는 2021년 출범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연간 흑자를 기록했다. 토스뱅크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잠정치 기준 43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가결산 실적으로 실제 순이익은 45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2023년 3분기 86억원 순이익으로 적자 행진을 멈췄고, 이후 지난해 4분기까지 6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나갔다.

토스뱅크 첫 연간 흑자

공동대출·환전 무료 흥행

토스뱅크 흑자 비결은 전·월세보증금 대출과 지방은행과의 공동대출이다. 특히 지난해 8월 금융권 최초로 광주은행과 함께 내놓은 공동대출 상품 ‘함께대출’이 대박을 쳤다. 출시 100일 만에 누적 대출 3200억원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하나카드와 협업한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인 ‘토스뱅크, 신용카드 와이드(WIDE)’, 신용보증재단과의 지속적인 협업을 통한 소상공인 대출 확대 등도 호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내놓은 외화통장도 토스뱅크 흥행작으로 꼽힌다. ‘평생 무료환전’은 금융 소비자의 가려운 부분을 정확히 긁어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간 기존 은행은 환전 수수료를 관행처럼 여기며 챙겨왔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 환전 수수료는 ‘공돈’을 지출하는 듯한 불편함을 줬다. 토스뱅크는 이 ‘페인포인트(pain point)’를 공략했다. 기존 고객이든 처음 가입한 고객이든 고객군 차별도 없고, 거래 조건도 상관없이 환전 수수료를 받지 않았다. 토스뱅크가 평생 무료 환전을 실시하자 주요 은행이 일제히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았다. 금융권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소비자 호평 속에 가입 고객 수는 100여일 만에 100만명을 넘어섰고 현재 200만명도 돌파했다. 해외에서 쓸 수 있는 체크카드도 호평받았다. 토스뱅크 체크카드를 외화통장에 연동하기만 하면 된다.

이로써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는 취임 1년여 만에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내게 됐다. 지난해 3월 국내 인터넷은행 첫 여성 대표로 선임된 그는 취임사를 통해 “2024년을 첫 연간 흑자 달성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는데 1차 목표를 달성했다. 특히 은행권 주력 수익원인 주담대 상품이 없는 상황에서 이뤄낸 성과라 더 주목받는다. 내년 상반기 목표로 준비 중인 주담대 상품이 나오면 실적이 좋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학개미 매료시킨 토스증권

해외선 리테일 강자 키움 넘어서

토스증권 성과도 놀랍다. ‘서학개미’를 등에 업고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한 데 이어 해외 장내 파생상품 중개 사업에 진출하며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출범 첫해 780억원 적자를 낸 토스증권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1315억원을 기록했다. 출범 3년 만의 성과다. 2020년 국내 1호 핀테크 증권사로 출범한 카카오페이증권이 출범 4년 만인 지난해 4분기 첫 흑자를 기록한 것 비교해 속도가 빠르다.

토스증권은 출범하자마자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내놓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게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신규 계좌 개설 고객에게 제공했던 ‘주식 1주 선물받기’ 이벤트는 MZ세대 소비자를 끌어들인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됐다. 토스증권은 지난해 신규 고객 100만명을 유치해 지난해 말 기준 누적 가입자 660만명을 넘어섰다.

해외 증시를 공략하겠다는 토스증권 전략도 맞아떨어졌다. ▲해외 주식 위탁 매매 수수료 수익 ▲환전 수수료 수익이 토스 실적을 이끌었다는 점이 이를 보여준다. 해외 주식 점유율에서는 리테일 강자 키움증권까지 넘어섰다. 토스증권의 지난해 10월 해외 거래대금은 21조9000억원으로 키움증권(21조4000억원)을 앞선다. 11월에는 30조5400억원을 기록하며 증권사 최초로 30조원을 돌파했다.

최근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장내 파생상품 투자중개업 신규 등록 신청을 인가받았다. 지금까지는 국내외 주식과 채권,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 등의 거래만 중개하며 관련 수수료만으로 돈을 벌었다. 지난해 해외 주식 서비스와 해외 채권 서비스 수수료 수익만 2056억원에 달했다. 증권 업계는 토스증권을 이용하는 ‘서학개미’의 충성도가 높아 해외 파생상품 시장 진출이 실적에 기여할 것이라고 판단한다.

토스의 성공방정식

1. 압도적인 점유율

MAU 1900만명…플랫폼 효과 톡톡

토스가 가진 가장 큰 무기는 바로 압도적인 사용자 수다. 2024년 말 기준 MAU는 1900만명으로 ‘레거시(legacy) 금융’을 압도한다.

토스는 2015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사용자 확보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적극 실시해왔다. 사용자 수를 늘리기 위해 수익성을 포기한 때가 적잖았다. 토스가 무리하면서도 사용자에 집착하는 이유는 회사 특성과 관련이 깊다. 우선 토스가 속한 금융업은 국내에서 가장 보수적인 산업군이다. 창업 초창기, 간편송금 서비스 도입을 설득하기 위해 토스 경영진이 은행권 관계자에게 수백 통의 편지를 쓴 것은 유명한 일화다. 기존 금융사들이 토스를 무시하지 않게 만들려면 덩치를 키우는 게 급선무였다. 실제로 간편송금 시장점유율이 50%에 육박할 때부터 토스는 본격적인 ‘플레이어’로서 존재감을 뽐내기 시작했다.

단순 금융 앱이 아닌 플랫폼이란 점도 사용자 확보에 목매는 이유다. 플랫폼 서비스는 사용자가 많은 1등만이 남는다. 시장을 선점하고 1등 서비스로 발돋움하는 게 필수다. 토스는 창업 초기부터 네이버, 카카오 등 강력한 서비스를 가진 사업자들과 간편송금 시장을 두고 싸워야 했다. 이들에게 밀려 사라지지 않으려면 ‘개미군단’ 확보가 필수였다.

2019년 내놓은 ‘무제한 무료송금’ 정책은 토스의 절박함이 잘 드러나는 사례다. 당시 카카오페이가 토스와 격차를 빠르게 좁혀오자, 토스는 월 10회 무료였던 간편송금 서비스를 무제한 무료로 바꿨다. 연간 40억~50억원의 은행 결제망 이용료를 지불해야 했지만, 토스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사용자 확보로 얻는 실익이 더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간편송금 서비스는 수익이 나는 사업이 아니다. 토스는 이용자 데이터 확보, 추후 사업과의 연계 등이 중요하다고 봤고 무제한 무료로 정책을 바꿨다. 이렇게 확보한 사용자가 결국 토스뱅크, 토스증권의 성공의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하면 대단히 잘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2. 인재 유치에 ‘진심’

높은 보상과 자율권 부여

“최대 1억원의 사이닝 보너스와 전 회사 연봉의 1.5배 지급.”

2019년 토스가 경력직 채용 제도를 개편하며 내건 보상 체계다. 당시 토스는 보험, 증권, 은행 등 신사업에 적극 진출하던 시기였다. 간편송금 시장에서는 ‘선두 주자’였지만, 나머지 사업은 후발 주자였다. 은행업은, 기존 대형·지방은행은 물론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과도 경쟁을 벌여야 했다. 증권과 보험 역시 이미 기존에 탄탄히 자리 잡은 증권사들을 상대로 점유율을 가져와야 하는 상황. 업계 최고 인재들을 불러모으지 않으면, 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게 토스 경영진의 판단이었다.

성과 보수는 물론, 업무 환경도 최고 인재에 걸맞은 파격 대우가 필요했다. ‘유능한 사람을 채용하고, 무한대의 자율을 부여한다’는 채용 기준을 만들고 인재 모으기에 돌입했다. 2019년 10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최대 1억원의 보너스 또는 스톡옵션, 전 회사 연봉의 1.5배 지급 등을 채용 조건으로 내걸었다. 인재를 추천한 사내 직원에게는 500만원의 포상금도 지급했다.

매경이코노미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동시에 근속 연수를 올리기 위한 제도 개선 작업을 진행했다. 출퇴근 시간을 스스로 조절하는 자율 출퇴근제, 사용에 제한이 없는 원격근무제, 별도 승인 없는 휴가 무제한 사용, 개인 성과 평가가 없는 회사 전체 목표 달성에 따른 전 구성원 동일 비율 인센티브 지급 등 파격적인 인사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금융권과 IT 업계에서 지원자가 쏟아졌다. 2020년 3년 이하 개발자 공채에선 접수 사흘 만에 3000명이 몰렸고, 2021년 개발자 공채에서는 5000명이 지원했다. 이승건 대표는 “최고 수준 역량과 책임감을 갖춘 인재에게 높은 자율성과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탁월한 성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토스의 조직문화”라고 강조했다.

3. 국내 최고의 슈퍼앱

한 번 입장하면 은행·증권 등 ‘ok’

앱 한곳에서 송금부터, 자산 조회, 보험·증권·은행·카드 등 금융 업무까지 처리하는 앱이 ‘슈퍼앱’이다. 과거 금융권은 서비스에 따라 앱이 다른 ‘멀티앱’ 전략을 구사해왔다. 앱 한곳에 서비스를 몰아넣으면, 앱 속도가 느려진다는 이유에서다. 소비자들은 매번 다른 앱에 접속하는 불편함을 겪어야 했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었다.

이때, 금융권 최초로 슈퍼앱을 들고나온 곳이 토스다. 토스는 토스뱅크를 만들 때, 별도 앱을 만들지 않았다. 대신 토스 앱 내 연동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용자가 몰려 앱 속도가 느려질 것이란 우려와 달리, IT 개발 역량을 동원해 많은 서비스를 탑재해도 원활히 돌아가는 서비스 구현에 성공했다.

이후에도 결제 대행, 증권, 보험 등 서비스를 확장하며 한 앱에 각종 서비스를 넣는 슈퍼앱을 만들어갔다. 다른 금융 앱과 차별화 전략을 꾀하면서도 사용자에게 접근성을 높인 셈이다.

하나만 깔면 모든 서비스를 진행할 수 있는 앱 등장에 사용자는 환호했다. 이후 멀티앱 전략을 구사하던 다른 은행도 일제히 토스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2020년대 이후로는 사실상 대다수 금융사가 모두 슈퍼앱을 사용하는 상황이 됐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토스가 없었다면, 현재 금융 앱 UI(User Interface) 대부분이 과거 수준에 머물렀을 것”이라며 “모바일 금융 서비스 편의성을 높이는 데 토스가 공헌했다는 점을 부정하는 금융인은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4. 파격적인 금융 서비스

‘이자 먼저 받기’ ‘연 2% 상품’ 혁신

토스는 금융업에서 여러모로 불리한 회사였다. 간편송금을 제외하면 후발 주자로서 점유율을 이미 놓쳤다. 자금력, 운영 노하우 등도 타 금융사에 비하면 부족했다.

이때, 토스는 ‘파격 상품’이란 승부수를 띄웠다. 기존 금융사라면 시도조차 못할 상품을 내놓은 것. 보수적인 금융권이 신상품을 내놓는 데 소극적이란 점을 감안했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상품을 내놔 토스의 이름을 알리고, 소비자를 모으는 정책을 시도했다.

일례로 토스뱅크는 출범과 동시에 가입 기간이나 예치 금액 등 아무런 제한 없이 수시입출금 통장 하나에 연 2% 이자를 지급하는 수신 상품을 내놨다. 이를 시작으로 한 달에 한 번 은행이 주는 날짜에 받을 수 있는 이자를 고객이 원하면 언제든지 받을 수 있는, 이른바 선이자 지급 상품 ‘지금 이자받기 서비스’를 연달아 내놨다. 이외에도 가입과 동시에 이자를 지급하는 ‘먼저 이자받는 정기예금’, 모임원 누구라면 출금, 결제가 가능한 ‘토스뱅크 모임통장’ 등 상품을 계속 선보였다.

파격적인 정책은 곧 압도적인 성공으로 돌아왔다. 먼저 이자받는 정기예금의 경우 판매 시작 한 달여 만에 판매액 1조원을 돌파했다. 토스뱅크 모임통장은 일주일 만에 계좌 개설 수 7만좌를 넘어섰다. 혁신 금융상품의 인기에 힘입어 토스뱅크는 출범 3년 만인 2024년, 흑자로 전환하는 기염을 토했다.

매경이코노미

토스가 비약적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혁신 상품이 자리한다. 금융권의 상식을 깨부수는 혁신 상품을 내세워 간편송금, 은행, 증권 시장에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사진은 토스뱅크 무료 환전 서비스. (토스뱅크 제공)


높은 성과만큼 짙은 그늘

1. 혁신이라더니 결국 이자 장사

예대금리차 업계 최고 수준

10년간의 높은 성과만큼 그늘도 짙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적자가 상당하다. 간편결제 앱으로 성장한 토스는 계열사를 크게 늘렸다. 은행(토스뱅크), 증권(토스증권), 보험(토스인슈어런스), 이동통신(토스모바일) 등 계열사가 18개다. 공격적인 외형 확장은 천문학적 손실을 가져왔다. 2016년부터 2024년 3분기까지 누적 1조1233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2018년까지만 해도 500억원 미만이었던 연간 순손실이 2021년 2000억원, 2022년엔 3000억원을 넘어섰다.

손실이 심하다 보니 혁신보다는 당장의 매출에 집중하는 흐름을 보인다. 기존 은행권과 마찬가지로 ‘이자 장사’에 집중한다는 평이다. 2025년 1월 기준 토스뱅크 예대금리차는 2.43%포인트에 달한다.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NH농협은행(1.46%)보다 1% 가까이 높다. 예대금리차는 은행이 돈을 빌려주고 받는 대출금리와 예금자에게 지급하는 금리 간 격차로 은행 수익의 원천이다. 예대금리차가 클수록 은행 이익이 좋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토스를 비롯한 인터넷은행 설립을 인가한 배경에는 이자 장사에 집중하기보다 혁

신 상품 개발로 금융권 전체에 활력을 주라는 의도가 강했다”며 “수익 확보를 위한 예대마진이 중요하지만, 기존 은행과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설립 의도와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매출과 수익성에 집중하는 탓에 위험한 상품을 내놓기도 한다. 3월에 내놨다 논란이 된 ‘포인트 지급 이벤트’가 대표적이다. 해당 이벤트는 고객이 이벤트에 참여하면 기념 포인트로 1만원을 지급하고, 이후 카톡으로 이벤트 링크를 공유하면 추가 1만원을 지급한다. 이어 링크로 초대받은 대상이 대출을 실행하면 이벤트 참여 고객이 추가 1만원을 수령한다. 나열한 세 단계를 모두 거쳐야만 3만원을 받을 수 있다. 즉, 3만원을 받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대출을 실행해야 한다. 사실상 대출 권유에 가까운 상품에 소비자들은 ‘인간관계 단절 이벤트냐’ ‘이벤트 참여하면서 보증을 서야 하는 것인가’라는 등 날선 반응을 보였다. 토스 측은 “논란이 된 이벤트는 토스 앱 내의 ‘대출받기’ 탭에서만 노출시켜 대출 수요가 있는 고객에 한정해 진행했고, 취지나 목적도 대출 권유나 가입 유도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2. 조직 내 힘겨루기…‘사일로 현상’

뱅크 vs 증권…‘환전’ 놓고 갈등

‘비바리퍼블리카(공화당, 만세)’라는 사명에 맞지 않는 조직 내 갈등도 엿보인다. 핵심 계열사인 토스뱅크와 토스증권 간 힘겨루기가 대표 사례다. 토스뱅크의 효자상품이 된 ‘외화통장’은 토스증권과의 협의 없이 출시됐다. ‘평생 환전 수수료 무료’는 토스증권으로서는 달가운 일이 아니다. 환전 수수료 시장은 20조원에 육박할 만큼 크고 수익성이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스뱅크는 ‘평생 환전 무료’를 내놓으면서도 토스증권과 사전 조율은 없었다고 알려진다.

그러자 토스증권도 맞불을 놨다. 해외 주식 거래 고객이 외화를 직접 입금할 수 있는 ‘달러 송금’ 기능을 도입하면서 토스뱅크 외화통장을 배제했다. 타 은행 고객은 외화를 토스증권으로 바로 보낼 수 있다. 다시 말해 금융 소비자가 외화를 원화로 환전해 토스증권에 보낸 다음, 다시 외화로 환전하는 번거로운 작업을 거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토스뱅크 외화통장 이용자는 이런 혜택을 볼 수 없다. 토스뱅크 외화통장에 달러를 넣어뒀다고 하더라도 토스증권으로 바로 송금하지 못한다. 토스뱅크 환전 수수료 무료 효과 역시 토스증권에서 누릴 수 없다는 의미다.

이승건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투명한 정보공개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젠 계열사 간에도 서비스 출시 전까지 협업은커녕 보안을 철저히 유지하는 분위기가 나타난다. 조직의 공동목표나 이익보다는 자기 부서를 챙기는 ‘사일로 현상(Silo effect)’이 나타나는 셈이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이 초기에는 창업자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협업에 나서다가 덩치가 커지면서 조직 내 분란이 늘어나는 대기업병이 나타난다”며 “토스가 그 단계에 직면한 것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토스뱅크와 토스증권 등, 이른바 ‘돈이 나오는’ 계열사 직원과 그렇지 못한 계열사 직원 간 보이지 않는 갈등이 생겨나는 것도 마찬가지 현상”이라고 짚었다.

3. 韓 금융사가 국내 대신 나스닥?

‘허가’ 덕에 돈 벌고 과실은 해외로

미국 나스닥 상장 추진에 대한 불만도 크다. 국내 증시 상장을 추진하던 토스는 지난해 말 돌연 국내 상장 작업을 중단했다. 국내 주관사였던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도 알렸다. 나스닥 상장 주관사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쿠팡, 웹툰엔터테인먼트(네이버웹툰) 등 국내 기업의 미국 상장을 이끈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이 후보로 거론된다. 토스 실적이 좋아지며 흥행 가능성도 커졌다. 증권플러스비상장에 따르면. 비바리퍼블리카의 기업가치는 12조~20조원가량이다.

토스는 글로벌 앱으로 성장하고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 미국 증시 상장을 도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표적인 규제 산업인 금융에서 ‘허가’라는 특혜를 얻은 회사를 미국에 상장하는 게 맞느냐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금융업이 국민 자산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공공 성격을 가진다는 점에서 해외로 자금을 유출할 수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투자자가 해외 주식을 살 수 없는 건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토스의 해외 상장은 국내에서 돈을 벌고 그 과실을 해외 투자자에게 주겠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금융이 규제 산업이자 공공 영역에 가깝다는 점에서 토스의 나스닥 상장은 논란 소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한 애널리스트는 “토스가 미국으로 직접 진출할 정도의 성장성을 갖췄는지는 의문”이라며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그저 도망치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나스닥에서 10조원 이상 기업가치를 인정받겠다는 목표도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토스 자본 총계는 8580억원으로, PBR(주가순자산비율) 기준으로 3배 이상을 받아야 10조원이 되는데 쉽지 않다는 게 금융투자 업계 평가다. 한국 금융지주사 PBR은 1에 훨씬 못 미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증권 업계 관계자는 “상장한다고 하더라도 주가 유지는 다른 얘기”라며 “쿠팡이나 네이버웹툰처럼 상장 뒤 빠르게 식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이승건 대표는 IPO와 관련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그는 최근 10주년 간담회에서 “IPO는 글로벌 기업이 됐을 때 보여줄 수 있는 첫 번째 행보인 것 같다”며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결정된 사항이 없기 때문에 말을 하기에는 이르다”고 했다.

매경이코노미

한편 토스가 사세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무리수를 두는 서비스를 내놓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사진은 최근 물의를 빚었던 ‘대출 이벤트’. (온라인 화면 갈무리)


4. 금융당국 중징계한 임원 중용

이승건 대표 경징계도 뒷말 무성

임원 인사에서도 잡음이 터져나왔다. 금감원은 지난해 10월 서현우 비바리퍼블리카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대해 중징계인 ‘감봉 3개월’의 제재 조치를 확정·통보했다. 금융감독원장의 수용·결정 등의 절차는 남았지만 행위자 감경은 ‘1단계’만 가능하기 때문에 중징계는 확정된 셈이다.

하지만 비바리퍼블리카는 2개월 뒤 그를 COO(최고운영책임자)에 이어 CFO 겸직을 맡겼다. 토스는 당시 국내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이었는데 서 CFO가 상장주관사 선정 작업 등을 총괄했다. 중징계가 예상되는 임원이 중책을 맡는 건 통상적인 금융권 관행과 거리가 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 중징계를 받으면 대체로 그에 상응하는 별도 인사 조치를 내리거나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일반적”이라며 “잘못에 대한 반성 차원이기도 하고 금융 소비자에 대한 예의”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내부에서조차 “징계를 받은 임원을 임명하는 게 정상적이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 같은 토스의 행태는 금융감독원으로 불똥이 번졌다. 관련 사안에서 이승건 대표가 경징계인 과징금 처분을 받은 것이 논란이 됐다. 금감원 검사국에서는 이 대표에게 중징계에 해당하는 ‘직무정지 3개월’을 요구했다. 하지만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제재심의위를 거치면서 이 대표 제재는 경징계에 해당하는 ‘주의적 경고’로 두 단계 감경됐다. 토스 이전 두 단계 감경은 2020년 라임 사태 당시 신한금융투자뿐이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취임 초부터 금융권에 일관되게 엄한 잣대를 들이대온 금감원 기조의 유일한 예외가 토스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와 함께 금감원 부원장 출신 박세춘 법무법인 화우 고문이 지난해까지 토스뱅크 사외이사로서 ‘일정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또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을 지낸 손병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최근 토스인사이트 대표로 선임된 점이 영향을 끼쳤다는 말이 나왔다. 2023년 윤석열 대통령 미국 순방 때 금융사 대표로 유일하게 동행한 이 대표의 정치권 인맥설까지 등장했다.

5. 채용 인원 ‘절반 가까이 이직’

신의 직장이라지만…고된 업무 강도

토스를 상징하는 단어 중 하나가 ‘높은 업무 강도’다. 이 때문에 최고의 회사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이직률이 낮지 않다. ‘역삼의 등대’라 불리던 시절보단 나아졌지만, 여전히 타 회사에 비해 노동 강도가 높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업 평판 플랫폼 ‘잡플래닛’에 올라온 리뷰 중 조직문화, 워라밸, 야근, 수직적인 상사 등을 단점으로 꼽은 글만 227건에 달한다.

토스를 퇴사한 A는 “꽤나 업무 강도가 높다. 어려운 수준의 고객 요구가 많기 때문에, 정신적, 육체적인 피로도가 높은 편이다. 조직 자체가 워라밸을 중시하기보다는 업무에 대한 집중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남겼다.

이 때문에 타 회사 대비 조건이 좋음에도 회사를 떠나는 직원이 상당수다. 원티드인사이트가 국민연금 자료를 토대로 입사자·퇴사자 현황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4월부터 2025년 1월까지 422명이 입사했고 255명이 퇴사했다. 채용한 인원 중 절반이 넘는 인원이 회사를 나간 셈이다. 2024년 8월의 경우 입사자와 퇴사자 수가 똑같았다. 익명의 토스 전직 직원은 “회사가 성장하면서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할 텐데, 언제까지나 이런 높은 업무 강도를 유지할 수 있을진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했다.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2호 (2025.03.26~2025.04.01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 기사를 본 사람들이 선택한 뉴스

  • 뉴스핌[일문일답] 정의선 회장 "관세 발표 이후가 시작...4월 2일 이후 매우 중요"
  • 뉴시스"우체국 영엄점서 은행 업무"…은행대리업 연내 도입(종합)
  • 뉴스1HD현대중공업, 필리핀 해군 3200톤급 초계함 2번함 진수
  • 연합뉴스트럼프 "4월3일부터 외국산 車에 25% 관세"…관세전쟁 전선 확대(종합3보)
  • 아시아경제부동산도 자영업자도 '양극화'…한은 "취약부문 빚 갚을 여력 떨어진다" 경고(종합)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