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가로 내려온 산불 경북 의성 산불 발생 사흘째인 24일 의성군 옥산면 입암리 한 마을 주변으로 불길이 거세게 번지고 있다. 연합뉴스 |
건조·강풍·고온에 진화 난항…산불영향구역 8490㏊로 확대
안개로 시야 확보 어려워 헬기 투입 차질…산불 장기화 우려
부상자 11명으로 늘어…주택·사찰·공장 등 건물 134개 피해
지난 21~22일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경북 의성·경남 산청·울산 울주 등 세 지역의 대형 산불(대응 3단계)이 좀처럼 진화되지 않고 있다. 강풍과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탓이다. 가장 규모가 큰 의성 산불은 계속 번지면서 인접한 안동시마저 위협했다. 정부는 의성·울주·경남 하동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추가 선포했다.
산림청 집계를 보면 24일 오후 8시 기준 의성 산불 진화율은 60%, 산청 85%, 울주 95%를 나타냈다.
확산된 산불은 오후 들어 인접한 안동시까지 번졌다. 의성군은 이날 오후 2시34분 재난문자를 통해 “현재 산속에 있는 진화대원들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고 명령했다. 의성읍 업1·2리, 옥산면 감계1·2리 등의 주민들은 물론 인접한 안동시 길안면 현하1·3리, 남선면 신흥리 등에도 대피명령이 내려졌다.
산불 확산으로 오전 6시 65%였던 진화율은 오히려 60%로 떨어졌다. 의성 산불의 전체 화선 길이도 164㎞로 오전 6시(125.9㎞)보다 늘었다. 화선이 길어질수록 더 많은 인력과 장비 투입이 필요하다.
의성 산불로 고찰인 옥련사도 위험에 처했다. 신라 흥덕왕 때 창건된 옥련사는 임진왜란으로 소실돼 1605년 다시 지어진 사찰로 경북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목조아미타여래좌상과 비지정 유물인 목조아미타여래좌상 대좌, 불화 괘불이 보관돼 있다. 의성군은 이 유물들을 조문국박물관으로 옮겼다.
조계종 소속 사찰인 석불사를 방호해달라는 요청도 소방당국에 들어왔다. 석불사는 산불 최초 발화 지점인 안계면과 인접한 비안면 자락리에 있다. 고려시대 약사여래불인 석조여래좌상(경북 유형문화재 제56호)이 있다.
그나마 산청·울주 산불 진화율이 다소 높아진 건 희망적이다. 지난 21일 산청과 하동 두 지자체에 걸쳐 발생한 산청 산불 진화율은 이날 오전 6시 70%에서 85%로 높아졌다. 산불의 영향구역은 1553㏊(산청 924㏊, 하동 629㏊)로 오전 대비 소폭 늘었다. 같은 날 발생한 울주 산불도 진화율이 오전 66%에서 95%로 올랐다. 산불영향구역은 405㏊로 오전(278㏊) 대비 100㏊ 이상 늘었다.
산림당국은 밤에는 방어선을 구축해 민가로 향하는 불길을 저지하고, 동이 트면 헬기로 주불을 진화하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다. 이날도 의성과 산청, 울주에 각각 헬기 60대, 35대, 15대를 투입했고, 동원된 인력도 6741명에 이른다.
그럼에도 건조한 대기에 강한 바람까지 더해져 주불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 경북지역에는 순간풍속 초속 15m 안팎의 강한 바람이 불고, 산지에는 순간풍속 초속이 25m 안팎에 달했다. 최고 25도 내외의 고온에 건조한 대기도 악조건이다. 의성, 산청, 울주 모두 건조주의보가 내려졌다.
의성의 경우 안개와 연기로 시야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헬기 투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산불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집계를 보면 이번 전국 동시다발 산불로 인한 인명 피해는 15명이다. 산청에서 4명이 숨졌고, 다른 지역에서도 진화대원 6명과 주민 1명, 소방공무원 2명 등이 부상을 당했다. 지금까지 주택 90채가 전소되는 등 창고·사찰·공장을 포함한 건물 134곳에 피해가 발생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의성·울주, 경남 하동군 등 대형 산불 발생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추가 선포했다. 산청은 앞선 22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바 있다. 행정안전부는 “이들 3개 지역을 추가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것은 대규모 산림 소실과 이재민 발생 등 피해 규모가 커 정부 차원의 신속한 수습과 피해자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한 권한대행은 “산불 진화 인력의 안전 확보와 이재민분들의 불편 해소를 최우선으로 생각했다”며 “정부는 산불 진화 완료 후 피해 수습과 복구에 대해 행·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주영재·이종섭·백경열·김정훈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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