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현지 기자) '계시록' 연상호 감독이 '연니버스'를 깨고 새로운 시도를 예고했다.
24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에서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 연상호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연 감독은 "'폭싹 속았수다'가 4막으로 공개되지 않나. '폭싹 속았수다'보다가 '계시록'도 보고, 넷플릭스가 똑같은 것만 보는 느낌이 아닌 장르적 다양성 종합엔터테인먼트 서비스가 되려고 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내용 자체가 찬반이 갈릴 수 있는 내용"이라며 "극장은 민감하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까 아주 대중적인 작품은 아닐 수 있겠다 생각했다. 그래도 극장에서 적정한 예산 안에 한다면 큰 성공까지 아니더라도 의미 있을 것 같아 극장 쪽으로 생각했는데 마침 극장에 투자상황이 얼어붙고 경직화됐다. 그래서 넷플릭스까지 포함해서 이야기를 시작했던 것이고, 넷플릭스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원했기 때문에 그런 니즈가 맞아서 하게 된 것이 아닐까라고 유추하고 있다"고 연이어서 넷플릭스와 작업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계속해서 일을 할 수 있는 원천에 대해 "독립 애니메이션을 되게 오래 했기 때문에 영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귀한지 안다"라며 "기회라고 하는 것은 언젠가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 있는 거라서. 작품을 할 수 있는 시기에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솔직히 털어놨다.
이어 "독립 애니메이션을 몇 편하다가 '부산행'이라는 영화로 흥행을 많이 하면서 근원이 뭘까, '부산행'이 히트를 친 근원이 무엇일까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 그걸 재연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에 고민했는데, 작품이 '부산행' 정도의 히트를 치는 것은 창작자 개인의 능력이나 운만으로 되는 건 아닌 것 같다"라며 "'흐름 속에서 무언가 해나가야겠다, 기회가 허락하는 선에서'라고 생각하면서 작업을 해온 것 같다"고 말했다.
작품에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이그제큐티브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연 감독은 쿠아론과의 협업이 넷플릭스에 가기 전부터 이루어졌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당시에 미국 프로젝트에 파트너를 만나기 위해서 여러 제작사와 미팅을 할 때였다. 쿠아론 감독이 저를 되게 좋아하니까 당시 이야기하던 프로젝트가 아니더라도 같이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 주셨고, 같이 작업해 보니까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감독의 비전을 중시 여긴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연 감독은 "있는 틀 안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한다. 유튜브와 경쟁하고 싶다"라고 깜짝 고백했다.
그러면서 "딸도 4학년인데 유튜브 많이 본다. 같이 보면 재밌다. 그런데 너무 싸게 만들었는데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싸게 못 하나?'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 유튜브는 혼자 창작해 내는 건데 영화는 많은 사람이 필요하기도 하고 경쟁의식이 생기기도 한다. 그럼 다음 영화는 아무에게도 손 벌리지 말고 유튜버처럼 만들어볼까 하는 것도 있다. 그런 것들을 시도를 해보는 거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저는 제 작품이 되게 좋다. 저처럼 재밌게 보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라며 "혹평과 호평을 받는데, 미묘한 게 있다. 혹평을 하는 분들이 제 작품을 다 혹평하지는 않는다. 이게 연상호의 다양성의 방증"이라며 자신의 작품에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염력'(2018) 같은 거 한 번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잘 됐으면 '염력' 쪽으로 더 갔을 수도 있는데, 잘 안되다 보니 그런 작품을 요구하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조금 더 키치한 형식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다양한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고, 이후 넷플릭스와의 협업은 일본어 작품이라고 밝힌 연 감독은 "제가 하고 있는 틀 안에서 탈출하고 싶지, 흔히 '연니버스'라고 하는 성을 견고하게 하고 싶지는 않다. 진짜 성은 아니지 않나(웃음)"라며 앞으로의 활동에 기대감을 더했다.
'계시록'은 넷플릭스 스트리밍 중이다.
사진=넷플릭스
윤현지 기자 yhj@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