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보면 1902년에 지어진 이 벽돌 건물은 과거의 모습을 간직한 것 같다. 오래전에 잊힌 채로 반쯤 버려진 산업 시설의 고전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그리고 이곳은 메르세데스 벤츠가 생산의 디지털화를 위한 디지털 팩토리 캠퍼스로 사용될 예정이다.
브라운필드가 첨단 기술의 중심지가 된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베를린 소재 디지털 팩토리 캠퍼스.Mercedes-Benz |
그러나 첫인상은 속임수에 가깝다. 안으로 들어가 보면, 이 건물은 미래 생산의 중심지이다. 로봇이 눈에 띌 정도로 많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는 현재 로봇 분야에서 가장 인기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인 아폴로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휴머노이드 아폴로는 베를린 마리엔펠데에서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방법을 배우고, 생산 현장에서 유연하고 지능적인 지원 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다.
전통과 디지털 우선 접근 방식의 결합
가장 오래된 생산 현장에 있는 디지털 혁신 센터는 그 자체로 선언이다. 효율적이고 고품질의 자동차 생산을 보장하기 위해 메르세데스 벤츠는 전통적인 장인 정신과 현대성을 결합하는 디지털 우선 접근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또는 메르세데스 벤츠 그룹 AG 이사회의 요르크 부어처가 말한 것처럼, “베를린 마리엔펠데 공장을 통해 메르세데스 벤츠는 자동차 생산의 선구자로서 독일이 혁신의 글로벌 중심지로 인식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 이사회의 요르크 부어처가 새로운 CLA의 생산에 대한 디지털 우선 접근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Mercedes-Benz |
그 예로 라슈타트 공장에서 생산되는 새로운 CLA의 도입을 들 수 있다. 라슈타트에서의 생산 계획과 통합은 디지털 팩토리 캠퍼스에서 개발한 디지털 트윈의 도움으로 이루어졌다. 생산 시설의 가상 복제본을 통해 진행 중인 시리즈 생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모델의 시작 단계를 최적화할 수 있다.
생산 현장에서의 MB.OS
또 다른 중요한 측면은 새로운 메르세데스 벤츠 운영체제(MB.OS)의 통합이다. 차량뿐만 아니라 생산 공정에서도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 과거에는 차량에 설치된 다양한 제어 장치는 공급업체가 설치한 각각의 소프트웨어로 동작했다. 업데이트는 사후적으로, 때로는 작업장에서 설치해야 했다.
MB.OS를 통해 메르세데스 벤츠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이제 생산 라인에서 직접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수행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메르세데스 벤츠는 생산 현장에 두 개의 중앙 업데이트 지점을 도입했다.
메르세데스는 CLA의 MB.OS를 통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이 소프트웨어는 생산 과정에서 업데이트된다.Hill |
첫 번째 단계에서는 각 차량에 MB.OS 커널 형태의 핵심 운영 체제가 탑재된다. 그 다음에는 장비에 따라 최신 소프트웨어 버전이 두 번째 업데이트 지점으로 전송된다. 앞으로 메르세데스는 이런 방식으로 일관된 소프트웨어 버전의 차량을 공급하는 것뿐만 아니라 공급업체로부터 더 독립적으로 운영하고자 한다.
목적에 맞게 자체 개발한 LLM 제품군
AI 분야에서도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자체 AI 스위트인 MO360 LLM을 개발했는데, 챗GPT와 같은 전통적인 LLM의 두 가지 문제, 즉 환각을 일으키는 경향과 인터넷의 일반 콘텐츠로 훈련된 모델의 도메인 지식 부족 문제를 해결했다. MO360(Mercedes-Benz Cars Operations 360)은 2020년 도입한 디지털 플랫폼이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일반적으로 LLM을 사용해 분석 및 요약과 같은 작업을 자동화한다. MO360 LLM 스위트는 미세 조정한 오픈소스 LLM을 기반으로 하며, 딥시크, 라마, 미스트랄 AI, 몰모(Molmo) 같은 모델을 사용한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현재 내부 데이터, 프로세스, 생산 노하우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이들 모델을 교육하고 있다. 따라서 MO360 LLM 스위트를 사용하면 이런 모델을 용도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
전략적 관점에서 볼 때, 메르세데스 벤츠는 AI를 고립된 기술로 보지 않고 생산 노동자의 기술을 강화하고 작업 과정을 최적화하는 도구로 간주한다. 메르세데스 벤츠 그룹 CIO인 카트린 레흐만이 강조하듯이, 생산 현장에서의 AI는 “더 이상 단순한 과대광고가 아니라 이미 생산 라인에서 사용되고 있다.”
현장 직원의 적극적인 참여로 만드는 싱크탱크
AI 도구를 위한 싱크탱크는 MO360 AI 팩토리(MO360 AI Factory)이다. AI 팩토리는 생산 현장에서 직원을 지원하는 AI 도구를 개발하기 위해 설립됐다. 특히, 기계 운영자, 라인 엔지니어, 품질 엔지니어 등이 그 대상이다. 이들 직원이 일상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생산 최적화와 AI 활용이 가능하고 유용할 수 있는 부분을 가장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MO360을 통한 디지털 연결된 생산 현장Mercedes-Benz |
따라서 AI 도구는 생산 직원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개발된다. 초기 아이디어에서 기술 솔루션 개발 및 전 세계 배포에 이르기까지 AI 전문가와 생산 직원이 함께 진행한다. 이런 협업적 접근 방식을 통해 메르세데스 벤츠는 개발된 도구가 직관적이고 접근 가능하며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들고자 한다.
예를 들어, 메르세데스 벤츠는 AI의 도움을 받아 중앙 지식 관리 도구인 디지털 팩토리 챗봇 생태계를 구현했다. 이 생태계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생산 및 물류에 관한 모든 지식을 다양한 지식 영역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준다.
디지털 팩토리 챗봇 생태계는 지식 관리 도구로서 직원들을 지원한다.Mercedes-Benz |
신입 사원이든 경험 많은 동료든 유지보수 작업, 고장 또는 작동 지침에 관한 질문을 챗봇에 입력하기만 하면 필요한 정보를 즉시 받을 수 있다. 디지털 팩토리 챗봇을 전 세계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직원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언어로 질문을 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여러 가지 메커니즘을 통해 답변의 신뢰성을 보장한다. 예를 들어, 답변은 원본 문서에서 관련 부분으로 직접 연결되는 인용문과 함께 제공된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정보의 출처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지식 영역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선별하고 검증한다.
디지털 팩토리 캠퍼스 내부Hill |
디지털 팩토리 챗봇 생태계로는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작업은 MO360 AI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이 맡는다. 이 시스템은 여러 AI 에이전트(예를 들어, 물류 에이전트, 조립 에이전트, 프로그래밍 에이전트, 데이터 에이전트)가 팀을 이뤄 협력해 복잡한 작업을 해결한다. 이렇게 하면, 예를 들어 품질 엔지니어가 AI 에이전트 팀 전체에 문제를 위임할 수 있다.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은 에이전트 간의 소통을 통해 문제의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개발한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Hill |
사용자는 AI 에이전트의 모든 커뮤니케이션과 개별 단계를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에이전트의 “그룹 채팅”을 통해 사용자는 솔루션이 어떻게 개발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결과물에 대한 신뢰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인간 우선 접근법으로 신뢰성 확보
메르세데스 벤츠는 생산 현장에서 새로운 AI 사용례를 촉진하기 위해 체계적인 아이디어 생성 프로세스를 도입했다. 이는 생산직 노동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한다. 워크숍을 비롯한 여러 형식을 통해 생산직 노동자는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와 제안을 제시하며 문제를 직접 해결한다. 메르세데스 벤츠에 따르면, 이런 “인간 우선” 접근 방식은 개발된 AI 솔루션이 생산의 실제 요구와 과제를 해결하도록 보장한다.
디지털 팩토리 캠퍼스의 모습Hill |
메르세데스 벤츠는 또 다른 영역인 로봇의 사용에 있어서도 인간 노동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1971년 차체 공장에 최초의 산업용 로봇이 도입된 이래, 로봇은 인간 노동자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역할을 했다. 반복적이거나 위험한 작업에서 직원들을 해방하고 생산의 품질과 효율성을 향상시킨다는 것이 메르세데스 벤츠의 철학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아폴로Hill |
이 기본 원칙은 곧 출시될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에도 적용된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현재 앱트로닉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폴로를 생산 시설에 도입하고 있다. 휴머노이드를 전통적인 로봇보다 더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기를 바라는데, 이를 위해 앱트로닉에 수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앱트로닉의 CEO 제프 카르데나스는 로봇 공학의 현재 발전 상황을 1980년대 초 메인프레임 컴퓨터에서 개인용 컴퓨터로 전환된 것과 비교함으로써 그 차이를 설명한다. 카르데나스는 “현재 산업용 로봇은 메인프레임과 같은 특정 작업을 위해 프로그래밍되어 있지만,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공지능의 발전, 특히 생성형 AI의 발전 덕분에 다양한 작업을 학습하고 적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작업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아폴로Mercedes-Benz |
메르세데스 벤츠의 아폴로가 진정한 자율성을 갖추어 AI를 통해 학습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걸릴 것이다. 첫 번째 단계로, 직원들은 원격 작업 프로세스와 증강 현실을 사용해 자신의 지식을 아폴로에게 이전했다. 또한, 아폴로는 MO360 환경 내에서 특정 사용례를 훈련하기 위해 생산 환경에서 데이터를 수집했다.
메스세데스 벤츠는 품질 검사 및 물류 분야에서 아폴로의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분야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적응력으로부터 특히 많은 이점을 얻을 수 있는데, 초기에는 반복적인 작업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예를 들어, 아폴로는 부품이나 모듈을 생산 라인으로 운반하고, 실제 조립은 생산 라인의 경험 많은 직원이 수행하는 식이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2020년에 도입된 디지털 생산 생태계인 MO360을 AI 지원 기능과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확장하고 있다. 생산 계획의 디지털 트윈부터 생산 라인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위한 지능형 지원에 이르기까지 전체 가치 사슬에 걸쳐 일관된 디지털화를 통해, 메르세데스 벤츠는 다가오는 자동차 산업의 변화를 주도할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변화의 방향을 결정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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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ürgen Hill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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