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년 만에 시중은행에서 1%대 예금금리 상품이 다시 등장했다. 은행에 돈을 맡겨봐야 받을 수 있는 이자가 1%대에 불과하다고 하니 예금에서 돈을 빼는 사람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25일부터 저축예금상품인 '경기기회사다리 통장'의 우대금리를 연 2.1%에서 1.85%로 0.25%포인트 낮출 예정이다. 기본 금리(0.1%)와 더하면 최고금리는 1.95%다. 1년간 100만원을 예치하면 이자로 채 1만원을 못 받는 셈이다. 경남은행도 정기예금 최고금리를 연 2.2%에서 연 1.95%로 낮췄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대표 예금 상품의 금리를 속속 내리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우리 첫거래우대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0.10~0.30% 포인트 인하한다. 이에 따라 최고금리는 연 2.3%에서 2%로 하향 조정됐다. 농협은행 NH내가Green초록세상예금의 최고금리는 지난달 연 3%에서 이달 2.8%로 0.2%포인트 낮췄다.
예·적금 금리가 이달 들어 낮아지는 것은 은행들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조치를 발 빠르게 대출 상품에 적용했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이날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년 만기 예금 평균 금리는 연 2.56%로 전월 평균 금리 대비 0.36%포인트 떨어졌다.
예·적금 금리 하락 속도가 가파르다 보니 관련 상품을 찾는 수요도 줄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이달 4~21일 정기예금 잔액을 집계한 결과 929조5386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월 말(938조4억원)보다 8조4618억원 줄어든 액수다. 이달 영업일이 약 5일 남아있는 것을 고려해도 2월 정기예금 증가세(15조4419억원)에는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대출 금리 인하 속도는 예·적금보다 더디다. 5대 시중은행의 이달 평균 가계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4.63%로 전월 대비 0.13%포인트 낮아지는 데 그쳤다. 은행들은 기준금리가 내려가도 가산금리를 높이거나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출금리 변동 속도를 줄인다. 금리를 빠르게 내리면 가계대출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다시 인상할 때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예대금리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5대 시중은행의 이달 가계대출 평균 예대 금리차는 1.57%로 1년 전보다 0.7%포인트 높아졌다. 이런 와중에 정책대출 금리는 금융당국의 대출 조이기 기조에 즉각 호응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날부터 주요 은행들의 주택도시기금 구입자금(디딤돌)·전세자금(버팀목) 대출금리는 일괄 0.2%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8월 이후 7개월 만의 인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3%대 예금금리는 이제 대부분 2%로 낮아질 것"이라며 "대출 가산금리를 조정하지 않고는 사실상 대출 조정이 어려워 고심이 크다"고 말했다.
아주경제=권가림 기자 hidde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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