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호블란이 2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이니스브룩 리조트 코퍼헤드 코스에서 열린 PGA 투어 발스파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사진=AP/뉴시스) |
호블란은 2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 하버의 이니스브룩 리조트 코퍼헤드 코스(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4타를 줄여 최종 합계 11언더파 273타를 기록하고 정상에 올랐다. 2위 저스틴 토머스(미국·10언더파 274타)를 1타 차로 따돌려 우승 상금 156만 6000 달러(약 22억 9000만 원)를 받았다. 2023년 페덱스컵 챔피언에 오르는 등 시즌 3승을 거둔 뒤 차지한 PGA 투어 통산 7승째다. 한 시즌 성적을 포인트로 환산해 순위를 매기는 페덱스컵 랭킹은 137위에서 26위로 크게 상승했다. 19위로 떨어졌던 세계랭킹 또한 8위로 복귀할 전망이다.
1997년생인 호블란은 노르웨이 골프의 개척자다. 노르웨이 오슬로 출신인 그는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로 두각을 나타냈고, 프로로 전향해서도 노르웨이인 최초의 기록을 여러 차례 써냈다. 2019년 메이저 마스터스에 출전하고 컷을 통과한 첫 노르웨이인, 2020년 PGA 투어 최초 노르웨이인 우승, 2021년 유러피언투어 최초 노르웨이인 우승 등을 기록했다.
마지막 날 승부의 향방을 가른 건 코퍼헤드 코스의 가장 어려운 16번홀(파4)이었다. 475야드 전장인 16번홀은 기울어진 대각선 페어웨이 양옆으로 큰 나무가 줄지어 있어 티샷을 떨어뜨려야 할 지점이 상당히 좁다. 또 페어웨이 오른쪽 전체에 물이 흘러내려 샷 정확도가 중요하다.
16번홀은 지난해 4라운드에서 평균 4.294타, 1라운드에서 평균 4.414타 기록했다. 올해도 1라운드에선 평균 4.350타가 나왔다. 출전 선수 154명 중 보기 42개, 더블보기 12개를 쏟아냈고 버디는 9개에 그쳤다. ‘독사’라는 뜻의 코퍼헤드 코스에서 16번홀이 ‘뱀 구덩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빅토르 호블란(사진=AP/뉴시스) |
15번홀까진 토머스가 3타 차 선두로 앞서 있었다. 그러나 토머스는 16번홀에서 티샷이 페어웨이를 크게 벗어나 왼쪽에 줄지은 나무 밖으로 나가버렸고, 공을 안전하게 페어웨이에 꺼내놓은 뒤 친 3번째 샷은 그린 주변 벙커에 빠지고 말았다. 결과는 보기. 반면 호블란은 2번째 샷을 핀과 1.5m 거리에 붙여 버디를 잡아 공동 선두를 만들었다. 이어 호블란이 17번홀(파3)에서 3m 버디를 추가하면서 2타 차 선두로 달아나 우승을 강하게 예감했다.
호블란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7년간 태권도를 배워 검은 띠까지 딴 ‘유단자’다. 예전부터 “골프에 타고난 재능이 없었지만 어렸을 때 태권도로 체력과 힘을 길렀다. 태권도를 배우는 걸 매우 좋아했다”며 “태권도 수련을 통해 정신력과 규율을 지키는 중요성을 알았다.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해왔다.
이날 경기에서도 호블란의 침착함이 돋보였다. 호블란은 “경기 후반부까지도 토머스가 3타 앞섰지만 나는 침착했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1년 반 동안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번 주 우승 기대를 하지 않아 결과를 믿을 수 없다. 골프는 예측할 수 없는 스포츠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 선수 중에선 안병훈이 공동 16위(4언더파 280타), 김주형이 공동 36위(1언더파 283타)를 기록했다.
빅토르 호블란(사진=AP/뉴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