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문제와 관련 현안질의 등을 위해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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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정 검찰총장의 딸이 국립외교원과 외교부 직원으로 채용되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정황이 나왔다. 두 곳 모두 심 총장 딸이 채용 공고에 나온 자격 조건을 채우지 못했는데도 합격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 현안질의에서 “(심 총장 딸) 심아무개씨가 자격 요건에 미달했지만 국립외교원과 외교부에 1년 간격으로 합격했다”며 “아버지가 심 총장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일”이라고 했다.
한 의원 설명을 종합하면, 국립외교원은 2024년 1월 ‘교육학, 인문학, 사회과학, 커뮤니케이션학 등’을 전공하고 ‘해당 분야의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 후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자’를 자격 조건으로 하는 채용 공고를 냈다. 심씨는 당시 국제대학원 졸업을 앞둔 ‘석사학위 취득 예정자’여서 자격 요건에 미달했지만 최종 합격자로 뽑혔다. 당시 심 총장은 법무부 차관이었다. 한 의원은 채용 당시 국립외교원장이 심씨의 대학원 수업을 지도한 박철희 현 주일대사였다는 점도 지적했다.
심씨가 최근 외교부의 연구원 나급 공무직 전형에 합격한 과정도 의혹투성이다. 한 의원의 질의 자료를 보면, 외교부는 올해 1월3일 ‘경제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공무직 연구원 채용 공고를 내 최종 면접까지 진행했지만, 응시자를 불합격 처리했다. 이후 외교부는 2월5일 응시 요건을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서 해당 분야 실무경력 2년 이상인 자, 영어 능통자’로 갑자기 변경했는데, 최종 합격자가 심씨였다. 애초 경제 전공이었던 응시 자격이 유지됐더라면 심씨는 응모 자체가 불가능했다. 게다가 심씨는 국립외교원에서 일한 기간이 8개월3일에 그쳐 ‘해당 분야 실무경력 2년 이상’인 자격 요건에도 해당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심씨는 아직 외교부 직원으로 채용된 것이 아니라, 서류 및 면접 전형 절차를 통과하고 현재 신원 조사 단계에 있다”며 “채용 절차는 관련 법령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외교부는 △2024년 국립외교원 채용 공고 당시 심씨가 석사학위 소지자가 아니라 ‘취득 예정자’였음에도 합격시킨 이유 △올해 2월 외교부 연구원 채용 때 응시 자격이 경제 전공에서 국제정치 전공으로 바뀐 이유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심씨가 ‘해당 분야 근무 경력 2년’이라는 자격 조건에 미달했음에도 서류와 면접 전형을 아무런 문제 없이 통과했다면 명백한 ‘심사 부정’에 해당한다.
한 의원은 “많은 청년이 취업시장에서 좌절을 겪는데, 심씨에겐 탄탄대로였다. 현직 검찰총장의 딸이라는 사실을 빼면 설명이 안 된다”고 했다. 심 총장은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채용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강재구 기자 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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