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인공지능(AI) 경쟁 격화로 미국이 대중 반도체 칩 수출까지 제한한 가운데, 중국 알리바바의 금융 계열사인 앤트그룹이 중국산 반도체로 AI 모델을 훈련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20%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딥시크 충격'에 이어 중국 AI 산업의 또다른 성과가 될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은 앤트그룹의 최신 AI 모델은 알리바바와 화웨이 등에서 생산한 중국 칩으로 훈련했으며, 그 결과가 엔비디아 H800칩으로 훈련한 것과 유사한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앤트그룹은 이른바 전문가 조합(MoE)으로 AI 모델을 훈련했다고 알려졌다. MoE는 마치 작업의 한 부분에 집중하는 전문가 팀을 구성해 작업을 더 작은 데이터 세트로 나눠 프로세스를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머신러닝 접근법이다. 구글과 딥시크도 MoE로 AI 모델을 효율적으로 훈련했다고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MoE 모델의 훈련에는 엔비디아의 그래픽 처리 장치(GPU)와 같은 고성능 칩이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많은 소규모 AI 기업들은 고성능 GPU의 높은 비용으로 인해 AI 개발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앤트그룹은 이러한 의존도를 줄이고, 고성능 GPU 없애고 AI 모델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1월 등장한 중국 딥시크의 AI모델인 ‘R1’은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온 미국 AI 기업에 충격을 주며, 훨씬 적은 비용으로도 경쟁력 있는 모델을 훈련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평가받는다. 이에 미·중 AI 경쟁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은 엔비디아의 H800을 제외한 대부분의 미국산 반도체의 대중 수출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중국이 우수한 성능의 AI 모델을 개발한 것이다.
여기에 앤트그룹까지 가세하며 중국의 자체 AI 개발에 더욱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앤트그룹은 고성능 하드웨어를 사용하면 1조 개의 토큰(정보 단위)을 훈련하는데 약 635만 위안(약 12억8000만원)이 들지만, 최적화된 접근 방식을 사용하면 사양이 낮은 하드웨어에서도 가격을 510만 위안(약 10억3000만원)까지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로버트 리아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 수석 애널리스트는 앤트그룹의 논문을 통해 중국 AI 분야의 혁신과 기술 발전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이 엔비디아 칩에 대한 수출 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더 저렴하고 계산 효율이 높은 모델로 전환하면서 AI 자급자족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앤트그룹은 논문에서 하드웨어나 모델 구조의 작은 변화에도 모델의 오류율이 급증하는 등 일부 훈련 과정에서 안전성 등의 문제에 겪고 있다며 한계를 드러냈다고 발표했다.
한편, 앤트그룹은 최근 개발한 대규모 언어 모델인 링 플러스와 링 라이트를 의료 및 금융을 포함한 산업용 AI 솔루션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주경제=이은별 기자 star@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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