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 연구진이 만든 수백만 개의 은하와 퀘이사의 거리와 방향이 찍혀 있는 우주의 3차원 지도. 이 중 적색이동된 약 27억 광년 안쪽의 모습을 확대한 큰 지도에는 중입자음향진동의 패턴인 여러 개의 공 모양이 선명히 보인다.(DESI 출처/한국천문연구원 제공) |
(대전=뉴스1) 윤주영 기자 = 우주를 팽창시키는 암흑에너지가 45억 년 전보다 낮아졌다는, 기존 이론을 뒤집는 연구가 나왔다.
한국천문연구원이 참여하는 '암흑에너지분광장비'(DESI) 국제 공동 연구진은 약 1500만 개 은하와 퀘이사(중심부에 블랙홀이 있는 밝은 물체)를 포함한 3년간의 데이터를 사용해 암흑에너지 밀도가 약해졌다고 24일 발표했다.
DESI는 우주 에너지 70%를 차지하는 암흑에너지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우주 3차원 지도를 만드는 대규모 국제공동 프로젝트다. 미국 애리조나주 키트피크 산꼭대기 망원경에 있는 5000개 광섬유 로봇으로 구성된 다채널분광기를 사용한다. 한국을 비롯한 11개 국가, 70개 기관의 연구자 약 900명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결과에서 우주를 팽창시킨 암흑에너지의 밀도가 지난 45억 년 전보다 10% 약해졌음을 확인했다. 분석대로라면 우주의 팽창 가속도가 점점 줄고 있어 현재 표준 모형을 수정해야 할 수 있다.
DESI는 물질이 우주 전체에 어떻게 퍼져 있는지를 연구해 암흑에너지가 끼치는 영향을 추적한다. 구체적으로 중입자 음향 진동(BAO) 패턴을 분석하는 방식을 썼다.
BAO는 우주 극초기 사건으로 인해 물질 분포에 남겨진 미묘한 패턴이다. BAO 패턴은 표준 눈금자 역할을 하며, 그 크기는 우주가 확장되는 방식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다른 거리에서 눈금자를 측정한 DESI 데이터를 연구에 썼다는 설명이다. 추가로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 복사, 초신성, 약한 중력 렌즈 관측자료도 결합했다.
그 결과 표준 우주론 모형인 '람다 차가운 암흑물질 이론'(LCDM)과 결합된 관측자료가 서로 잘 들어맞지 않음을 확인했다. 반면 연구진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암흑에너지 모형이 표준 우주론 모형보다 관측 자료를 더 잘 설명해 준다고 밝혔다.
이번 DESI 3년차 데이터 분석에는 천문연의 샤피엘루알만 박사, 데이비드 파킨슨 박사, 윌리엄 매튜슨 박사, 쿠샬 로드하 박사과정 학생 등 200명 연구진이 참여했다. 특히 기관은 DESI 3년차 관측 결과 발표의 주요 논문 중 하나인 '확장 암흑에너지 분석'을 주도했으며, 쿠샬 로드하 천문연/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박사과정 학생이 주요 저자다.
한편 DESI는 총 5개년 임무기간 중 4년차 관측을 수행 중이다.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약 4000만 개 은하와 퀘이사를 측정할 계획이다.
샤피엘루알만 천문연 박사(UST 교수, 중력파우주연구단 핵심연구원)는 "암흑에너지가 우주상수가 아닐 수도 있다는 엄청난 발견의 시작"이라며 "우주론의 표준 모형을 바꾸고 이론 물리의 기반을 흔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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