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서초구 반포 소재 부동산에 매물을 소개하고 있다. /김유진 기자 |
“ 주말에는 문의가 엄청 왔죠. 오늘은 썰렁하네요. 당분간 매매 문의는 없을 것으로 예상돼 가격이 약간 조정될 수는 있어 보여요. 그런데 장기적으로는 집값이 떨어질 일은 없을 것 같아요.
”
24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A 공인중개소에 들어서니 한산한 모습이었다. “주말에는 전화통에 불이 났다”던 이 공인중개소의 대표는 “오늘은 전화가 한 통도 오지 않았다”면서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시행 첫날의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아파트 급매만 소진…오히려 매매 가격 높여
토허제 시행 직전 주말에 이뤄진 거래는 전세를 낀 매물 등 시세보다 저렴한 아파트를 위주로 이뤄졌다. 반포에서 영업 중인 B 공인중개소의 관계자는 “토허제가 시행되기 전 주말에 매물을 확인하려는 연락이 많이 왔다”며 “급매가 있는지 묻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려고 미리 집을 사둔 경우나 노후 자금을 위해 집을 팔려는 일부 매물만 거래가 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갭투자를 위해 전세를 낀 매물이나 급매를 찾는 문의는 많았으나, 거래는 예상만큼 많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급매의 경우 일부 소유주의 사정에 따른 것으로, 대부분의 소유주들이 급하게 가격을 낮춰 팔려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는 게 반포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오히려 주말에 가격을 2억~3억원 올린 경우가 다반사였다.
24일 서울 서초구 반포에 위치한 부동산에서 인근 아파트 매물을 소개하고 있다. /김유진 기자 |
반포 소재 C 공인중개소 대표는 ”세입자 있는 매물이 거래가 됐지만, 문의에 비해서는 거래가 거의 없었다고 봐야 한다”며 “일부만 계약이 된 것은 거래할 수 있는 물건 자체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지금 주인들이 매매 가격을 실거래가보다 2억~3억원 정도 높이고, 이 가격으로는 안 판다며 매매도 보류했다”며 “매수하는 사람들은 급매로 나온 물건을 찾는데 높은 가격의 매물밖에 없으니 거래가 당연히 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B 공인중개소 관계자 역시 “토허제 전 급매로 가격이 빠졌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반포는 그렇지 않다”며 “여기 사는 사람들은 급할 게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래미안 원베일리만 해도 55억원에 팔렸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건 한강 조망이 아닌 동이라서 그 가격에 거래된 것으로 실제 가격이 빠진 게 아니다”며 “최근 같은 평수(34평)가 한강이 보이는 동의 경우 70억원대에 거래됐다”고 덧붙였다.
◇토허제 학습효과에 시장 관망세로…매물 잠기기도
서초구의 부동산 시장은 토허제가 적용되는 기간인 9월 말까지 관망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A 공인중개사 대표는 “당분간 거래가 없이 시장 상황만 관망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매물도 잠기기 시작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초구 아파트 매물은 토허제 확대를 발표한 지난 19일 7482건에서 이날 7198건으로 3.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서초구에서는 양재동(-7.1%), 우면동(-5.9%), 신원동(-5.7%), 반포동(-5.0%) 등 순으로 매물 감소 폭이 컸다.
6월 전 보유세 부담이 큰 소유주가 내놓는 아파트 매물도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초구 소재 D 공인중개사 대표는 “공시가 상승에도 세금 부담이 1000만원 안팎에 그쳐 매물과는 큰 상관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픽=정서희 |
다만 서초구 부동산 시장은 오는 9월 토허제가 해제될 경우 다시 가격이 들썩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잠실·삼성·대치·청담의 토허제 해제 이후 대상 지역의 집값이 급등하면서 이에 대한 학습효과가 생겼기 때문이다. B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지난번 잠실·삼성·대치·청담의 토허제 해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되면 집값이 앞으로 더 상승한다는 걸 알려주는 답안지가 됐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에 대한 학습이 돼 있다”고 했다.
반포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급하게 팔 것 없이 제가격에 매도할 것”이라며 “토허제 시행으로 전세 가격이 오르게 되면 당연히 매매 가격도 끌어올릴텐데 기다리기만 하면 적정 가격에 팔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토허제로 묶인 지역의 집값 상승세는 꾸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에 따르면 잠실·삼성·대치·청담에 대한 토허제가 시행된 2020년 6월을 기준으로 직전 2년(2018년 6월~2020년 5월)과 직후 2년(2020년 6월~2022년 5월)의 아파트 매매량을 조사한 결과, 거래량은 4개 지역에서 모두 감소했다.
그러나 이들 지역의 가격 상승세는 최근까지 지속됐다. 잠실 아파트 매매가는 2020년 6월 3.3㎡(1평)당 5758만원에서 지난달 7898만원으로 37.2% 올랐다. 같은 기간 청담동과 대치동, 삼성동의 집값 상승률은 각각 35.3%, 35.9%, 32.4% 상승했다.
김유진 기자(bridg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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