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화재까지 소환해 '억지춘향식' 끼워 맞추기
대통령실, 음모론 제기 유튜버에 법적대응 경고
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사흘째인 24일 의성군 점곡면 야산에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번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파이낸셜뉴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하면서 온갖 유언비어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가운데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발생한 산불을 둘러싼 음모론까지 등장했다.
음모론이 확산되자 대통령실이 24일 산불이 김건희 여사와 관련됐다는 일부 유튜버의 주장에 법적 대응을 경고하기도 했다.
"'중국'이 보낸 간첩이 방화" 온라인에 유언비어
윤 대통령 지지자 사이에서는 중국 등에서 보낸 간첩들이 국가 혼란을 야기하기 위해 중요시설을 노리고 조직적으로 방화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같은 주장에 힘을 보태기 위해 과거 화재 사고까지 가져왔다.
온라인커뮤니티엔 지난 2022년 10월 부산 화명생태공원 갈대숲에서 한 여성이 여러 차례 방화를 시도한 사건 영상을 올리면서 “중국인이 아니면 대낮에 산불을 지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화명생태공원 방화범은 한국인이었고 일반물건 방화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지난달 20일 울산의 한 대학교 캠퍼스에서 잇따라 불을 낸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중국인 유학생 뉴스도 가져왔다.
울산 남부경찰서에 잡힌 A씨는 지난달 19일 오후 1시18분께 울산시 남구 한 대학교에 있는 야산에서 불을 지르는 등 캠퍼스 안에서 총 4차례 불을 낸 혐의를 받았다.
디시인사이드 '미국 정치 갤러리'에는 지난 21일부터 사흘 동안 '산불은 반국가세력의 테러'라든가 '경찰처럼 소방관도 믿을 수 없다' 등의 글이 300여건 넘게 올라왔다.
"김건희 여사 '무속' 의식하다가 불냈다" 황당한 음모론까지
윤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는 쪽에선 산속에서 ‘무속’ 의식을 행하다 산불을 일으킨 게 아니냐는 음모론이 나왔다.
한 진보 성향 유튜버가 지난 23일 ‘김건희, 산불로 호마의식’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영상에선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과 자신의 나쁜 흐름을 바꾸려 무속적 의식을 실행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호마의식이란 불을 활용한 밀교 의식을 말한다.
구독자 2만3800여명인 유튜브의 해당 영상은 24일 오후 2시 기준 조회수가 8만8000회를 넘어섰고 X(옛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도 퍼지고 있다.
영상엔 "대선 당시도 전국 동시다발로 산불이 났다", "우연이 아니다" 등의 댓글도 달렸다.
이 영상에 대통령실은 "전 국민적 재난인 산불을 '호마의식' 등 음모론의 소재로 악용한 일부 유튜버의 행태에 강력히 유감을 표한다"라며 "명백한 허위 주장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고 법적 조치 검토 등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경고했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재난 희생자를 추모하기에 앞서 정략적으로 음모론을 만들고 이용하는 현상은 우리 사회의 극단적 갈등이 위험 수위에 다다랐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가짜뉴스 생산자와 플랫폼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고 방치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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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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