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이후 롯데쇼핑 복귀한 신동빈
롯데쇼핑은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 롯데리테일아카데미에서 제55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재무제표 승인의 건 △이사 선임의 건 △사외이사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 총 4개 의안을 모두 원안대로 의결했다. 이번 롯데쇼핑 주총은 그 어느 때와 달리 유통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신 회장이 5년 만에 롯데쇼핑 사내이사에 복귀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2019년 12월 국민연금 등으로부터 과도한 계열사 임원 겸직을 지적받아 롯데쇼핑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났고 이후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지난해까지 신 회장은 롯데지주(004990), 롯데케미칼(011170), 롯데웰푸드(280360), 롯데칠성(005300)음료 등 4개 계열사의 사내이사를 맡아왔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롯데칠성음료 사내이사직에서 빠지고 롯데쇼핑 사내이사직을 추가했다. 그룹의 핵심인 △지주사 △화학 △식품 △유통을 모두 아우르게 된 셈이다. 더불어 주총 이후 열린 이사회에서 신 회장은 롯데쇼핑 공동 대표이사에도 이름을 올렸다. 신 회장의 유통 재건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롯데쇼핑 공동 대표는 김상현 롯데유통군 총괄 부회장, 정준호 백화점 사업부 대표, 강성현 마트사업부 대표 등 3인에서 4인으로 늘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체질개선 준비 중인 롯데쇼핑, 신동빈 효과 볼까
하지만 롯데쇼핑의 최근 실적은 좋지 않다. 2021년 15조 5811억원, 2022년 15조 4760억원, 2023년 14조 5559억원, 2024년 13조 9866억원 등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전반적인 내수 경기 침체 속에서 쿠팡 등 이커머스(전자상거래)에 밀린 오프라인 유통 환경 등이 주 원인으로 꼽힌다. 롯데쇼핑 주가도 2022년 10만원대에서 올해 6만원대까지 쪼그라들었다. 오프라인 공간 혁신 등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지만 눈에 띄는 실적 개선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한 실정이다.
신 회장은 지난해 정기인사에서 총 21명의 전문경영인(CEO)을 갈아치우는 상황에서도 롯데유통군의 주요 CEO들을 유임시켰다. 때문에 롯데쇼핑 내부에서도 올해 최소한의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신 회장의 복귀를 이 같은 경영진 압박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화학 중심으로 경질 폭풍이 일었지만 유통군은 비교적 잠잠했다”며 “책임경영 차원도 있겠지만 좀 더 ‘타이트’하게 보겠다는 오너의 의중도 엿보인다”고 했다.
롯데쇼핑의 올해 반등 전략은 저효율 점포의 체질개선, 그로서리(식품) 강화, 베트남 등 해외 사업 강화 등이다. 김상현 부회장은 이날 주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쇼핑몰 ‘타임빌라스’ 리뉴얼처럼 점포별 개선 전략을 세우기 위해 핵심 점포들을 검토 중”이라며 “마트 부문은 이(e)그로서리 앱 ‘제타’를 적극 보급해 고객 만족도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백화점은 쇼핑몰형 공간 타임빌라스 리뉴얼에 속도를 내고, 마트·슈퍼 사업부는 e그로서리 앱 제타 출시와 함께 영국 온라인 유통사 오카도와 협업해 온라인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게 올해 키워드다.
신 회장이 5년 만에 돌아온 유통시장은 최근 상황이 혼란스럽다. 국내 2위 대형마트인 홈플러스가 돌연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오프라인 유통산업에 대한 시장 불신이 더 커진 상태다. 또 유통맞수인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회장 취임 이후 공격적으로 체질개선에 나서며 1년 만에 실적 반등을 하는 등 시장에서도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롯데는 최근 행보에 있어 존재감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총수가 사내이사와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리면 기대되는 부분은 사업 추진의 과감성과 속도여서 롯데쇼핑이 올해 진행 중인 신규 사업과 리뉴얼에도 더 속도가 붙을 수 있다”며 “신 회장이 사내이사로 복귀하는 것만 해도 회사내 무게감과 분위기 전반이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