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에 복귀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24일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 사건을 기각한 가운데, 헌법재판관 8명 가운데 4명은 한 권한대행이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행위가 위헌이지만 파면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는 점 등을 참작한 결과다. 하지만 한 권한대행의 직무가 정지된 사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가운데 마은혁 후보자를 제외한 2명을 임명했고, 헌재도 마 후보자 불임명에 대해 전원 일치로 위헌 결정을 한 터라, 직무에 복귀한 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즉시 임명해야 할 당위성은 더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헌재 선고에서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불임명에 대한 판단을 내린 헌법재판관은 6명이다. 이 가운데 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 등 4명은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불임명이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고 봤지만, 파면에 이를 정도로 중대하지는 않다고 판단했다. △헌재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의도가 있었다는 점이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았고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역할과 범위 등에 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반면 김복형 재판관은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불임명이 헌법과 법률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통령의 헌법재판관 임명 의무는 ‘상당한 기간 내’에 행사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므로, ‘즉시’ 임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한 권한대행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논리다.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 가결(2024년 12월27일)이 국회가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선출안을 가결(2024년 12월26일)하고 하루 만에 이뤄진 만큼 후보자들의 자격요건 등을 충분히 검토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불임명이 헌법과 법률에도 위배되고 파면 사유로도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은 정계선 재판관이 유일하다. 정 재판관은 “(한 권한대행이) 헌재가 담당하는 정상적인 역할과 기능마저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만드는 헌법적 위기상황을 초래하는 등 헌법 및 법률 위반의 정도가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하다”며 탄핵 인용 의견을 냈다.
재판관들이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불임명을 위헌 또는 파면 사유로 보지 않는 데 참작한 상황들은 이미 상당 부분 해소된 상태다. 최 권한대행이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후보자 2명을 임명했고, 지난달 27일에는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행위가 국회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는 헌재 결정까지 나오면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할 헌법상 의무가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 선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기 위한 ‘검토 기간’도 이미 충분히 주어진 상태다. 마 후보자는 국회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선출된 지 89일째 임명되지 않고 있다.
이런 까닭에 야당은 직무에 복귀한 한 권한대행이 즉시 마 후보자를 임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 천막당사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헌재가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3인을 임명하지 않는 것이 위헌이란 점도 분명히 했다”며 “위헌 판단이 난 헌법재판관 미임명 상황을 해소하라”고 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 임명을 끝까지 거부할 경우 재탄핵이 가능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 미임명이 위헌이라는 결정 이후인 지금도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다면 파면 사유가 된다. 헌재 결정으로 ‘(대통령) 대행 역할’에 대한 논란이 끝났고, 미임명 기간도 ‘상당한 기간’을 이미 넘기고 또 넘겼기 때문”이라며 “당장 한 권한대행에게 마 후보자 임명을 강력히 요구해야 되고, 이를 거부할 경우 헌재가 정리해 준 정족수(재적 의원 과반수의 찬성)대로 한덕수 탄핵을 다시 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한 권한대행이) 같은 위헌을 반복하면 다분히 (헌재를 무력화시키려 한다는) 의도가 인정될 것이다. 한 권한대행이 두 번이나 무시하고 거부하면, 국민의 신임을 배반할 목적이 뚜렷해짐을 헌재가 분명히 경고한 것”이라며 “한 권한대행은 마 후보자를 지금 당장 임명하라”고 요구했다.
다만 한 권한대행은 직무에 복귀한 뒤 마 후보자 임명 여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여러분을) 또 뵙겠다”며 답을 하지 않았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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