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병, 방치 시 심혈관 질환·치매 등 전신 질환으로 번질 수도
치아와 잇몸 사이 꼼꼼하게 닦아야...6개월마다 정기 검진 도움 돼
과거에는 충치와 같이 치아 자체의 문제가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치아를 지지하는 잇몸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잇몸은 치아를 감싸고 지지하는 조직으로, 약해지면 치주 질환으로 인해 치아가 흔들리거나 빠지기 쉽다. 특히 잇몸 질환은 심혈관 질환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결코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잇몸 건강의 중요성과 올바른 관리법에 대해 치과 전문의 최세경 원장(연세굿데이치과)의 설명을 들었다.
Q. 건강한 잇몸의 기준이 있을까요?
건강한 잇몸이란 튼튼한 잇몸 조직뿐만 아니라 치아를 잡아주고 있는 잇몸뼈까지 건강한 상태를 말합니다. 표면상으로 연한 분홍색 또는 연한 붉은색을 띠며 출혈, 통증 및 부기가 없고 흔들리는 치아가 없는 것이 건강한 잇몸입니다.
Q. 잇몸 건강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잇몸병의 주된 원인이 되는 'p.진지발리스(Porphyromonas gingivalis)' 라고 하는 세균이 있습니다. 이 세균은 치주 포켓이라고 하는 잇몸 깊은 곳에 서식하는데, 독성 단백질을 분비해 잇몸 조직과 잇몸뼈를 서서히 녹입니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이 세균이 단순히 입안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혈류를 타고 전신으로 퍼진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이 균은 관절 조직, 심장 판막, 치매 환자의 뇌 속 등에서도 발견된 바 있으며 비만, 류머티즘 관절염, 당뇨병 등 다양한 전신 질환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게다가 잇몸질환을 방치할 경우 잇몸뼈가 녹아 치아가 빠지게 되고, 그로 인해 적절한 영양 섭취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처럼 잇몸병은 단순한 구강 문제가 아니라 전신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질환이므로, 구강 건강 관리는 곧 전신 건강 관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잇몸병의 종류와 발생 원인이 궁금합니다.
잇몸병은 흔히 치은염과 치주염으로 구분됩니다. 치은염과 치주염 모두 치아 주위 조직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입니다. 치은염은 잇몸 조직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고, 치은염이 심해지면 치주염이 됩니다. 치주염의 경우 잇몸뿐만 아니라 잇몸뼈까지 염증이 퍼져서 잇몸뼈가 파괴되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가 필요합니다.
잇몸병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은 잇몸과 치아 사이의 세균 번식입니다. 이 세균들은 음식물 찌꺼기, 치태, 치석 등에 서식하며 조금씩 염증을 일으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물리적인 세척 즉, 양치질 및 적정한 구강용품 사용을 통해 건강한 구강관리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Q. 잇몸에 어떤 증상이 나타날 때 치과에 방문해야 하나요?
잇몸병은 예로부터 '소리 없는 이빨 도둑'이라고 불렸습니다. 왜냐하면, 감기처럼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증상이 있어도 잠시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잇몸병을 방치하다가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심해지고 나서야 치과에 방문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초기 치은염의 경우 양치할 때 피가 나고 잇몸이 부은 느낌과 붉은색 발적이 관찰됩니다. 중기 치주염의 경우 치아가 흔들리고 잇몸이 내려가는 현상을 보이는데요. 말씀드린 이러한 현상들이 1주 이상 지속되거나, 증상이 사라졌다가 몇 주 이내에 다시 같은 증상이 반복될 경우 치과에 필히 내원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Q. 잇몸병으로 인해 문제가 생겼다면 어떤 치료를 받게 되나요?
치료에는 크게 2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비수술적 방법입니다. 치아 표면과 잇몸 안쪽까지 쌓여있는 치석을 제거하기 위해, 스케일링 또는 치주소파술을 이용해 치석과 염증조직을 제거하게 됩니다. 두 번째는 수술적 방법입니다. 만성 치주염으로 인해 스케일링, 치주소파술로 해결할 수 없을 때 잇몸을 절개하여 잇몸 깊숙하게 숨어있는 염증과 치석을 제거하게 됩니다. 만약 치주염으로 인해 잇몸뼈가 많이 상실되었을 경우, 치아 주위의 골 형태를 따라 뼈를 이식하거나 잇몸 조직 재생술을 병행하기도 합니다.
Q. 보통 양치할 때는 치아에만 신경 쓰는 경우가 많은데요. 잇몸도 닦아야 하나요?
맞습니다. 양치질을 할 때는 치아 표면이 아니라 치아와 치아 사이, 치아와 잇몸 사이를 신경 써서 닦으셔야 합니다. '변형 바스법'이라고 하는 칫솔질 방법을 추천드립니다. 칫솔을 45도 정도 비스듬하게 세워 치아와 잇몸 사이에 밀어 넣듯 지그시 누른 다음 좌우로 짧은 진동을 줍니다. 그 후 손목을 이용해 위로 올려주면 구석구석 쌓인 치태와 치석들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습니다. 추가로 치실과 치간칫솔을 이용하면 더 청결한 구강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Q. 구강 청결을 좋지 않게 하는 습관은 무엇이 있을까요?
음식물 찌꺼기가 구강 내 잔류하는 상태를 오래 방치하는 것은 매우 좋지 않습니다. 특히 취침 동안에는 침의 분비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세균이 번식하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 조성됩니다. 따라서 취침 전에는 꼭 양치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구강용품의 적절한 사용도 매우 중요합니다. 치실을 잇몸 안쪽까지 강하게 넣거나 치간 칫솔에 치약을 묻혀서 사용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렇게 사용할 경우 오히려 잇몸과 치아 뿌리 쪽이 마모되고 손상될 수 있습니다. 구강 관리를 위한 행동들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으니 적합한 사용 방법을 숙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Q. 잇몸병 예방을 위한 관리법이 있을까요?
꼼꼼한 양치질이 제일 중요합니다. 특히, 양치할 때 피가 나온다고 무서워서 양치를 자주 안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잇몸에서 피가 나는 이유는 염증과 치석 때문이니 피가 나더라도 꾸준한 양치질과 치실, 치간 칫솔 등을 이용하여 치아 사이와 잇몸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잇몸을 잘 잡아주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뼈와 콜라겐입니다. 종합 비타민과 콜라겐 보충제들이 도움이 되고 기본적으로 비타민 C와 같은 성분이 좋습니다. 시중에 판매하는 약물들은 대부분 잇몸 질환의 근본적인 치료가 아닌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만 시켜주는 성분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6개월에 한 번씩 치과에서 정기검진을 받고 스케일링으로 구강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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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경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