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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4천억원 웃돈에도 “안 판다”...미국 거대기업 제안 걷어찬 이 기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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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리오사AI, 메타 측에 매각 거절 통보
M&A 이후 칩 사업 방향 놓고 이견 커
퓨리오사AI “레니게이드로 성공 자신”


매일경제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 김호영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퓨리오사AI와 글로벌 빅테크 기업 메타 간 진행돼 온 인수합병(M&A) 협상이 최종 결렬된 것으로 확인됐다. 퓨리오사AI는 경영권 매각 대신 독자적 성장 가도를 걸으며,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24일 투자은행(IB) 및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퓨리오사AI는 최근 메타 측에 매각 거절 의사를 최종 통보했다. 메타는 자체 AI 칩 개발에서 기대 이하의 성능을 경험한 뒤, 기술력을 갖춘 해외 반도체 업체 인수를 타진해오다 올해 초부터 퓨리오사AI와의 협상을 본격화했다.

퓨리오사AI에 정통한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이후 메타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여러 AI 반도체 기업들을 물색하다 최종적으로 퓨리오사AI를 유력 인수 대상으로 삼고 연초부터 협상에 나섰다”라며 “양측은 가격보다 인수 후 사업 방향과 조직 구성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메타가 제시한 인수가는 8억달러(약 1조2000억원)로, 시장에서 평가하고 있는 퓨리오사AI의 기업가치(약 8000억원)를 4000억원 가량 웃돈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퓨리오사AI 내부에서 제안가를 두고 고심이 있었지만, 창업자인 백준호 대표가 메타 측의 M&A 이후 구상한 사업 시나리오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메타가 AI 반도체 시장에 본격 진출하려기보다는, 자사 AI 서비스를 위한 맞춤형 칩 설계를 염두에 두고 퓨리오사AI의 기술력과 전문 인력 확보에 초점을 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타는 ‘레니게이드’와 같은 AI 반도체 개발 사업보다, 자사 AI 서비스 구현 목적으로 검증된 시스템과 기술 인재를 통째로 흡수하려는데 더 큰 관심을 갖고 퓨리오사AI에 접근했다”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퓨리오사AI가 자금난으로 매각에 나설 것이란 시각도 있었지만, 회사 측은 앞서 진행한 브릿지 라운드에서 안정적인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퓨리오사AI는 산업은행으로부터 300억원 규모의 투자의향서(LOI)를 받았고, 유진성장펀드로부터 120억원을 포함해 총 700억원 규모의 자금을 3~4주 내에 확보할 예정이다. 이 자금은 레니게이드의 양산 준비와 운영비 등에 투입된다.

퓨리오사AI는 현재 LG AI연구원, 사우디 아람코 등 국내외 주요 기업들과 협력해 자사 칩 ‘레니게이드’의 성능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아람코는 세계적으로 AI 반도체 경쟁력을 인정받은 기업 4곳만을 선정해 협업 중이며, 퓨리오사AI는 그중 하나로 포함됐다.

레니게이드는 AI 추론 작업에 특화된 2세대 AI 반도체로, 기존 GPU 대비 전력 소비는 25% 수준에 불과하면서도 성능 효율은 두 배에 이른다. TSMC 5나노 공정 기반으로 생산되며, 세계 최초로 HBM3 메모리 2개를 탑재해 연산 성능을 극대화했다. 엔비디아의 H100 대비 절반 수준의 비용으로 구동이 가능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퓨리오사AI는 하반기부터 레니게이드의 본격 양산에 돌입하고, AI 반도체 시장에서 매출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다. 앞서 백준호 대표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레니게이드의 상업적 성공이 기업공개(IPO) 시점의 핵심 변수이고, 우리는 레니게이드의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라며 ”퓨리오사AI는 효율적 솔루션을 통해 AI 반도체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백 대표는 미국 반도체 기업 AMD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등에서 설계를 담당했던 반도체 전문가로, 2017년 4월 퓨리오사AI를 창업했다. 현재 퓨리오사AI 직원 140여 명 가운데 90% 이상이 개발자다.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박사급 인력과 구글, 퀄컴, 삼성전자 엔지니어 출신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번 매각 협상 결렬은 국내 AI 반도체 산업 전반에도 의미 있는 반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AI 반도체가 국가 전략 산업으로 부상한 만큼, 정부의 통큰 정책적 지원을 통해 한국의 AI 반도체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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