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안이 가족을 협박해서 자백했다"던 손준호(충남아산)가 중국 법원에서 승부조작을 시인한 법원 판결문이 공개됐다.
공식 발표된 판결문이 아니기에 해석의 여지는 아직 남았다. 다만 이와 같은 내용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다시 국내 활동을 재개한 손준호의 선수 생활은 완전히 끝날 수도 있다.
중국 현지 플랫폼 바이자하오는 22일 손준호와 진징다오의 승부 조작 관련 내용이 담긴 판결문을 공개했다. 해당 판결 내용은 승부조작 혐의에 얽힌 전 상하이선화 소속 친성의 판결문 중반에 드러났다.
전 산둥 타이산 손준호 |
판결문은 "진징다오는 당시 절친했던 손준호와 더불어 공격수 궈톈위와 모의해 '봐주기 경기'를 할 것을 요청했다. 손준호와 궈톈위는 모두 동의했고 세 사람은 적극적으로 공격하지 않는 방식을 취했다. 경기 후 주홍싱은 불법 도박 사이트를 통해 300만 위안을 이득봤고 진징다오에 250만 위안의 이익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손준호는 지난 2020년 10월 18일 전북 현대 소속으로 K리그 골을 기록한 뒤 중국 프로축구리그로 건너갔다. 이후 산둥 타이산 소속으로 활약하다 지난 해 5월 중국 공안에 연행돼 형사 구류 상태에서 비(非)국가공작인원(비공무원) 수뢰 혐의로 공안의 조사를 받았다.
비국가공작인원 수뢰 혐의는 정부 기관이 아닌 기업 또는 기타 단위에 소속된 자가 직무상 편리를 이용해 타인의 재물을 불법 수수한 경우에 해당한다.
손준호는 이후 형사 구류(임시 구속) 기한이 만료된 후 구속 수사로 전환됐다가 지난해 3월 27일 극적으로 귀국했다. 국내리그 복귀는 그의 중국 리스크에 문제가 없을것이라 본 수원FC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이 문제로 인해 국가대표팀에는 발탁되지 못했다.
진징다오 |
'시나닷컴'은 "지난해 9월 10일, 중국축구협회는 손준호와 그 외 43명에게 영구 출전 금지 처분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중국축구협회에 의하면 손준호는 부당한 이익을 도모하고자 승부조작, 불법 수익 등 스포츠 윤리를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또한 국제축구연맹(FIFA)에 이 징계를 전세계적으로 공표할 것을 요구했다.
손준호는 이에 즉각 반기를 들고 해명을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공안이 가족을 언급하며 협박했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이어진 "진징다오에게 2022년 20만 위안(한화 약 3,700만원)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승부조작은 하지 않았다"는 해명으로 인해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다. 승부조작 사실과는 별개로 결국 거액을 받은 것을 실토한 셈이 됐기 때문이다.
기자회견 중 눈물 흘리는 손준호 |
당시 현지 매체들은 손준호의 가담 가능성을 오히려 낮게 점쳤다. '시나닷컴'은 "손준호는 한국어가 능숙해 진징다오와 어울렸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 승부조작에 가담했을 것이다. 손준호는 금품을 받지 않았다"며 감싸는 듯한 논조의 보도를 전했다. 타 매체인 '소후닷컴' 또한 "손준호가 승부조작의 고의적 의도를 가지고 경기에 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손준호는 금전적인 보상을 받지 않았기에 혐의를 벗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손준호는 중국 매체들의 예상을 깨고 돈을 받았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다만 손준호는 이를 "친한 사이의 단순한 돈거래"라고 해명했다.
더군다나 받은 돈은 당초 진술한 3,700만 원의 두 배가 넘는 8,000만 원에 달한다.
기자회견에 나선 손준호 |
공개된 판결문 속에서 손준호는 "2021년 12월 26일 저녁 8시경, 진징다오가 나를 불러 그의 방에서 승부 조작을 제안했다"며 "경기만 이기면 된다는 마음으로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진징다오는 자기가 50만 위안을 걸었다고 해서 나도 50만 위안을 걸겠다고 말했다. 후반에는 적극적으로 뛰지 않고 템포를 조절했고 경기는 2-0으로 끝났다. 나는 2022년 1월 10일 경 한국으로 돌아간 후 내 에이전트에게서 약 8,000만원을 현금으로 받았다. 이 돈은 경기에서 진징다오의 부탁을 들어준 대가"라고 진술했다.
관건은 직접적인 증거다. "돈을 받았다"고만 자백한 손준호는 현재 금품수수 의혹 만을 받고 있다. 해당 금품거래가 승부조작과 직접 연관되었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손준호는 진징다오에게 받은 돈에 대해 친분만 앞세웠을 뿐 확실하게 소명하지 못했다. 이는 여전히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더군다나 손준호는 기자회견 당시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두렵다"는 이유로 판결문을 열람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자신의 결백함을 입증하는데도 상당히 소극적이었던 것이다.
손준호 |
당시 손준호 측 에이전트는 "재판 후 손준호가 판결문을 받았지만 중국어로만 돼 있어서 내용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지금 다시 열람을 위해서는 중국으로 직접 가야 하는데 트라우마가 심해서 쉽지 않다. 당장 열람할 필요성도 없다고 본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손준호 사태 공표에 대한 FIFA의 기각은 증거 불충분으로 인해 이뤄졌을 확률이 높다. 현재로서는 검찰 기관이 제공한 판결문 속 증언만이 유일한 증거이며, 손준호와 진징다오의 돈 거래는 중국 내에서 직접 이뤄지지 않았다. 결정적인 흔적을 남기지 않은 것이다. 해당 돈은 한국 에이전트를 거쳐 현금으로 손준호의 손에 쥐어졌다.
기자회견 이후 여론 악화로 수원FC에서 나온 손준호는 지난달 5일 K리그2 충남아산으로 건너갔다. 그러나 판결문이 공개되며 다시 손준호의 선수 생활 여부에 눈이 모이고 있다.
한편 충남아산은 오는 30일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성남과의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사진= 시나닷컴, 바이두(바이자하오), 연합뉴스, 손준호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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