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 위치한 나세르병원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아 불타고 있다. AFP연합뉴스 |
최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을 재개한 이스라엘군이 부상자와 피란민이 몰린 가자지구 남부 최대 병원을 공습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핵심 인물을 제거하기 위한 공격이었다고 밝혔으나, 이 공격으로 다른 환자와 의료진까지 죽거나 다치는 등 국제법 위반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군의 공격 재개 후 사상자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가자지구 누적 사망자는 5만명을 넘어섰다.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남부 최대 병원인 칸유니스 소재 나세르 병원을 공습했다. 가자지구 보건 당국은 이스라엘군이 수술실 등 외과 병동을 공습했으며, 이 공격으로 16세 소년을 포함해 5명이 숨지고 환자와 의료진 등 수십 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이 병원 외과 의사인 페로제 시드와 박사는 알자지라에 “지난 18일 내가 복부 수술을 했던 16세 환자가 공습으로 사망했다”면서 “그는 내일 퇴원할 예정이었지만 결국 죽었다. 병동은 완전히 파괴됐다”고 전했다.
하마스는 성명을 내고 정치국 소속 이스마일 바르훔이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숨졌다고 발표했다. 그간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병원 등 민간시설을 ‘인간 방패’로 삼고 있다고 주장해 왔으나, 하마스는 이를 부인하며 바르훔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부상을 입어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무리 하마스 제거가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전시 중에도 보호를 받아야 하는 병원을 공격한 것을 두고 국제법 위반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을 재개하며 나세르 병원에는 수많은 부상자와 가족, 피란민들이 몰려 있었다.
이스라엘군은 전날에는 ‘인도주의 구역’으로 지정한 남부 해안가 알마와시를 공습해 하마스 정치국 소속 고위급 지도자인 살라 알바르다윌이 아내와 함께 사망했다. 이로써 하마스 의사결정기관인 정치국 소속 위원 19명 가운데 전쟁 발발 후 이날까지 총 11명이 사망했다.
23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 최대 도시 가자시티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시작되자 놀란 주민들이 대피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공격의 목표가 “하마스 군사력과 통치 능력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피해는 고스란히 민간인들이 입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 북부와 남부에서 군사 작전을 강화하며 남부 텔알술탄 지역을 포위하고 대피령을 발령했다. 이스라엘군은 인도주의 구역으로 지정된 알마와시로 대피하라고 안내했으나, 이곳에서도 공습이 이어지고 있어 주민들은 “안전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지난 18일 두 달여간 이어져온 휴전을 깨고 가자지구 공격을 재개한 후 24일까지 730명이 추가로 숨지면서 이번 전쟁 발발 이후 가자지구 누적 사망자는 5만82명으로 늘었다고 가자지구 보건부는 밝혔다. 이는 무너진 건물 잔해에 묻혀 수습되지 못한 사망자와 실종자 1만명 이상(가자지구 보건부 추정)은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23일까지 집계된 사망자 5만21명 중 1만5613명은 어린이였다. 이 중 872명은 첫돌을 맞기 전 사망한 0세 영아였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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