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는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자동차·제약·반도체·목재 등 산업별 관세가 4월2일 발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WSJ에 "백악관이 상호관세 조치는 이날 발표할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여전히 유동적"이라고 전했다. 대신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 중인 국가를 겨냥한 관세가 부과될 것이란 관측이다. 미 블룸버그통신도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전면적 관세 공세보다 '선별적(targeted)'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주요 인사들은 앞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상국을 유추할 만한 단서를 제공해왔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지난 18일 미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더티 15'라 부르는 국가들이 있는데, 이들은 상당한 관세를 (미국에) 부과하고 있다"며 "이들 국가가 관세 못지않게 중요한 비관세 장벽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더티 15는 지속해서 미국과의 무역 관계에서 불균형을 보인 약 15%의 국가들을 의미한다.
과거 트럼프 1기 때와 달리 개별 국가나 산업군에 대한 면제 조치는 기대하면 안 된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WSJ는 산업별 관세에 대해 백악관과의 논의를 진행한 업계 관계자들이 예외 조항에 대해 비관적인 입장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1기 때 너무 많은 예외를 줬다"고 말했으며,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도 예외는 기대하지 말라는 입장을 전했다고 WSJ는 전했다. 한국 철강기업은 트럼프 1기 당시 대미 철강 수출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받아들인 대신 25% 관세를 면제받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난 21일 또다시 '관세 유연성'을 언급하면서 시장 기대감을 높였지만, '상호주의' 원칙에는 변함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세 예외를 고려하냐는 질문에 "많은 사람이 나에게 예외를 허용할 수 있는지 물어보고 있다. 그런데 한 명에게 해주면 다른 사람에게도 해줘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미국 자동차 업계의 요청을 받아들여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자동차 분야 관세를 1개월 유예한 사실을 언급한 뒤 "나는 변하지 않는다"면서도 "유연성은 중요한 단어다. 유연성이 있을 것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상호주의"라고 밝혔다.
한편, 월가에서는 4월2일 상호관세 시행을 앞두고 관세 인상으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 중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올해 들어 지난 21일까지 4.4% 하락했다. 미 증시 대표 지수인 S&P500 지수는 같은 기간 3.6% 내렸다. 밥 미셸 JP모건 에셋 매니지먼트 글로벌 채권 수석은 "시장 참여자들이 달러 외에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고, 달러 보유 자산을 다른 시장·통화로 다각화하기 시작했다"며 "시장은 전반적으로 달러 예외주의가 정점에 도달했다고 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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