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에 맞춰 주택담보대출 관련 규제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제2금융권으로 대출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한 은행 지점에 게시된 대출 안내문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김은희·정호원 기자] 은행권이 정부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재지정을 계기로 연초 일부 완화했던 대출 문턱을 다시 높이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의 오락가락 정책으로 금융 소비자의 자금 조달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제2금융권으로의 대출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시행되면서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유주택자의 신규 주담대와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취급 규제가 속속 강화된다. 금융당국이 지난 19일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계획을 밝히면서 금융회사에 지역별 대출 점검 강화와 다주택자·갭투자(전세 낀 주택매입)에 대한 자율규제 도입을 주문한 데 대한 조치다.
뿐만 아니다. SC제일은행은 26일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도 중단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다주택자 대상의 대환대출과 추가 대출을 막고 전세보증금 반환 목적의 주담대를 제외한 퇴거대출을 제한한다. 앞서 NH농협은행은 지난 21일 서울 지역 조건부 전세대 취급을 중단했으며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은 작년부터 다주택자 신규 주담대나 조건부 전세대출을 내주지 않고 있다.
이는 은행들이 연초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 재설정으로 대출 공급을 늘릴 여력이 생기면서 대출 빗장을 풀었던 것과 정반대의 흐름이다.
최근까지도 “대출금리를 낮출 때가 됐다”며 은행권을 압박했던 금융당국의 갑작스러운 태세 전환이 은행권은 물론 가계대출 실수요자에게도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토지거래허가제 재시행 계획이 발표된 직후 주요 은행을 중심으로는 대출 신청 건수가 단기간에 증가하는 등의 현상이 나타났다고 현장 관계자들은 전했다.
일각에서는 제2금융권으로 대출 쏠림에 대한 우려도 내놓는다. 당장 돈줄이 막히면 신용대출 등을 통해 자금을 보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갑작스레 토허제를 재시행하는 것은 전형적인 냉탕온탕식 규제”라며 “부동산 수요가 높은 본질적인 이유는 그대로 둔 채 강남3구와 용산구 일대 수요만 억제하는 정책을 내놓는다면 2금융권으로의 풍선효과는 물론 내수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당국은 오는 25일 주요 시중은행을 소집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이후 시장과 가계대출 동향을 점검하고 투기수요 차단을 위해 추가 대책이 필요한지 논의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재지정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동향은 물론 은행권 상담·창구 현황까지 정밀히 점검할 계획”이라며 “마포구나 성동구, 강동구 등으로의 풍선효과 등 이상 조짐이 있는지 확인하고 투기적 대출 수요 억제를 위해 은행권에서 추가적 자율규제가 필요한지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