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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주민 건물주 만들기"…美명문대 나온 이 남자, 꽃길 대신 '꽃힌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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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 부동산 토큰증권 플랫폼 '소유' 창업
1년 서울~대전 300번 오가며 '지역 상생' 새장…"모두에게 부동산 소유의 기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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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


"서울과 대전을 1년에 300번 정도 왔다 갔다 해요. 힘들긴 하지만, 스타트업은 기본적으로 '언더독' 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뉴스1) 박현영 블록체인전문기자 = 누가 얼마나 투자를 받았는지, 누가 어떻게 '엑시트(Exit)'에 성공해 얼마를 벌었는지가 관심사가 돼버린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서 오랜만에 울림을 남긴 말이었다. '언더독 정신'이다. 인터뷰 전날도 기차를 타고 올라왔다는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는 끝마자마자 다시 대전으로 향해야 한다고 했다. 본사는 대전에 있는데, 소통해야 할 금융당국이나 비즈니스 미팅 상대들은 다 서울에 있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

학창시절을 미국에서 보낸 허 대표는 컴퓨터공학 부문에선 미국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카네기멜론대학교를 졸업했다. 이른바 '엘리트 코스'를 밟은 셈이다. 그런 그가 다시 한국에 돌아와 '언더독' 정신을 외치는 게 의아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비교적 쉬운 길이 있는데, 굳이 어려운 길을 택한 느낌이었다.

그가 이런 선택을 한 데는 나름의 큰 포부가 있었다. 국내 지역 간 격차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꿈이다. 본사를 대전으로 정한 뒤, 서울과 대전을 수시로 오가야 하는 불편함을 스타트업의 '언더독' 정신으로 극복 중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런 목표가 생긴 데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병역특례로 복무하던 시절 소셜 벤처기업들을 돕는 직무를 맡았던 것이 큰 영향을 줬다. 미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허 대표에게는 벤처기업들을 지원하며 목격한 젠트리피케이션(외부인 유입으로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원주민이 밀려나는 것) 현상이 더욱 심각하게 느껴진 것이다.

그는 '살던 사람들이 밀려나는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기존 주민들이 자신이 살던 건물에 투자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됐다.

그렇게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부동산 소유권을 조각 조각 쪼개 투자하도록 한 부동산 토큰증권 플랫폼 '소유'가 탄생했다. 돈을 벌겠다는 마음이 아닌, 사람을 돕겠다는 마음에 꽂혀 창업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대전 건물 팔면 대전 시민이 산다…'지역 상생'에 주목

창업 배경 자체가 지역 간 격차를 줄이는 데 있었던 만큼, 허 대표는 대전으로 본사를 정했다. 또 초창기부터 대전 내 건물을 판매 대상으로 올리는 시도를 했다.

실제로 3호 공모를 대전에서 진행했을 당시 허 대표는 대전 시민들이 많이 투자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을 적용하면, 여러 지역에서 공모를 진행할 경우 해당 지역 시민들이 건물 지분을 사들이며 '지역 살리기'에 동참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곧 지역 상생 및 지역 간 격차 해소로 이어질 수 있다.

허 대표는 "1, 2호 공모를 서울에서 했다 보니 3호 공모는 대전에서 했었다"며 "대전에서 하면 대전 시민들이 많이 투자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정말 투자자의 60%가 대전 시민이었다"고 말했다. 또 "공모 대상이 된 건물 1층이 카페였는데, 그 카페에서 공모에 참여한 투자자들에게 할인을 해주는 방식으로 지역 상생을 도모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당시 경험을 토대로 이번 11호 공모도 다시 대전으로 왔다. 이달 시작되는 루센트블록의 11번째 부동산 조각투자 공모는 하나금융그룹, 그리고 대전광역시와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루센트블록은 대전 스타트업파크에 위치한 건물을 기초자산으로 부동산 신탁 수익증권을 발행했다. 지역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상생금융'을 목표로 준비한 프로젝트다.

허 대표는 "11호 건물은 카이스트와 충남대 사이 스타트업 파크에 있는 건물"이라며 "지역 상생도 되고, 커뮤니티적인 성격도 넣을 수 있다. 수익률도 9% 정도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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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센트블록 '소유' 플랫폼. 루센트블록 제공.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에만 3년…해외보다는 국내 '지역 상생'

지역 상생, 상생금융을 강조하면서 루센트블록의 행보도 다른 토큰증권 기업들과는 차별화되기 시작했다.

사실 루센트블록이 도전을 거듭하고 있는 토큰증권 분야는 법제화가 계속 지연되고 있는 분야다. 지난 2023년 2월 금융당국이 토큰증권발행(STO)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이후 무려 2년간 법제화가 밀린 상태다.

그동안 다른 토큰증권 기업들은 해외행을 택했다. 열매컴퍼니는 일본과 싱가포르행을 택했고, 바이셀스탠다드도 싱가포르에 거점을 마련했다. 펀블은 올해 두바이에 법인을 설립하겠다고 했다. 지역 상생을 강조하며 서울과 대전을 오가는 루센트블록과는 완전히 다른 행보다.

해외행 대신 지역 상생에 집중하는 주된 이유로 허 대표는 '금융위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꼽았다. 금융위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돼 있어 현재 사업이 가능한 상태이고, 무엇보다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되기까지 노력한 시간이 길고 험했다. 힘겹게 시장을 뚫은 만큼 우선은 국내에 집중해보겠다는 것이다.

그는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되기까지 매일 아침 7시, 금융위로 찾아가 복도에 앉아있었다고 했다. 코로나 시기, 사무관 한 번 보기가 어려운 상황에도 매일 아침 금융위를 찾았고 그렇게 3년 가까운 시간을 거쳐 목표를 이뤘다.

허 대표는 "루센트블록은 규제샌드박스 승인을 받는 데에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업체"라며 "익숙한 국내에서도 이렇게 힘들었는데, 해외에 간다고 해서 쉬울 것이란 보장이 없다"라고 했다.

또 "사실 처음에는 인도네시아에 서비스를 먼저 출시하려고 했다. 사업 초기라 규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서 그런 생각을 했는데, 알고 보니 인도네시아 규제도 너무 복잡했다"고 털어놨다. 해외행이 정답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게 그는 앞으로도 서울과 대전을 오가며 '모두에게 소유의 기회를'이라는 루센트블록의 가치를 실현할 계획이다. 최대한 여러 지역에서 소유의 기회를 전하면서 지역 상생을 도모하겠다는 포부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허 대표는 "토큰증권, 조각투자라는 워딩(단어)에 몰입하기 보다는 본질적인 사업 철학을 달성해 나가고 싶다"며 "루센트블록의 사업 철학인 '모두에게 소유의 기회를'을 꼭 실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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