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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배 등 5명 ‘기각’…정계선 ‘인용’…정형식 조한창 ‘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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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한덕수 탄핵소추 기각…재판관별 판단은 엇갈려
다수는 “계엄 정당화 적극적 행위 증거 없다”
정계선 “국회 추천 재판관 임명 거부, 파면 사유”
정형식·조한창 “탄핵 의결 정족수부터 잘못됐다”
동아일보

직무 복귀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5.3.24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 청구를 기각했다. 지난해 12월 27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주도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87일 만이다. 이에 따라 한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직무에 복귀했다.

헌재는 24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한 총리 탄핵 심판에서 이같이 선고했다. 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 김복형 재판관 등 5명은 기각 의견을, 정계선 재판관은 인용 의견을 냈다. 정형식, 조한창 재판관 등 2명은 각하 의견을 냈다. 당초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재판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 “권한대행, 대통령과 다른 지위” 절차 적법성 인정

먼저 탄핵소추의 성립을 판단할 의결정족수와 관련해 헌재는 필요한 의결정족수를 국무위원 기준인 재적 과반(151명 이상)이라고 봤다. 한 총리 측은 권한대행의 탄핵소추 의결정족수를 대통령 기준인 200명 이상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김형두 재판관은 “대통령 권한대행자로서 국무총리는 대통령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지위에 있다”며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과 법령상으로 대행자에게 미리 예정된 기능과 과업의 수행을 의미하는 것이지 ‘권한대행’ 또는 ‘권한대행자’라는 공직이나 지위가 새로이 창설되는 것이라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정형식, 조한창 재판관은 한 총리 측 의견을 받아들여 각하 의견을 냈다. 이들은 “헌법은 국무총리에 대해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이 또 다른 국민의 대표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하도록 해 그 민주적 정당성의 비중이나 헌법상 지위의 중요성이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며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는 대통령만큼이나 신중하게 행사되도록 해석해야 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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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탄핵심판이 기각된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등청하고 있다. 2025.03.24. 서울=뉴시스


● “헌법재판관 불임명은 위헌…파면 사유는 아냐”

기각 의견을 낸 재판관 5명은 한 총리의 탄핵소추 사유인 △특별검사 임명 법률안 거부권 행사 △비상계엄 선포 및 내란행위 관련 △공동 국정운영 시도 △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 관련 등 4가지에 대해 한 총리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 대한 헌재의 판단을 엿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 비상계엄 선포 및 내란행위와 관련해 헌재는 구체적으로 위헌성 언급을 하지 않았다.

헌재는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는 등의 적극적 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는 찾을 수 없다”며 “국회의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이후 대통령에게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지 않았다는 등의 소추 관련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도 찾을 수 없다”고만 밝혔다.

헌재는 재판관 임명 부작위와 관련해서는 헌법 제66조, 제111조 및 국가공무원법 제56조 등을 위반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 파면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김복형 재판관은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것 역시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는 개별 의견을 냈다.

반면 유일하게 인용 의견을 낸 정계선 재판관은 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 국회가 추천한 재판관 후보자 3명 임명 거부 사유는 헌법 및 법률 위반이며,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사유라고 판단했다.

● 與 “졸속 탄핵으로 국정 마비” VS 野 “국민 납득하겠나”

헌재의 기각 결정에 여야의 입장은 엇갈렸다. 여당은 즉각 환영의 뜻을 밝힌 반면, 야당은 “국민이 납득할지 모르겠다”며 공세를 가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12월 민주당이 주도한 탄핵안이 정략적 탄핵안임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며 “거대 야당의 무리한 입법 확보에 대한 사법부의 엄중한 경고”라고 평가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대통령에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마저 연쇄 탄핵한 것은 정략적 계산에 따라 대한민국의 행정부와 헌정질서를 마비시킨 거대 야당에 의한 내란 기도의 정점”이라며 “이재명 대표는 졸속 탄핵으로 87일이나 국정을 마비시킨 데 대해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라”고 했다.

헌재가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정족수를 151석으로 판단한 데 대해서는 유감을 표했다. 권 원내대표는 “헌재가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거대 야당의 무제한 탄핵 면허를 부여한 것”이라며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 재추진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역시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날 대변인 명의의 공지를 통해 “헌재의 오늘 결정으로 국회의 탄핵 남발이 무분별하고 악의적인 정치 공세였음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며 “한 총리의 직무 복귀가 국정 정상화의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헌재의 결정에 유감을 표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명백하게 고의적으로 헌법기관 구성이라는 헌법상 의무를 어긴 행위에 대해 탄핵할 정도 이르지 않았다는 판결을 국민들께서 납득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경범죄를 어겨도 벌금 처벌을 하는데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상 의무를 의도적으로 어겨도 용서가 되나”라며 “이 점에 대해서 우리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이날 판결에 대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헌재는 국회 추천 몫인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 않는 것이 위헌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며 “한 총리는 위헌 판단이 난 헌법재판관 미임명 사태를 해결하고 상설특검 추천을 즉시 의뢰하라”고 촉구했다.

● 직무 복귀한 韓…“극단 사회 불행 뿐, 여야 초당적 협조 부탁”

한 권한대행은 헌재의 기각 결정 이후 즉각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했다. 직무에 복귀한 한 권한대행은 대국민 담화를 내고 “마지막 소임을 다하기 위해 저의 자리로 돌아왔을 때 대한민국을 위해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가 숙고했다”며 “이미 현실로 닥쳐온 통상전쟁에서 우리나라의 국익을 확보하는 데 모든 지혜와 역량을 쏟아붓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남은 기간, 제가 내릴 모든 판단의 기준을 대한민국 산업과 미래세대의 이익에 두겠다. 전 내각이 저와 함께 뛸 것”이라며 “초당적 협력이 당연한 주요 국정 현안들을 안정감 있게, 동시에 속도감있게 진척시킬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한 권한대행은 사회 통합을 위한 정치권의 노력도 당부했다. 그는 “극단으로 갈라진 사회는 불행으로 치달을 뿐, 누구의 꿈도 이루지 못한다”며 “대한민국이 지금의 위기 국면을 헤치고 다시 한 번 위와 앞을 향해 도약할 수 있도록 여야의 초당적 협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에 앞서 한 권한대행은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우선 급한 일부터 추스려 나가도록 하겠다”며 “제가 앞장서서 통상과 산업 담당 국무위원과 민간과 같이 민관 합동으로 세계의 변화에 대응하면서 대응을 준비하고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직무에 복귀한 한 권한대행은 우선적으로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를 방문해 전국 산불 대응상황을 점검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국무위원들과 도시락 오찬 간담회를 개최하고 경제, 사회, 안보 등 분야별 당면 현안을 점검할 계획이다.

김혜린 기자 sinnala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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