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딘코리아의 정동우 한국 영업대표는 지난해 9월 제13대 CFA 한국협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삼성생명, 교보악사자산운용, 웰링턴자산운용, 피델리티자산운용 등을 거친 정 회장은 2026년까지 협회를 이끌며 국내 CFA 위상 강화와 금융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동우 CFA한국협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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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해외투자팀을 시작으로 교보악사자산운용, 웰링턴자산운용, 피델리티자산운용 등에서 금융 경력을 쌓아왔다. 현재 에버딘코리아 한국영업 대표로 활동 중이며, 2024년 9월 제13대 CFA한국협회장으로 취임했다. 협회 회원을 2000명 이상으로 확대해 ‘글로벌 금융센터(GFC)’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IMF의 교훈 “금융 전문인력 필요성 절감”
정동우 회장이 CFA 자격증을 취득한 것은 2001년이다. 삼성생명 해외투자팀에 몸담았던 시기, 그는 1997년 외환위기를 가까이서 지켜보며 ‘금융이 무너지면 국가 경제가 얼마나 취약해지는지’ 절감했다고 한다. 정 회장은 인터뷰에서 당시 IMF 위기는 대한민국 금융이 성숙할 기회이자 아픈 숙제였다고 회고했다. “IMF 시절 주니어였지만, 나라 전체가 어려움에 빠졌을 때 ‘우리 금융인들이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CFA라는 국제 자격증은 제게 중요한 이정표였죠.” 정 회장은 CFA 취득 뒤 교보악사자산운용, 웰링턴자산운용 한국 세일즈 대표, 피델리티자산운용 기관영업 헤드 등을 잇따라 역임하며 금융권 내 다양한 경험을 축적했다. 2021년부터는 에버딘코리아에서 한국영업 대표로 근무하며 국내외 금융 트렌드를 폭넓게 살피고 있다.
韓 ‘글로벌 금융센터(GFC)’ 업그레이드가 목표
현재 CFA한국협회 정회원 수는 약 1200명 수준이다. 이미 자격증을 따고도 협회비를 내지 않는 이들도 상당수라 전체 CFA 소지자는 더 많지만, ‘멤버십 리뉴얼’이 저조해 실제 활동회원은 1200여 명에 머무는 실정이다. 정 회장은 인터뷰에서 가장 먼저 협회 회원 수를 2000명까지 늘려 국제 CFA 본부가 분류하는 ‘글로벌 파이낸셜 센터(GFC) 레벨’로 업그레이드하겠다고 공언했다. “CFA 본사에서는 회원 수 2000명이 넘는 협회를 GFC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뉴욕·보스턴·홍콩·싱가포르 등이 이미 포함되어 있죠. GFC에 올라서면 한국 협회도 글로벌 차원의 지원과 인프라를 확보할 수 있어요. 당연히 국내 금융산업에 대한 국제적 관심도 높아질 거고요. 그래서 2000명을 단순 숫자가 아닌 ‘한국 금융 경쟁력 제고의 상징’으로 삼고 있습니다.”
“재정 안정성과 ‘직무 네트워킹’이 성장 발판”
비영리 조직인 CFA한국협회는 회원회비와 기업 스폰서십, 글로벌 CFA 본부 지원 등이 주 재원이다. 정 회장은 “재정 안정성을 확보해야 협회가 꾸준히 회원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다”며 “투명한 예산 집행, 적극적인 기업·기관 네트워크를 통해 재정을 탄탄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회원 간 교류를 활성화하는 ‘직무별 워킹 그룹’을 중점 과제로 꼽았다. 이미 일부 분야에서 소규모로 운영하는 부동산 투자, 퀀트, 프라이빗에쿼티(PE) 등 세분화된 워킹 그룹을 공식화해, 회원들이 보다 체계적으로 지식과 정보를 나눌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CFA 정신은 ‘금융윤리’에서 출발
정 회장은 CFA가 강조하는 핵심가치를 ‘윤리(Ethics)와 전문성’으로 정의했다. 시험 과정에서도 ‘Code of Ethics(윤리강령)’와 실제 사례 중심의 문제들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정 회장은 “CFA 출신들이 금융사고에 연루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도 이런 엄격한 윤리교육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사건·사고를 들여다보면, 한 번의 욕심이 커다란 비윤리를 낳곤 합니다. CFA 과정은 단순한 재무 지식뿐 아니라 ‘금융인의 책임과 윤리’를 지속적으로 주입합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 금융이 신뢰를 구축하려면, 이런 부분부터 다져야 해요.” 여기에 최근 업계 화두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협회가 적극적으로 교육·세미나에 도입하고 있다. 정 회장은 “ESG 전문 과정도 계속 확대해 기관투자가뿐 아니라 일반 기업 재무팀, 중소기업 담당자에게도 도움을 주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여성 회원 비율을 높이는 데도 주력할 방침이다.
“현재 한국협회 내 여성 비율은 약 15% 수준에 그칩니다. 글로벌 기준으론 낮은 편이라 아쉬움이 커요. 올해 여성 CFO·애널리스트를 비롯해 다양한 여성 리더를 발굴하고, 네트워킹 기회를 넓혀갈 계획입니다.”
정 회장은 “CFA 차터홀더(자격증 보유자)들이 국내 금융권에서 임원, CEO로 활약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며 “그러나 이들이 협회 활동에는 관심이 적거나, 멤버십 갱신을 놓친 사례가 많다”고 아쉬워했다.
정 회장은 이같은 회원들의 무관심을 ‘첫 번째 난관’으로 꼽으며, 적극적인 소통 강화를 약속했다.
“한국 금융 허브 꿈꾸며, 협회 문 활짝 열 것”
정동우 회장은 “CFA한국협회의 궁극적 존재 목적은 ‘한국 금융산업 발전’”이라며 말을 맺었다. 협회가 대내외로 성장해 글로벌 금융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플레이어가 된다면, 국내 금융사들이 해외 진출 시 느끼는 어려움도 덜어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협회장으로서 2년간 회원 확대, 재정 안정성 확보, 여성 금융인 육성 등 많은 과제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궁극적으론 한국이 금융 분야에서도 ‘글로벌 스탠더드’ 위상을 가지길 바랍니다. 특히 저희 협회는 이윤 추구보다 구성원들의 전문성, 그리고 윤리와 공정성을 중요시합니다. 금융이 모든 경제 활동의 근간인 만큼, CFA 출신들의 노력이 한국 경제 전반에 좋은 파급효과를 낳을 거라 믿습니다.” 3차례에 걸친 어렵고 방대한 시험과 더불어, 시험을 통과한 뒤에도 윤리 의식과 최신 금융 트렌드를 학습해야 하는 CFA. 그만큼 투자·금융 현장에서 신뢰도 높은 글로벌 자격증으로 꼽힌다. 정동우 회장은 그런 CFA 자격증을 국내에서 더욱 빛나게 만들겠다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회원들이 협회를 진정 ‘내가 기댈 버팀목, 정보를 나눌 놀이터’로 느낄 때, 한국이 아시아 대표 금융센터로 도약하는 토대가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박지훈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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