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2천 년 전 귀하게 쓰인 명품 칠기…김해 봉황동 유적서 첫 확인

0
댓글0
SBS

▲ 김해 봉황동 유적 출토 옻칠 두형 그릇 출토 모습


금관가야의 왕궁터로 추정되는 경남 김해 봉황동 유적 일대에서 '명품' 옻칠 그릇이 처음으로 확인됐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2천 년 전 당대 최고 수준의 장인이 만든 의례 용품으로, 이 일대가 금관가야 이전부터 중요한 지역으로 여겨져왔다는 점을 의미해 향후 연구가 주목됩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김해 봉황동 유적 일대를 발굴 조사한 결과, 목 부분이 길고 가느다란 형태의 옻칠 두형(豆形) 그릇 15점을 확인했다고 오늘(24일) 밝혔습니다.

봉황동 유적에서 이런 형태를 한 칠기가 발견된 건 처음입니다.



SBS

김해 봉황동 유적 출토 옻칠 두형 그릇 일괄


목이 긴 옻칠 두형 그릇 혹은 옻칠 굽다리 접시는 창원 다호리 유적과 경북 성주 예산리, 포항 성곡리 목관묘(木棺墓·널무덤) 등 무덤을 중심으로 나온 바 있습니다.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15점이 한 번에 나온 것은 이례적입니다.

발굴 조사를 담당한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는 "기존에 알려진 유물과는 형태적으로 차이가 있으며 목 부분 지름도 훨씬 가늘고 정교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유물을 분석한 결과, 옻칠 그릇은 오리나무류의 나무로 만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오리나무류는 성장이 빠르고 나쁜 조건에서도 잘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를 사용해 접시 부분과 굽다리 부분을 일체형으로 제작했고, 옻나무에서 채취한 천연 수액을 발라 완성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옻칠한 나무는 습기와 병충해에 강하며 쉽게 부패하지 않습니다.

바닥 부분에는 녹로(물레)를 고정한 흔적이 남아 있어 그릇을 만들 때 돌려가며 작업하는 '회전 깎기' 기술이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연구소는 전했습니다.

옻칠 그릇은 제사나 각종 의례를 지낼 때 쓴 것으로 추정됩니다.

김지연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 연구사는 "목이 긴 옻칠 제기는 주로 기원전 1세기∼기원후 1세기에 한정돼 최상위 위계의 무덤에서 나왔다"며 의례 유물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사단은 옻칠 그릇이 발견된 장소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유물은 지금으로부터 약 1천600년 전인 5세기 무렵, 대규모 토목 공사를 거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지층 아래에서 배수로 혹은 도랑으로 쓰인 흔적과 함께 발견됐습니다.

약 109㎡(33평) 규모의 비교적 좁은 공간이나, 최고급 칠기를 비롯해 1∼4세기에 제작되거나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300여 점의 목제품이 무더기로 출토됐습니다.

유물 중에는 칼집형 칠기와 원통형 그릇, 뚜껑 등 칠기류도 여럿 포함됐습니다.

특히 굽다리가 달린 목이 긴 항아리 형태의 목제품, 새 모양의 형태가 뚜렷하게 남아있는 목제품 등 기존에 흔히 발견된 유물이 아니어서 연구 가치가 큽니다.

점치는 용도로 쓰인 점 뼈(卜骨·복골), 크기가 2∼3㎝인 작은 토기도 나왔습니다.

이 밖에도 주걱·그릇·잔 등의 목기류, 물레와 베틀로 추정되는 직기용 부속 용품, 목재를 가공하는 연장인 자귀 자루처럼 보이는 유물 등이 출토됐습니다.

연구소 측은 "변한 지역의 생활 유적으로 추정되는 지역에서 다양한 종류와 형태의 칠기와 목기가 양호한 상태로 출토된 사례는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그러면서 "봉황동 유적이 이미 1세기부터 독자적인 대규모 생활유적을 형성했으며, 변한의 수장급 거처에서 성장해 금관가야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습니다.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 네이버에서 S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가장 확실한 SBS 제보 [클릭!]
* 제보하기: sbs8news@sbs.co.kr / 02-2113-6000 / 카카오톡 @SBS제보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SBS 주요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

이 기사를 본 사람들이 선택한 뉴스

  • 중앙일보임영웅, 세금 체납해 한때 51억 집 압류…"우편함 3층에 있어" 해명
  • 조선일보최불암, 14년만에 최수종에 ‘한국인의 밥상’ 물려준다
  • YTN하회마을·병산서원 다시 비상!..."인력·장비 총동원 대기중"
  • 뉴스1[오늘의 운세] 2025년 3월 27일 띠별 운세
  • 서울신문천년고찰 고운사 ‘불마귀 재앙’ 전후 모습…잿더미 된 보물 [포착]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