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유해 발굴은 국유단이 지난해 5월에 충남 보령시와 서산시 일대에서 유해 소재 조사 활동 간 과거 고파도에서 생활했다는 한 주민으로부터 미군 전투기 추락과 관련된 이야기를 듣게 된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70주년과 유엔군 참전의 날을 이틀 앞둔 25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유엔 참전국 깃발이 걸려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
이후 같은 해 10월에 고파도에서 현장 조사를 진행하였으며, 다수 주민으로부터 “어장 양식을 위한 작업 중 비행기 잔해 같은 금속조각을 목격했다.”, “미군 비행기가 추락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70년대 해수욕장에서 낙하산을 발견해 이불을 만들었다”, “다리뼈를 목격했다”, “유해를 모래사장 일대에 매장했다고 들었다” 등의 증언을 확보했습니다.
국유단은 유해 소재의 신빙성을 추가 확인하기 위해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 측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으며, 주민들의 증언이 6·25전쟁에 참전해 활약한 유엔군 조종사의 실종과 연관이 있음을 최종 추정할 수 있었다.
1953년 8월 28일, 제2전투비행대대(미 제18전투비행전대 배속) 조종사는 노스아메리칸 F-86 세이버에 탑승해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때 전투기의 대체 시스템과 비상 시스템 게이지에 문제가 발생해 충남 태안군 이원면 내리 부근 1만8000피트(약 550m) 상공에서 낙하산 탈출을 시도했다. 약 3.2㎞ 떨어진 해상에서 그의 낙하산이 목격됐지만, 이틀에 걸친 집중적인 수색에도 불구하고 발견되지 않아 최종 실종 처리됐다.
국유단은 미 DPAA 자료 및 지역주민 탐문 결과를 분석해 유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예상지점을 판단했습니다. 당시 전투기는 충남 태안군 이원면과 고파도 사이에 추락했으며, 이후 해류의 흐름과 바람의 영향, 고파도 해안가의 모래언덕 등 지형적 요인으로 전투기 잔해와 낙하산, 조종사 시신이 고파도 해수욕장 모래사장으로 이동, 안착했을 것으로 국유단은 추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국유단은 주민이 유해를 목격했다고 증언한 모래사장을 비롯해 모래사장 후사면, 인근 야산, 이 세 지점에서 발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한편, 남아공 조종사 실종자 24명 중 9명만이 유가족 유전자 시료가 확보된 상태다.
이근원 국유단장은 “인종도 언어도 문화도 모든 게 다른 알지도 못하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왔다가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영웅의 유해를 찾는 것도 우리의 소명”이라며 “유해 발굴을 성공적으로 완료하여 과거의 은혜에 보답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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