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왕관∙꽃∙눈 문신하면 갱단원?…“美 추방자 선별 엉터리” 논란

0
댓글0
베네수엘라 국적자 200여명 엘살바도르 감옥 추방
가족들 “美판단기준, 근거 없어” 울분
美국경차르 “엘살바도르 추방자, 모두 갱단원” 일축
헤럴드경제

지난 16일 미국에서 추방돼 엘살바도르 테러범 수용센터(CECOT· 세코트)로 보내진 수감자들. 이들 가운데 범죄기록이 없는데도 특정 디자인의 문신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엘살바도로 감옥으로 보내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EPA]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불법 이민자에 대한 대규모 추방 작전을 벌이는 가운데, 특정 디자인의 문신을 한 사람을 갱단원으로 간주하고 추방 대상자로 선별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3일(현지시간) 엘살바도르 일간 라프렌사그라피카와 베네수엘라 일간 엘나시오날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미국에 있던 베네수엘라 국적자 200여명을 엘살바도르로 추방하면서 “이들은 국제 마약 밀매·폭력 집단인 트렌 데 아라과(Tren de Aragua·TdA)와 연관돼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들이 실제 갱단원이거나 또는 갱단과 관련된 사람들이라는 적법한 증거를 미 당국에서 제시하지 않았다고, 추방된 베네수엘라 국적자 변호인들은 주장했다. 일부 추방자들의 경우 ‘트렌 데 아라과와 연결돼 있다’는 미 당국의 판단 근거로 몸에 왕관, 꽃, 안구(눈) 같은 디자인의 문신을 한 점이 제시됐다고 라프렌사그라피카는 전했다.

헤럴드경제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존엄을 위한 행진’에서 이민자 권리 지지자들이 시내로 행진하는 가운데 한 시위자가 ‘대량 추방을 위한 돈은 더 이상 없다’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AFP]



라프렌사그라피카는 그러면서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의 제임스 보스버그 판사 심리로 진행되는 추방 명령 무효 청구 관련 재판에서 확보한 문서 일부를 공개했다.

해당 문서에는 베네수엘라 프로 축구선수였던 레예스 바리오스 사례가 나와 있는데, 미 국토안보부(DHS)는 범죄 이력 없는 바리오스에 대해 왕관, 축구공, ‘디오스’(스페인어로 하나님이라는 뜻) 등 문양의 문신을 팔에 새겼다는 것을 ‘갱단원 증거’로 삼았다고 한다. 그러나 해당 디자인은 스페인 프로축구(프리메라리가) 명문 팀 레알 마드리드의 로고를 본뜬 것이라고 변호인은 성토했다.

다른 베네수엘라 추방자의 경우 왼손에 있는 장미 꽃잎 문신이 갱단원으로 인식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데, 그는 이 문신을 2024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에서 ‘멋지다고 생각해서’ 한 것이라고 한 진술도 공개됐다.

헤럴드경제

미국에서 추방돼 엘살바도르 감옥으로 보내진 아들을 언급하면 눈물 흘리고 있는 어머니 호세피나 로메로 [로이터]



미국 사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추방 결정과 집행을 둘러싼 불법성 여부를 살피는 가운데 엘살바도르로 옮겨진 이들에 대한 인권 침해 논란도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 추방된 베네수엘라 국적자들은 중남미 최대 규모 수감 시설인 테러범수용센터(CECOT·세코트)에 갇혀 있다.

하지만 세코트 수용자들은 가족 및 변호사와 연락할 수 없으며, 법정 출석 대신 온라인 형태로 공판에 나서야 하는 경우가 많고, 수백명이 한 재판 사건의 피고인으로 묶이는 상황도 허다하다’는 국제 인권 단체 보고서가 있다고 변호인들은 부연했다.

그러나 톰 호먼 미국 국경 담당 차르는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불법 이민자에 대한 대규모 추방 작전을 주도하고 있는 호먼은 23일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추방 대상자를 태운) 그 비행기에는 모두 테러리스트로 지목된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비행기에 탑승한 베네수엘라 이민자는 범죄 수사, 정보 보고서, 이민세관단속국(ICE) 업무를 근거로 전원이 TdA 구성원”이라고 강조했다.

호먼은 또 “갱단원 중 범죄 경력이 없는 사람도 있다. 그것은 수많은 테러리스트들이 테러리스트 데이터베이스에 없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호먼은 “260건의 사례가 있기 때문에 모든 사례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겠다”며 “우리는 이 일(추방)을 하는 사람들을 믿어야 한다”면서 “그들은 다양한 방식을 통해 이 사람들을 TdA 구성원으로 지정했다. 이 문제는 소송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호먼은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 제임스 보스버그 판사가 미 당국이 ‘적성국 국민법’(AEA)을 적용해 이번 추방에 제동을 건 것에 대해 “소송 과정에서 법원의 명령을 준수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판사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다. 우리는 계속 공공안전과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을 체포하고 추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 주요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

이 기사를 본 사람들이 선택한 뉴스

  • 조선일보중국 코 앞에 ‘지상 발사 중거리 미사일’… 트럼프의 ‘협상 칩’ 될까
  • 매일경제350승 레전드 투수가 편의점서 술 2캔 훔치다가 체포...발칵 뒤집힌 일본
  • 한국일보"유럽은 미국에 무임승차"...'대서양 동맹' 깨는 美부통령 밴스
  • JTBC'아베 암살'이 부른 나비효과? 통일교에 해산 명령, 왜
  • 서울신문얼음 호수에 사람이 ‘둥둥’…12시간 버틴 어린이들, 어떻게? 美서 “기적”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