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미성년자가 성인과 사귀는 게 뭐가 문제야?"

7
댓글1
꽤 빈번한 그 질문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대답

머니투데이

/삽화=탁틴내일 성교육자료 ‘그루밍 이야기’


27살 성인이었던 배우 김수현은, 15살 미성년자였던 고(故) 김새론 배우와 2015년부터 사귀었을까. 이와 관련해선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김수현 측은 사실이 아니다, 김새론 측은 사실이라고.

이 이슈가 선명히 드러낸 문제 중 하나는 이거다. 이를 바라보며, 이리 묻는 성인들이 꽤 많았단 것. 생각보다 더 많이.

"근데 미성년자가 성인과 사귀는 게 뭐가 문제야?"

그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대답을 할 필요가 있겠다.

머니투데이



만 13살 미만과 성관계? 무조건 처벌

머니투데이

만 13살 미만 미성년자와 사귀고, 성관계하고, 스킨십 한다? 그건 무조건'범죄'다. 가해자가 성인이어도 미성년자여도 범죄다.

이는형법 제305조에 명시돼 있다. 서로 합의했다고? 합의했어도 처벌 대상이다.

초등학생과 수차례 성관계한 30대 교사는 2017년 11월 징역 5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리 판시했다.

"만 13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정신적, 육체적 약자이자 훈육의 대상이다. 육체적 사랑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설령 성관계를 합의했더라도 사실상 강간과 다름이 없다."

2020년 9월, 만 12세 아이를 포함한 10대 미성년자들과 성관계 한 30대 남성은 징역 4년을 선고 받았다. 해당 재판부도 "피해자는 정신적, 신체적으로 미성숙해 가정과 사회 보호가 필요한 아동"이라고 했다.


만 16살 미만과 성관계, 가해자가 19세 이상이면 '처벌'

머니투데이

만 13세 이상 16세 미만 미성년자와 19세 이상 성인이 사귀고 성관계를 한다? 그것도 범죄다.

우린 서로 사랑했다, 합의했다, 다 소용없다. 성관계하고 스킨십했다? 무조건 범죄다.

30대 회사원이 2019년부터 13살 미성년자와 교류하며 알고 지냈다. 2년 뒤 15살이 된 미성년자와 돈을 주고 성관계를 했다. 가해자가 합의한 성관계라 주장했으나 징역 2년 6개월이 선고됐다.

2022년, 미성년자였던 수강생과 성관계를 가진 30대 강사도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강제성이 없다고 판단했음에도 재판부는 이리 판시했다.

"나이가 어린 피해자의 판단력 미숙을 이용해, 아직 성 인식이나 가치관이 성립되지 않은 피해자를 성적 대상화 해 범죄를 저질렀다."


무슨 법이 그러느냐에 대한 '헌재'의 대답

머니투데이

이처럼 미성년자와 성관계해 범죄자가 된 이들이, 아예 해당법(형법 제305조 제2항) 자체가 문제 있다며 헌법소원심판을 냈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답변했다.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이 대답에, 왜 우리 사회가, 성인이라 불리는 이들이, 미성년자를 잘 보호해야 하는지 나와 있기에 옮긴다. 내 문체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최근 13세 이상 16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저지르는 놈들이 많아지고 있다. 교묘하게 접근해 자연스러운 이성 교제인 것처럼 환심 사서 성행위 하게 하는 그루밍성범죄(길들이기식)도 많다. 그래서 2020년 형법을 고쳐서 동의고 나발이고 할 것 없이 처벌하게 한 거다.

2. 설령 동의해서 성관계를 했다고 하자. 13세 미만이든, 13~16세든, 성적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없다. 성적 행위가 뭔지, 그걸 오롯이 이해하고 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니 아동과 청소년의 성을, 법으로 정해서라도 보호하겠다는 결단으로 볼 수 있다.

3. 일본, 미국, 독일 등 세계 다른 나라 입법 사례를 봐도 다 그렇게 하고 있다.

4. 왜 19세 이상의 성인으로 정했냐고? 니네는 미성년자 성을 보호하고, 스스로 성적 정체성과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게 도와야 할 책임이 있으니까. 니네가 얼마나 성숙한지, 판단 능력이 있는지 모르니까 연령으로 법을 정할 수밖에 없다.

4. 이 법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하기 어려운 13~16세 사람을, 부적절한 인간들의 침해 행위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거다. 그래서 자율적인,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잘 자라도록 하기 위한 거다.

그러니까 이 법은 아무 문제 없다고. 덧붙이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이었다.


"안녕~ 왜 혼자예요?" 그루밍 범죄의 6단계

머니투데이

헌재가 해당 법이 '합헌'으로 본 주요 이유. 미성년자와 성인의 부적절한 관계가 '그루밍 성범죄'로 이어지기 쉬워서다. 이에 대해서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루밍 성범죄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고, 돈독한 관계로 만들어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거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그루밍 판례분석(2020년, 한숙희.정희진.조아미)' 논문에선 그루밍 범죄가 6단계에 걸쳐 이뤄진다고 했다. 각 단계에 따른 실제 범죄 사례도 분석했다.

머니투데이

/삽화=탁틴내일 성교육자료 ‘그루밍 이야기’


1단계 : 피해자 고르기

가해자들은 아동과 청소년들의 다양한 취약점을 인지하고 있다. 특히 피해자들은 부모 관리 밖에 벗어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아래와 같은 정보를 파악하고 피해자를 고르고 접근하는 데 쓰는 거다. 실제 사례가 이랬다.

피해자 부모가 이혼, 어머니는 연락이 안 됨, 아버지는 재혼. 12세 청소년이 방황하여 가출.

중학교 3학년인 피해자가 부모와 갈등, 진로 문제로 어려움 겪어, 피해자 부모가 반대하는 가수의 꿈 지지하고 격려.

정신지체장애인으로 세심한 보호와 배려가 필요한 사회적 약자임을 알고.

머니투데이

/삽화=탁틴내일 성교육자료 ‘그루밍 이야기’


2단계 : 피해자의 신뢰 얻기

가해자는 계속해서 아동과 청소년과 친분을 유지해간다. 집에 드나들고, 경계를 낮추게 하고. 피해를 당한단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게 하는 거다.

피해자가 자필로 합의서를 제출, 친하게 지냈다, 악감정 없이 잘 지냈다, 처벌 원치 않는다.

피해자 부모가 반대하는 가수 꿈을 지지해주고 격려하자 신뢰하고, 편지나 문자 등으로 자주 연락.

머니투데이

/삽화=탁틴내일 성교육자료 ‘그루밍 이야기’


3단계 : 욕구 충족 시켜주기

칭찬이나 선물 제공, 취미 공유, 경제적 지원 등을 제공하는 거다. 정서적인 결핍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도 포함된다.

피해자가 혼자 마당에 놀고 있는 걸 발견하고 9000원을 주고 집 안으로 들어감.

꿈을 지지해주고, 피해자와 여행을 다녀오고 스터디카페, 노래방 등을 다녀온 걸 계기로 호감을 표현하기 시작.

머니투데이

/삽화=탁틴내일 성교육자료 ‘그루밍 이야기’


4단계 : 고립시키기

직접적으로 피해자에게 비밀 유지를 요구하기도 하고, 심리적으로 위축시켜 주변에 도움을 청할 수 없게 만든다. 또 두렵게 해서 신고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해 고립시켰다.

성기를 삽입하고, 다음날 전화해 비밀로 하라고 하고.

평소 무서워하던 가해자와 단둘이 있었고 주변에 도움 청할만한 사람도 없었다.

머니투데이

/삽화=탁틴내일 성교육자료 ‘그루밍 이야기’


5단계 : 관계를 성적으로 만들기

다양한 방법으로 성적인 관계를 만드는 단계다. 할 말 있으니 오라고 함정을 만들어 성적 행동을 하고, 야한 비디오를 보자며 성행위로 연결하는 것 등이다.

방바닥에 앉으라고 하면서 반항하지 못하도록 한 뒤 강제추행.

자취방에서 키스하고 옷을 벗기고 자위행위를 하게 하고.

머니투데이

/삽화=탁틴내일 성교육자료 ‘그루밍 이야기’


6단계 : 통제 유지하기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걸 막고 성적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쓰는 방법. 도와줄 대상이 없단 걸 협박하며 인식하게 한다. 지속적 폭력을 당해 두려움을 갖게 되는 것.

당시 자신은 성관계가 무엇인지도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가 첫 성관계였다.

나무로 된 기다란 막대기로 맞았는데, 자신이 맞을만한 잘못을 했기 때문에 맞은 거란 취지로 진술.


"멀쩡한 성인은 절대 미성년자를 만나지 않아"

머니투데이

/사진=유튜브 '오마르의삶' 화면 캡쳐


"성인이 왜 미성년자왜 사귀려고 할까?"

'은지의 타임캡슐' 유튜브를 운영하는 교사 손은지씨는, 성폭력 예방 교육을 위해 올린 영상에서 이 질문에 대해 생각해봤다고 했다.

"첫째는 같은 또래를 사귀려고 하는데 잘 안 되는 거야. 그래서 만만한 미성년자로 눈을 돌리는 경우지. 차라리 이쪽이 나을 수 있고 둘째는 어떤 거냐면 어린 아이들을 보면 성적으로 흥분하는 사람. 정신적인 질환이 있는 사람인 거지요."

머니투데이

그러면서 성인은 미성년자를 꼬시기 더 쉽다고 했다. 돈이 없는 성인도 미성년자가 보기엔 돈을 많이 쓰는 것처럼 보인다고. 같은 또래 학생과 성인이 차이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

머니투데이

미성년자일 때 성인을 만났다던 다정씨(가명, 35)도 경험담을 들려줬다.

"17살에 30대 초반 남자를 만났었습니다. 밥값을 내고, 차를 타고 다니고, 그런 게 그땐 대단해 보였어요. 외로웠고 이야길 들어줄 사람도 필요했고요. 폭력적이었고 성적 요구가 잦았고 상처를 많이 받았습니다. 몸도 마음도요. 제가 성인이 되고 나서야 보입니다. 멀쩡한 성인은 절대로 그런 방식으로 미성년자를 만나지 않는다는 걸요."

머니투데이

교사 손은지씨도 이리 말했다.

"만일에, 성인이 여러분을 진짜 사랑할 수도 있어요. 진실되게 사랑할 수 있다고. 그럼 이 성인이 어떻게 할까요? 여러분이 성인이 될 때까지 기다릴 겁니다. 진짜 사랑한다면서 신체적인 접촉이나 성적 접촉을 하는 건, 그건 절대 참된 사랑이 아니에요."


※그루밍 성범죄 신고는 경찰 긴급 신고(112), 경찰청 사이버안전국(182),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ecrm.police.go.kr), 해바라기센터(1899-3075), 여성가족부 청소년상담(1388),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02-735-8994) 등을 이용하면 됩니다.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주요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
전체 댓글 보기

이 기사를 본 사람들이 선택한 뉴스

  • 조선일보최악의 영남 산불, 부산도 위협… 이재민 2만8000명
  • 한국일보아베 피살·해산명령에도 통일교 못 끊는 자민당… 이시바도 '쉬쉬'
  • 뉴스1[재산공개] 법무·검찰 1위는 변필건 477억…2위 심우정 121억
  • 이데일리법무부 "안동교도소 수용자, 대구 이송…환자·여성 먼저"
  • SBS지리산까지 번진 산불…이 시각 산청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