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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세 엄마가 평생 살던 터전인데" 의성 산불에 망연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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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 의성군 안평면의 한 주택


"동네가 전쟁터같이 초토화됐으니 평생 사셨던 어르신들의 상심이 크시죠."

대형 산불 발생 이틀째에 접어든 지난 어제(23일) 오전 9시쯤 경북 의성군 일대는 자욱한 연기와 매캐한 냄새로 가득했습니다.

도로 주변 산들은 이미 검게 변했고 곳곳에서 간간이 연기가 피어 올랐습니다.

주민들은 도로변에서 검게 타버린 산을 멍하니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산불에 주택 3채가 전소된 안평면 신월리에서는 주민들이 피해 상황을 파악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산불에 전소된 주택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져 있었습니다.

신월리 주민 김 모(45) 씨는 "산에서 불씨가 바람을 타고 넘어왔다"며 "옆집이 싹 다 불에 타고 우리 집에도 옮겨붙더니, 그 불이 뒷산을 타고 또 넘어갔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습니다.

그러면서 "밤새도록 물을 뿌리며 집을 지켰다"며 "동네가 전쟁터같이 초토화됐으니, 평생 사셨던 어르신들의 상심이 크시다"고 하소연했습니다.

부모님 주택이 전소된 김 모(57) 씨는 "그나마 사람은 안 다쳤으니 천만다행으로 생각하지만 올해 90세이신 엄마가 평상 살던 터전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산불은 불씨를 날리며 마을 곳곳의 주택을 태웠습니다.

가까스로 주택 피해를 면한 마을 주민도 농작물 피해는 피하지 못했습니다.

의성군의 특산물인 마늘밭이 마을 곳곳에 있지만, 산불 열기가 닿으며 마늘 모종이 말라버린 상태입니다.

마늘 농사를 짓는 황 모(71) 씨는 "마늘이 열기에 다 쪼그라들었다"며 "살다 살다 이런 불은 처음 봤다"며 혀를 찼습니다.

그러면서 "이제 농번기이고,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빨리 피해 안정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토로했습니다.

의성읍 중리리의 한 농산물 유통업체는 공장 건물 2동이 전소되는 피해를 봤습니다.

열기가 미처 가시지 않은 공장 건물 앞에서는 공장 직원들이 망연자실 서성였습니다.

공장주인 김 모(46) 씨는 "새로 지은 지 일주일도 안 된 공장이다"라며 "산과 바로 붙어있으니 불길이 들이닥치면서 다 전소됐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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