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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벚꽃과 함께 현대미술 즐기러 오세요! '3회 GIAF'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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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작지만 단단하고, 진심이 담긴 국제현대미술제가 강릉에서 막을 올렸다. 파마리서치문화재단(이사장 박필현)이 주최하고 주관하는 제3회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GIAF)이 강릉 도심에서 14일 개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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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고려시대부터 조선조까지 지방 큰 고을을 다스리던 관청이었던 강릉대도호부 관아 앞마당에 설치된 윤석남의 작품. 버려진 개들을 돌본 이애신 할머니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윤석남이 제작한 설치작품 '1,025:사람과 사람 없이' 중 367점의 나무조각이 따사로운 봄 햇살을 받고 있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5.03.23 art29@newspim.com


2022년 처음 열린 GIAF는 이듬해인 2023년에 제2회 미술제가 열렸다. 그리곤 2023년부터는 비엔날레처럼 2년마다 GIAF를 개최한다. 강릉이라는 도시를 기반으로 예술과 사람들의 삶을 하나로 연결하겠다는 뜻에서 출범한 GIAF의 올해 버전은 4월 20일까지 이어진다.

2년마다 열리는 현대미술축제라는 점에서 GIAF는 한국을 대표하는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와 궤를 같이 한다. 그러나 운영주체라든가 지향점은 많이 다르다. 우선 국내 모든 비엔날레들은 지자체가 주도하고, 지자체 예산과 국고가 투입된다. 반면에 GIAF는 민간 재단인 파마리서치문화재단이 기획하고, 주관한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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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강릉 동부시장 근처에 위치한 옥천동 웨어하우스에서 상영되고 있는 정연두의 신작 '싱코페이션 #5'.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커미션 작업으로, 강릉단오제 장면과 두명의 피아노 연주자들의 연주가 교차하는 사운드 영상작품이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5.03.23 art29@newspim.com


강릉 출신으로 글로벌 바이오기업 ㈜파마리서치를 1993년부터 경영해온 정상수 회장은 2018년 파마리서치문화재단을 만들었다. 예술행사를 통해 지역 커뮤니티와 소통하고, 강릉의 문화예술 인프라를 다지기 위해 아트페스티벌을 기획했다. GIAF가 해를 거듭하면 강릉과 세계가 문화적으로 연결되고, 생동하는 미래를 열 수 있을 거라는 비전에서 미술제가 비롯됐다. 시의 지원 없이 민간이 행사를 추진한다는 점에서 타 비엔날레와 구별된다. 때문에 너무 웅장한 비엔날레 보다는 강릉만이 선보일 수 있는 작지만 특화된 아트페스티벌을 지향하고 있다.

GIAF는 재단에 큐레이터팀과 운영팀을 두고 미술제를 개최한다. 1, 2회 행사를 이끈 박소희 총괄감독이 이번에도 기획과 총괄을 맡았다. 해외 또는 외부 전시감독을 비엔날레 커미셔너로 위촉해 행사를 치르는 여타 비엔날레와 달리, 처음의 맥락을 일관성있게 이어간다는 의지를 확인케 하는 방식아다. 또 국내의 기획자를 육성하겠다는 목표도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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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고려시대부터 조선조까지 지방 큰 고을을 다스리던 관청이었던 강릉대도호부 관아에 설치된 안민옥의 사운드 설치작품 '럭키 헤르츠'. [사진=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 2025.03.23 art29@newspim.com


강릉 도심 8개 장소에서 펼쳐지는 GIAF 2025의 올해 타이틀은 '에시자 오시자'다. 강릉 단오제에서 악사들이 구음으로 읊조리는 말로 '하늘과 땅의 모든 존재를 초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파마리서치문화재단은 이를 '환대와 교감'의 개념으로 확장해 공동체 이야기와 개인의 서사가 교차하는 장을 만드는데 촛점을 맞춰 페스티벌을 기획했다.

1회 GIAF는 삶의 터전인 강릉을 기존과 다른 시선으로 탐색하고, 지정학적 위치를 경험과 기억의 축으로 확장하며 새로운 지도를 그리는데 중점을 두었다. 2회에서는 1913년 강릉김씨 부인의 대관령을 오가는 여정을 기록한 '서유록'을 따라 이동의 의미를 탐구했다. 이번 제 3회 GIAF는 다시 대관령을 핵심요소로 삼아 대관령을 넘나드는 바람과 구름, 산새와 들짐승, 이끼와 야생화, 스치는 눈발과 별빛, 그리고 마침내 그곳에서 탄생한 신화와 전설을 걸음의 주체로 전환하고, 축적과 시간을 달리해 대관령을 새로운 관점에서 탐구하고자 했다. 대관령이라는 깊은 주름과 그 곳서 빚어진 수많은 이야기들, 관계맺음을 성찰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특히 강릉 사람들이 처음 만나는 외지인에게 무심히 던지는 "영 너머서 왔수?"라는 인사말에 담긴 퉁명하지만 다정한 마음이 GIAF 2025의 저변을 흐르는 테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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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강릉 작은공연장 단에서 펼쳐지는 이양희의 산조. 정형화된 춤의 틀에서 벗어나 전통을 성찰하고 심미적 가치를 확장하고자 했다. [사진=파라미러서치문화재단] 2025.03.23 art29@newspim.com


올해 GIAF는 강릉역, 옥천동 웨어하우스, 옛 함외과의원, 작은공연장 단, 강릉대도호부 관아, 일곱칸짜리 여관,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창포다리 등에서 11인(팀) 작가의 작품을 소개한다. 대부분의 전시장이 강릉의 명소로 떠오른 명주동 카페거리 인근에 자리잡고 있어 꽃망울 싹튼 벚꽃을 보며 산책하듯 출품작들을 즐길 수 있다.

박소희 감독은 "강릉은 인구가 20만 명 안팎이어서 도보로 관람할 수 있는 축제를 만든다는 게 1회 때부터의 목표였다. 강릉 내 색다른 공간을 찾아내고, 그 곳에 현대미술을 담기 위해 발로 뛰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 양곡창고로 쓰이던 옥천동 웨어하우스와 강릉서 최초로 현대의학을 펼쳤던 함외과의원 등은 이번에 새로 등장한 스폿으로, 작가들에 의해 새롭게 해석돼 혁신적인 예술을 품고 있다. 강릉역도 올해 GIAF의 전시공간에 포함시켰다.

GIAF 2025의 키 플레이스는 강릉시 용강동에 자리한 강릉대도호부 관아다. 고려시대부터 조선조까지 지방 관청이었던 관아 곳곳에는 윤석남, 홍이현숙, 안민옥, 흐라이르 사르키시안의 작품이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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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에 참가하는 국내외 미술가들이개막에 맞춰 한데 모였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5.03.23 art29@newspim.com


특히 관아 동헌 옆마당에 늘어선 윤석남 작가의 강아지 조각들은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의 발길을 붙든다. "이 많은 강아지들이 웬 일이람?"하고 찾아든 시민들은 나무설치 작품이어서 놀란다. 윤석남은 버려진 개들을 돌본 이애신 할머니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나무판에 크고 작은 개들을 끝없이 그려넣었고 '1,025:사람과 사람 없이'라는 제목의 설치미술을 시도했다. 1025점의 전체 조각 중 이번에 367점이 '영 너머' 강릉을 찾았다. 따스한 봄햇살을 받고 있는 유기견, 애완견, 반려견들은 '돌봄과 연대'의 의미를 곱씹게 한다.

가지가 특이하게 뻗어간 소나무 아래에는 안민옥의 사운드 설치작품 '럭키 헤르츠'가 자리잡았다. 강릉 단오장에서 발생한 진동과 소리를 채집하고 특정 소리에 대한 믿음과 에너지를 탐구한 작업이다. 안민옥은 옛 함외과의원에서도 애니메이션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중대청 안에는 홍이현숙 작가의 영상 작품 '지금 당신이 만지는 것-강릉'이, 또 다른 건물인 전대청 안에는 아르메니아계 시리아 작가 흐라이르 사르키시안의 영상 작품 '스위트 앤 사우어(Sweet and Sour)'가 상영되고 있다. 작가의 비극적인 가족사에서 출발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강릉역에는 강릉 출신 김재현 작가의 작품 '써클 트래킹'이 깃발처럼 천장 곳곳에 걸렸다. 옥천동 웨어하우스에서는 정연두 작가가 강릉단오제를 경험하며 마주한 풍경을 피아노 연주와 결합해 제작한 신작 '싱코페이션 #5'가 상영되고 있다. 또 비영리단체 강릉시네마떼끄가 운영하는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에서는 싱가포르 작가 호추니엔의 영상작품 다섯 편을 엮어 '변신술사'라는 주제로 선보이고 있다.

1958년 교회로 지어졌다가 2010년 강릉시가 매입해 공연장으로 바뀐 작은공연장 단에서는 '이양희 산조' 공연과 '이양희 입춤' 상연이 매주 토·일요일 오후 3시에 열린다. 공연과 영상 작업이 결합된 이 작품은 한국 신무용에서 파생된 산조와 입춤을 재구성한 것으로, 춤의 심미적 가치를 확장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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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을 이끄는 파마리서치문화재단의 박필현 이사장이 올해 GIAF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5.03.23 art29@newspim.com


파마리서치문화재단의 박필현 이사장은 "2022년 첫 행사가 열렸을 때 주위에서 '얼마나 오래 가나 보자'며 우려들을 했다. 하지만 남편(정 회장)의 고향 사랑이 지극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단오제, 커피도시에 그치지 않고 '강릉=현대미술의 도시'라는 인식을 심어보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때문에 해마다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예산도 매회 증액되고 있다. 1회 때 2억9000만원, 2회 때 4억8000만원이었던 예산은 올해는 7억원으로 늘었다. 박 이사장은 "2027년에는 경포대 근처에 조병수 건축가가 설계한 문화복합시설이 완공된다. 거점공간이 확보되면 보다 안정적이고 심도있는 페스티벌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GIAF는 지역 시민과 함께 하기위해 시민 봉사자로 구성된 '시티 가이드'와 '시티 도슨트'가 도시 안내와 전시 안내를 맡고 있다. 특히 50~60대 시티 가이드의 정겹고 격의 없는 안내가 내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최측은 강릉역에서부터 창포다리, 옥천 웨어하우스 등 전시장을 오가는 무료셔틀버스도 운영하고 있다. 무료 관람.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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