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레알 마드리드가 사상 처음으로 FC바르셀로나를 이겼다.
레알은 그간 바르셀로나를 17번 만나 전부 졌다.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17전 17패를 기록했다. '엘 클라시코'라는 라이벌 관계가 무색할 정도였다.
스페인 매체 '엘 에스파뇰'은 "레알의 역사적인 승리"라고 했다.
도대체 무슨 뜻일까. 남자 축구에선 세계 최고의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며 매 경기 치고받는 두 팀이지만 여자 축구에선 다르다. 스페인은 지난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에서 자국 축구사 처음으로 우승컵을 차지했다. 남자 대표팀이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승했고, 2008년과 2012년, 그리고 지난해 유럽축구선수권대회를 제패한 반면 여자 대표팀은 그간 '언더독'이었는데 2년 전 여자월드컵에서 처음으로 세계 정상에 올랐다.
스페인 여자축구의 근간은 지금까지 FC바르셀로나였다.
바르셀로나는 2020-2021시즌, 2022-2023시즌, 2023-2024시즌 등 3차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여자부에서 우승했다. 현재 유럽 챔피언인 셈이다.
스페인 정규리그인 리가F에서도 9차례 우승하며 가장 많이 정상에 오른 팀이다.
반면 레알 마드리드는 여자축구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보는 게 맞다. 여자축구팀이 없었으나 지난 2019년 1부리그에 오른 타콘(TACON) 인수에 나서 2020년 7월1일 레알 마드리드에 완전히 인수됐다.
여자축구에서만큼은 레알에 바르셀로나는 넘을 수 없는 벽이었던 셈이다.
타콘이 레알 마드리드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처음 바르셀로나와 붙었는데 1-9로 대패할 정도였다.
하지만 레알은 빠른 투자를 통해 여자축구팀의 골격을 갖췄다. B팀을 만들었고 후베닐과 카데테 등으로 불리는 연령별 팀도 구축했다.
그러면서 리가F에서도 조금씩 두각을 나타내 2020-2021시즌, 2022-2023시즌, 2023-2024시즌에 바르셀로나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했다. 물론 이 때도 승점은 적게는 10점에서 많게는 25점 차이가 났다.
맞대결에서도 일방적으로 당해 17번을 전부 졌다.
그리고 18번째 대결에서 이겼다.
레알 마드리드 여성팀은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리가F 23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스코틀랜드 국가대표인 캐롤라인 위어가 후반 42분과 51분(추가시간)에 각각 결승포와 쐐기포를 넣어 3-1로 이기고 맞대결 17연패 끝에 첫 승을 거뒀다.
두 팀의 승점 차도 줄어들어 바르셀로나가 23경기에서 승점 63을 기록, 선두를 달리고 있으나 레알이 승점 59가 되면서 뒤집기 우승도 노릴 수 있게 됐다.
스페인 매체 '20미누토스'는 경기 직후 "지금까지 바르셀로나를 만나 무승부도 없었지만 드디어 오늘 레알이 '괴물'을 쓰러트렸더"고 표현했다.
두 팀의 라이벌전은 올시즌엔 더욱 특별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모두 준결승 진출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는 8강 1차전에서 볼프스부르크(독일)를 4-1로 대파했다. 레알은 아스널(잉글랜드)를 2-0으로 눌렀다. 2차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두 팀 모두 준결승에 진출하는 셈이다. 두 팀은 대진표상 결승에서 만날 수 있다.
여자축구에서도 '엘 클라시코'가 세상을 지배하는 날이 머지 않았다.
사진=레알 마드리드 홈페이지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