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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그동안 뭐 하다 이제 와 연금개혁 거부권 주장하는 韓·安·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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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국민의힘 차기 대선주자 일부가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대해 정부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한동훈 전 대표는 “바로 연금을 더 받는 86세대는 꿀을 빨고, 올라간 돈을 수십 년간 내야 연금을 받는 청년세대는 독박을 쓰는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 의원은 “연금개악법”이라며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포함해 다시 개정해야 한다고 했고, 유승민 전 의원은 “개정안은 땜질하기로 담합한 것일 뿐”이라며 여야의 재논의를 요구했다.

여야 협상 땐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던 여권 주자들이 18년 만에 어렵게 국회를 통과한 개혁안을 아예 원점으로 되돌리자고 뒤늦게 앞다퉈 주장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는 지난해 당 대표 시절만 해도 “정기국회에서 모수개혁부터 확실히 논의를 완료해야 하다”고 했고, 안 의원도 본회의 전엔 “어렵게 이룬 합의인 만큼 반대표를 던지진 않겠다”고 했었다. 유 전 의원은 지난해 모수개혁부터 먼저 처리하자는 움직임을 비판한 적 있지만 이번 여야 논의 과정에선 뚜렷한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동안 뭐 하다가 이제 와 거부권 운운하나.

‘더 내고 더 받는’ 이번 모수개혁안만으론 4050세대보다 2030세대의 보험료 부담이 커지는 데다 연금 고갈 시점을 8∼15년 늦추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 30대 이하 세대가 연금을 수령할 나이쯤 기금이 소진될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을 다른 연금과 연계해 재설계하는 구조개혁은 이해관계자가 훨씬 많아 모수개혁과 함께 한꺼번에 손보려면 당장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어렵고 논의에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온 뒤에는 연금개혁의 첫 단추인 모수개혁안마저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컸다.

이번에 모수개혁에 실패했다면 하루 885억 원씩 늘어나는 연금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당장 4년 뒤부터 연금 기금 총액 자체가 줄어들 판이었다. 그간 쌓아놓았던 기금이 허물어지기 전에 내는 돈과 받는 돈 모두 선진국과 격차를 좁히는 모수개혁을 통해 급한 불부터 끄는 것이 불가피했다. 이제 여야가 구조개혁과 함께 인구 구조 변화 등을 반영해 수급액 상승 폭을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 여부 등 청년층의 우려를 불식할 방안을 국회 연금특위에서 하루빨리 찾는 것이 순리다. 뒤늦게 모수개혁에 대한 청년층의 반발에 올라타려는 행태는 무책임한 표심 잡기로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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