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록 전남도지사가 23일 나주종합스포츠파크에서 열린 '대혁신호남포럼'에 참석해 윤석열 탄핵과 함께 호남정치 부활을 선언했다. 김우관, 심진석 기자 |
호남권 메가시티 경제동맹 강화를 위해 광주시·전남도·전북도가 모두 모인 자리에서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헌법재판소를 향해 "윤석열 정부의 빠른 시일 내 종식을 선언해야 한다"고 날 선 목소리를 냈다. 여기에 호남 정치 부활을 다시금 강조하면서 일각에선 김 지사가 대권을 향해 출사표를 던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영록 전라남도, 강기정 광주광역시장,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는 23일 나주종합스포츠파크에서 열린 2036 전주 하계올림픽 성공 유치 기원 및 호남권 메가시티 경제동맹 강화를 위한 '대혁신 호남포럼'에 참석했다.
당초 이날 행사는 호남권역 3개 광역단체가 서로 상생과 협력을 다짐하고, 더 나아가 지방공동체 형성을 통한 메가시티 실현을 확약하자는 취지였지만, 현장은 지역 정치권의 윤석열 정부를 향한 성토의 장이 됐다.
23일 나주종합스포츠파크에서 열린 호남권 메가시티 경제동맹 강화를 위한 '대혁신 호남포럼' 참가자들이 윤석열 정부 비판과 호남정치 부활을 강조하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심진석 기자 |
시작은 정치 9단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국회의원((전남 해남군완도군진도군)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날 포럼 행사 축사를 하기 위해 무대 위로 올라온 박 의원은 "제가 그 유명한 박지원입니다"란 특유의 넉살이 담긴 소개와 함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박 의원은 "이번 포럼을 계기로 호남 3개 지자체가 연대를 통해 새로운 호남 발전상을 만드는 혁신의 기회다"라고 전재한 뒤 "비상계엄 이후 국가는 위기에 빠져 있다.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고 민주당이 정권 교체해서 광주·전남·전북을 발전시키는 것이 대혁신의 길이다"고 일갈했다.
함께 축사에 나섰던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국회의원(나주시·화순군)도 "대혁신포럼의 방향은 지방정부의 연대 속에 슬기롭게 민주적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것 아닌가"라며 "윤석열 대통령 폭압에 맞서기 위해선 '호남 정신'이 절실하다. 우리 함께 새 정부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강기정 광주시장 역시 윤 정부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포럼 기조 발표자로 나선 강 시장은 "윤석열(대통령) 심판의 시간이 다가왔다"며 "탄핵의 강을 넘어 민주 정부로 다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투표의 시간이 점차 오고 있다"며 "호남의 투표율이 높아야 한다. 저번 대선에서 1등과 2등의 격차는 불과 24만표 차였다. 호남에서 적어도 5% 이상 투표율이 올라야 다음 대선에 승산이 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결국 투표가 답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윤 정부를 향한 릴레이 규탄 이어지는 가운데 백미는 김영록 전남지사 촌철살인 발언들이었다.
김 지사는 "윤석열 탄핵결의대회 현장에 다녀왔다"고 밝힌 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늦어지면서 시민분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판결이 하루빨리 나와야 한다"라며 "정의로서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방송 토론회에 나와 당시 사실관계가 애매한 부분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단 이유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라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재판 결과는 반드시 무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호남 정치의 재도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지사는 "호남 정치는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을 전후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호남의 자존심을 확실하게 회복하고, 다시금 호남이 정치 중심에 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지사의 이 발언들이 겉으론 지역 정치에 대한 세간의 분위기를 전하는 수준 정도로 비치지만 일각에선 호남 정치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선포문으로 보는 시각이 다분하다.
호남 정치 붕괴에 대해선 지역 곳곳에서 우려를 했던 것이 사실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한화갑 전 의원을 비롯해 이낙연 전 총리 등 호남에 기반을 둔 거물 정치인들이 최종 방점을 찍지 못한 채 허무하게 정치 무대 밖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봐 왔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노무현, 문재인 두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 이재명 현 민주당 대표까지 경상도 출신의 인물들이 호남의 선택 속에 호남의 정치를 대변하는 역할을 해 왔다.
이 과정에서 호남 소외론은 더욱 확산하고 커졌다.
김 지사의 이번 포럼을 통한 '호남 정치의 부활 선언'은 결국 현재 사라지고 없는 새 호남 정치 지도자로서의 평가를 지역민에 받아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근 자신이 약속한 대권 행보를 더욱 굳건히 하겠단 의지 표명이기도 하다.
지역 정계 관계자는 "이번 광주, 전남, 전북 3개 단체가 모인 자리에서 호남 정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김영록 지사의 발언은 큰 의미가 있다"라며 "자신이 공개적으로 약속한 대권 완주에 대한 보증서이면서 호남 정치의 또 한명의 리더로서의 존재감까지 대내외적으로 보여 준 것이다"고 밝혔다.
호남취재본부 심진석 기자 mour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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