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대법원 법인등기기록에 따르면 중국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가 지난달 28일 ‘지커 인텔리전트 테크놀로지 코리아 주식회사’라는 국내 법인을 설립했다. 지커는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그룹인 지리자동차가 2021년 3월에 만든 브랜드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
지리자동차는 국내 법인 설립에 앞서 17일 지커 로고에 대해 국내 상표 등록을 마쳤고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7X’ 상표도 출원했다.
한국 시장을 노크하는 중국 전기차 제조사는 최근 급증 추세다. 중국 판매량 1위 BYD가 올해 초부터 전기 승용차 아토3를 한국에서 판매 중이며, 4위 업체인 창안자동차는 내년부터 한국에서 전기차를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법인 설립을 총괄할 임원 채용에 착수했다.
신생 전기차 샤오펑은 국내 판매를 담당할 총판 선정을 위해 수입차 딜러사를 물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샤오펑은 수출 확대를 위해 올해 진출 시장을 현재의 약 2배인 60개국으로 늘릴 예정인데, 여기에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권 주요 지역이 포함돼 있다. 이밖에 중국 신생 전기차 업체인 립모터, 샤오미 산하 전기차 업체 샤오미 오토 등도 한국 진출을 검토하는 곳으로 거론된다.
가성비의 대명사였던 샤오미는 자사 최고급 사양 스마트폰을 한국서 출시할 정도로 자신만만이다. 샤오미코리아는 이달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5에서 공개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샤오미 15 울트라를 25일 국내 공식 출시한다. 이 스마트폰은 1499유로(약 227만원)로 삼성전자의 갤럭시 S25 울트라 1459유로보다 비싸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C커머스) 기업도 한국 시장 진출과 확대 속도를 올리고 있다. 테무는 C커머스 최초로 국내에 축구 경기장 23개 크기의 초대형 물류센터를 마련했다. 알리익스프레스도 올 상반기 안에 한국에 물류센터를 구축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알리와 테무는 중국산 제품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판매자 모집에도 주력하고 있다. C커머스가 막대한 자금력으로 검증된 한국 판매자들의 제품을 싸게 판매한다면 토종 이커머스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제조·물류사 등의 한국 진출 러시는 공급이 포화했고 출혈경쟁이 지속 중인 자국 내수 시장 사정이 1차 원인으로 지목된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 등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시급히 대체 시장을 찾아야 하는 속사정까지 가미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 업체들이 한국 시장을 단순한 판매처를 넘어 아시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기적으로는 한국을 자사 브랜드 생산 하청기지로 삼아 미국 등의 관세를 우회하거나 낮추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양한 중국 제품이 국내에 소개되는 게 소비자 선택폭을 넓힌다는 장점이 있지만 우려의 시선이 더 큰 게 사실이다. 이른바 ‘차이나 쇼크’로 불리는 중국의 수출 증가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의 제조업 고용 감소와 임금 하락을 초래했다는 다수의 분석이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대중국 수입 증가가 일자리에 악영향을 미쳐 혼인율과 출산율 저하로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재계 관계자는 “이대로 가다간 방위산업 등 국가가 산업에 대한 보호막을 쳐주지 않는 제조업은 모두 중국의 영향권 아래에 들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며 “차이나 쇼크가 불러올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한 한국 산업의 자립성과 회복력을 키울 정부 차원의 지원방안 마련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백소용·이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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