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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폭풍 앞에서 ‘미묘한 안정’ 연출한 한·중·일…일 언론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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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중·일관계 개선 강조
일본 언론은 중국 의도 주목
이견 속 협력에는 의미 부여
경향신문

왕이 중국공산당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왼쪽)과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이 22일 중·일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한·중·일 외교장관이 22일 일본 도쿄에서 만난 배경 중 하나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꼽힌다. 3국 장관회담을 두고 역사 문제와 영토 문제 등 여러 ‘복병’을 잠시 덮어두고 ‘미묘한 안정을 연출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평가했다.

펑파이신문 등 중국 매체들은 왕이 중국공산당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중국인민항일전쟁(중·일전쟁) 승리 80주년을 맞아 우리는 역사를 반성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언급한 것을 앞세워 보도했다. 왕 주임은 한국의 광복 80주년과도 맞물리는 중·일전쟁 승리 80주년 언급과 과거사를 거론했지만, 일본이 강조하는 ‘미래지향적 관계’도 함께 언급해 톤을 누그러뜨렸다.

중국 외교부는 한·중 일 외교장관 회담에 이어 열린 중·일 고위급 경제 대화를 통해 중·일관계 개선의 물꼬를 텄다고 밝혔다. 이번 중·일 고위급 경제 대화는 6년 만에 열린 것이다. 양국 15개 부처 수장이 참석했다. 중국 외교부는 “일방주의·보호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이번 대화는 자유무역체제를 지지하고 국제 무역 규칙을 준수하며 경제 세계화를 따르는 목소리를 냈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은 고위급 대화에서 탈탄소 분야 협력과 인적 교류를 지속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해제 문제가 논의됐지만 해제 시기 등 뚜렷한 진전이 없었다고 전했다. 앞서 열린 중·일 외교장관 양자회담에서도 일본은 오키나와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포함한 동·남중국해 진출, 중국군의 활발한 군사활동, 일본인 반간첩법 구속 문제 등에 우려를 전달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중국 외교부가 발표 자료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들어갔다며 일본 외무성이 수정을 요구하는 일도 있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21일 왕 주임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를 면담한 자리에서 “‘중·일 4개 정치 문서에 명시된 원칙과 합의’에 따라 역사나 대만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정치적 약속의 이행”을 요구했으며 이시바 총리는 “중국이 설명한 입장을 존중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일본 외무성은 총리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고 전했다.

4개의 정치문서는 1972년 중국과 일본이 국교 정상화를 한 이래 양국이 합의한 성명, 조약, 선언을 일컫는다. 중국의 대만 문제 관련한 입장인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해 이시바 총리가 “존중한다”는 종전 원론적 입장을 넘어서 “동의한다”고 대답한 것처럼 보이게 중국 측 자료가 나갔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처럼 3국의 과거사 인식 등 복병이 적지 않지만,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을 의식해 한·일 양국에 접근했고, 한국과 일본도 지역 안정을 위해 한·중·일 협력을 모색했다고 해설했다. 아울러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해 러시아에 접근하는 데 따른 초조함도 중국이 한국과 일본에 다가온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아사히신문도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로 국제질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미국을 대신해 지도력을 보이고자 하는 중국에 대해 일본과 한국은 경계하고 있다”면서도 “3국의 생각이 뒤얽힌 가운데 동아시아의 기묘한 안정이 연출됐다”고 총평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과 한국은 중국과 대화와 협력을 통해 중국의 역할을 견인해 가는 것이 미국에도 이익이 된다는 생각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한국과 관련한 보도는 중·일 양국 매체에서 현저히 적었다. 일본 언론들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이시바 총리의 상품권 스캔들 등 한·일의 혼란스러운 내정은 지역 협력에도 복병이 될 것으로 봤다.


☞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북한 문제 시각차 확인…한·중 “시진핑 방한 위해 노력”
https://www.khan.co.kr/article/202503231535001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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