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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일하는 사람들의 처우를 그대로 두고 외국인 요양보호사 도입하면, ‘인력 부족’이 해결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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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노우정 전국돌봄서비스노동조합 서울지부 지부장(왼쪽), 선미경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요양원 요양보호사, 양복순 방문 요양보호사(오른쪽)가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서은 기자


정부가 요양보호사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요양보호사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에 대해 요양보호사들은 “왜 요양보호사들이 현장을 떠나고 있는지 원인부터 제대로 짚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일하고 있는 요양보호사들에 대한 처우 개선 없이 외국인 인력을 도입하는 것으로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5일 ‘제30차 외국인정책위원회’를 열고 오는 2028년까지 약 11만6000명의 요양보호사가 부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 전문 연수 과정을 신설하고,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지역 우수대학을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대학으로 지정해 관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20일 노우정 전국돌봄서비스노동조합 서울지부 지부장, 선미경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요양원 요양보호사, 양복순 방문 요양보호사를 만나 현장 이야기를 들었다.

요양보호사들은 정부 정책이 ‘진단’부터 잘못됐다고 했다. 현재 국내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자는 300만명이지만, 실제로 일하는 요양보호사는 70만명에 불과하다. 요양보호사 평균연령은 61.7세로 대부분 여성이다. 오랜 기간 일해도 경력을 인정받지 못해 급여는 계속 최저임금 수준에 머무르며,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다. 양복순씨는 “정부의 외국인 요양보호사 도입 발표에는 요양보호사가 왜 부족한지에 대한 원인 분석이 없다”며 “처우가 좋아지면 일할 사람은 자연히 늘어난다”고 했다.

양씨는 처우 개선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 인력을 도입하는 것은 돌봄노동 시장의 저임금 구조를 고착화할 우려가 크다고 했다. 그는 “내국인들도 열악한 상황으로 인해 떠나는데, 외국인들 역시 오랜 기간 버티며 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돌봄노동은 정서적 친밀감과 라포(상호 신뢰 관계) 형성이 중요한데, 외국인들과는 관계를 형성하는 게 더 힘들 수 있다”고 했다.

2019년부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에서 일했던 노우정 전국돌봄서비스노동조합 서울지부장은 지난해 시설이 문 닫으면서 정리해고됐다. 서울시 출연기관인 서사원은 오세훈 시장이 예산 100억을 삭감하고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서사원 지원조례를 폐지하면서 문을 닫게 됐다. 요양보호사가 부족하다는 정부와 지자체가 오히려 요양보호사들을 거리로 내몬 셈이다. 노 지부장은 “정부가 앞장서서 서사원 같은 공공기관을 없애놓고 요양보호사가 부족하다고 한다”며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 때도 현장을 지켰는데, 이제는 버틸 수 있는 힘이 고갈되고 있다”고 했다. 최근 몇 년 간 요양보호사의 치매 인지 수당, 원거리 교통비, 처우 개선비 등이 사라지거나 축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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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들이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서은 기자


많은 요양보호사들이 떠나면서 인력 부족이 심해져 현장에 남은 요양보호사들의 노동 강도가 더 세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산하 서울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선미경씨는 시설에서 요양보호사 1인당 최소 8명에서 최대 16명의 어르신들을 돌봐야 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근무 시간에 실질적인 휴게 시간은 없다. 식사도 15분 내외로 급하게 끝내야 할 정도다.

윤석열 정부 들어 장기요양위원회 논의에 양대 노총이 빠지면서 요양보호사들이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기 더 어려워진 점도 문제다. 선씨는 “현재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통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서울시 등을 돌며 이야기해도 서로가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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