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부산지법 민사16단독 오세영 판사는 프로축구단 부산 아이파크의 유소년팀 감독과 코치로 일하다 퇴직한 A씨와 B씨가 축구단을 상대로 연차휴가 수당과 퇴직금 등을 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8490만여원과 3596만여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지난 12일 판결했다.
A씨와 B씨는 HDC스포츠가 운영사로 있는 프로축구단 부산아이파크의 유소년팀에서 각각 14년, 10년간 일했다. 구단 측은 이들을 개인 사업자로 보고 4대 사회보험에 가입시키지 않고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했다.
유소년들이 축구하는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
법원은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 등 임금을 목적으로 피고와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노동자성을 인정했다. 두 사람은 해당 축구단 이외 다른 구단과는 유사한 업무를 하는 계약을 맺을 수 없었고 감독과 코치 업무 외에도 각종 회의에 참석하고 구단 측에 보고해야 하는 의무가 있었다.
구단 규정이나 계약을 위반하면 벌금 100만원을 내도록 한 계약 조항도 이들이 종속적인 관계에서 노동자로 일한 근거가 됐다. A씨와 B씨는 외부 일정이 없을 때는 구단 사무실에 9시 전까지 출근해 오후 6시까지 일하면서 외부 출장을 갈 때는 구단 승인을 받았다.
미사용 연차수당과 관련해 구단 측은 두 사람이 근무 기간에 유급휴가를 사용했다는 주장을 펼쳤으나, 법원은 “원고들이 유급휴가를 이미 사용하여 그에 관한 권리가 소멸했다는 사실에 대한 증명 책임은 사용자에게 있다”며 “‘근태 관리’를 소홀히 해 원고들의 유급휴가 사용 여부를 증명하지 못하는 책임은 사용자가 지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주휴수당은 두 사람이 정해진 연봉을 12개월로 분할해 매월 임금을 받은 점에 비춰 이미 받았다고 판단했다.
장재원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노동자로 일을 시키고 개인 사업자로 위장시켜 근로기준법상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수많은 사업장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라며 “이런 위장 프리랜서 계약 관행이 근절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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