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Amopera' |
(대구=연합뉴스) 이용숙 객원기자 = 한 남자가 무대에 등장해 객석을 향해 박수를 유도한다. 그러나 그는 곧 고통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바닥에 쓰러지고, 다른 남자가 다가와 그에게 광대 옷을 입힌다. 곧 빨강, 노랑, 파랑, 초록, 보라 등 온갖 빛깔의 양말을 신은 검은 옷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무대에 등장하더니 보면대와 악기들이 빼곡한 무대의 가장자리를 빙빙 돌며 달린다. 관객들은 이제부터 어떤 일이 벌어질지 호기심과 기대에 차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2022년 오스트리아 초연 후 전 세계에서 찬사를 받으며 공연 중인 '아모오페라'(Amopera)의 한국 초연이 지난 22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이뤄졌다. 오페라 장르의 핵심 주제인 사랑과 죽음을 다루며 중간휴식 없이 100분간 진행된 이 공연은 무대 위에서 쉴 새 없이 내달리고 충돌하고 포옹하는 오케스트라 연주자들 덕분에 한순간도 시선을 돌리거나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는 숨 가쁜 무대였다. 이 공연은 오페라라는 장르의 형식과 내용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분석하고 비판하는 '메타오페라'다. 작품 제목인 'Amopera'를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초기에 '암오페라'라고 한글로 표기했다가 '아모오페라'로 바꿨지만, '오페라 사랑'과 '나 자신이 오페라'라는 중의를 담은 이 제목을 하나의 뜻으로 번역하기가 애매해서인지 거의 모든 곳에서 원어 제목 'Amopera'로 표기하고 있다.
오페라 'Amopera' 리허설 |
이 공연은 현대음악의 독창적 해석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누리는 연주단체 '클랑포룸 빈'과 장르 간 소통과 융합을 표방하며 연극, 춤, 시각예술 등 다양한 예술 분야를 아우르는 벨기에의 니드컴퍼니가 협업했다. 페터 폰 마트의 '배신당한 사랑'(Liebesverrat)에서 영감을 얻어 열애의 어두운 면인 불신과 배신, 실망과 파국의 감정을 음악으로 풀어냈다. 두 단체 모두 성공적인 내한 공연 이력이 있어 일찍부터 예술계의 관심을 모은 공연이다. 20세기와 21세기에 초연한 현대오페라 16편에서 주요 부분을 발췌해 몽타주 기법으로 결합하고 편곡하고 각색한 뒤 각 작품의 핵심적 의미를 서로 연결해 하나의 극으로 만들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배경의 몽환적, 유희적 영상은 음악의 효과를 더욱 강렬하게 해준다.
오페라 'Amopera' 리허설 |
오페라 'Amopera' 리허설 |
남자가 한 여자와 키스한 뒤 무대 주위를 달리다가 금방 다른 여자를 만나 키스하고, 그를 지켜본 첫 번째 여자가 배신감에 슬픔과 분노를 표현하는 등 한없이 역동적이고 격정적이었던 이 공연의 진행은 죽음이라는 주제를 부각하는 결말로 다가가면서 점점 진지해진다. 자신의 실체를 깨닫고 절망적인 죽음에 이르는 쳄린스키의 '난쟁이'는 연쇄살인마 '잭 더 리퍼'에 의한 룰루의 강렬한 죽음과 룰루를 향한 백작 부인의 비가(悲歌)로 이어지며 작품 간의 탁월한 연결고리를 찾아냈다. 마지막에는 브리튼의 '루크레티아의 능욕' 중 '그녀는 장미처럼 잠들어'의 감동적인 서정과 고요로 마무리됐다.
관객의 반응은 갈렸다. 신선한 공연 형식에 환호하는 관객들도 있었지만, 전통적인 오페라 갈라콘서트를 기대하고 왔다는 관객들은 "너무 어려웠다"며 이런 현대적인 공연에 앞서 충분히 예습할 수 있는 교육의 기회를 대구오페라하우스에 청했다. 공연단은 대구에서 23일 공연을 마친 뒤 도쿄 분카 카이칸 극장에서 아시아 투어를 마무리한다.
오페라 'Amopera' 리허설 |
rosina03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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