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극본 임상춘, 연출 김원석) 3막이 공개됐다. 가을에 해당하는 9회부터 12회의 이야기엔 1990년대 딸 금명(아이유 분)의 서울 생활과 연애 이야기가 주로 담겼다.
배우 김선호와 아이유가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3막에서 호흡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
이런 애순 앞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다. 바로 미대 출신 화가 박충섭(김선호 분)이다. 덥수룩한 머리에 수염을 기른 충섭과 금명은 서로의 연애사를 다 지켜본, 못 볼 꼴 다 본 사이다. 충섭은 극장 입구에 걸리는 커다란 영화 간판을 그리는 화가로, 금명은 해당 극장 매표 알바를 했다. 충섭이 연탄가스를 마신 금명을 둘러업고 뛰기도 하고, 금명이 충섭의 어머니에게 생애 처음 극장 영화를 보여주기도 하는 등 천천히 서로의 삶에 스며들었다.
그랬던 충섭이 어느 날 금명의 초상화를 남기고 군대에 갔고, 3막 말미엔 군복 입은 충섭이 금명이 탄 버스를 발견하고 뛰어간다. 그렇게 두 사람의 재회, 금명의 결혼식이 예고되면서 충섭이 금명의 남편일 것이라는 예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폭싹 속았수다'는 65년에 걸친 부모와 자식의 연대기를 그리고 있어서 등장인물이 굉장히 많다. 애순과 금명 1인 2역을 맡은 아이유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분량이 비슷하거나 많지 않은 편이다. 특히 금명의 이야기가 주가 되는 후반부엔 청년 관식이 등장할 일이 거의 없다 보니 박보검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회상신에서 잠깐 모습을 비출 뿐이다. 이는 4막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예상돼 아쉬움이 커진다.
배우 박보검, 아이유, 박해준이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
그럼에도 금명의 기억 속 관식의 존재감은 크다. 애순을 위해 전쟁을 치르고, 금명을 지키기 위해 몸을 날리기도 하는 관식의 애틋한 사랑은 그 누구에 비할 수 없기 때문. 금명이 영범과 헤어질 수 있었던 이유도 무쇠 같은 아빠를 보고 자랐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금명을 "크리스마스트리 같다"라고 하던 충섭과의 러브스토리가 4막에선 어떻게 그려질지, 영범에겐 선을 긋던 관식이 충섭에겐 어떤 태도를 보일지 기대가 커진다. 여기에 더해 금명이 충섭의 모친과 남다른 인연을 쌓은 상태라는 점 역시 마음 따뜻해지는 서사를 예상케 하는 지점이다.
이준영은 첫사랑에 마냥 철없이 울고 웃던 영범이 끝내 이뤄지지 못한 사랑에 절망하는 감정의 굴곡을 유연하게 연기해냈다. 또 김선호는 마치 그 시대에 살았을 것 같은 비주얼뿐만 아니라 20대 청년의 고민과 무게감을 고스란히 짊어지고 살아가는 화가 충섭 그 자체가 되어 극 속에 자연스럽게 묻어났다. "특별출연이지만, 촬영 회차가 꽤 많았다. 특별출연 이상의 임팩트가 있다"라는 관계자의 말이 납득이 될 정도로 강렬한 존재감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제 '폭싹 속았수다'는 겨울에 해당하는 4막, 단 4회만을 남겨놓고 있다. 2000년대로 들어서게 되면서 노년 애순과 관식의 이야기가 진하게 그려질 예정. 많은 풍파를 겪으면서도 가족, 특히 자식만을 위해 살았던 애순과 관식은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을 울릴지, 오는 28일이 참 많이 기다려진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 조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