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겸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
왜 이렇게 성장세가 빠를까. 전문가들은 디지털 가속화로 금융의 성격이 크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첫째, 금융서비스는 무형(intangible)이어서 원재료 매수, 공장 생산이나 배달도 필요 없다. 그만큼 생산에서 소비까지의 주기가 짧단 얘기다. 따라서 소비자가 선호하는 금융서비스라면 그만큼 매출도 빠르게 증가할 거라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둘째, 해외 진출이 아날로그 때보다 쉬워지는 점도 주요인 중의 하나다. 디지털플랫폼의 특성상 시간·공간 제약 없이 해외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데다, 모바일·디지털 화면 활용으로 언어와 문화적 장벽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금융과 비금융의 시너지효과에 따른 수익모델 다양화도 수익 증가 요인이기 때문이다. 특히 결제 데이터는 금융뿐 아니라 모든 산업·기업의 소비자 행동을 분석할 수 있는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활용하면 금융뿐 아니라 비금융 기업의 수익을 늘려줄 수 있고, 이에 따른 수수료 수입 확보가 가능하다. 이외에 2019~2022년간 지속된 코로나19의 여파로 디지털화가 가속화된 점, 또 AI 등 기술혁신이 핀테크에 적용되면서 핀테크의 기업 가치가 더욱 높아진 점 등도 빼놓을 수 없다.
분야별로 보면 어떤가. 핀테크 분야는 20여 개로 다양하지만, 유니콘을 형성하는 분야는 주로 결제, 인터넷 뱅킹, 블록체인, 인슈어테크, 레그테크 등이다. 그중 결제의 비중이 36.6%(151개)로 가장 높고, 다음은 인터넷 뱅킹(24.2%), 블록체인(18.2%), 인슈어테크(12.1%), 레그테크(9.1%)의 순이다.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결제는 지난 5년간 성장률도 연 58%로 가장 빠르고 데카콘도 5개로 핀테크 데카콘 전체의 무려 41.7%다. 핀테크 중 기업 가치 1, 2위인 미국의 스트라이프(915억 달러)와 중국의 앤트 파이낸셜(790억 달러), 글로벌 결제 게이트웨이 역할을 하는 영국의 Checkout 등이 모두 이 분야다.
인터넷 뱅킹도 결제·송금만큼은 아니지만, 지난 5년간 연 20.1%의 성장률로 8% 내외인 블록체인이나 인슈어테크, 레그테크보단 거의 3배 수준이다. 다중 통화는 물론, 주식·암호자산 거래도 지원하는 영국의 Revolut, 파격적인 수수료 인하로 유명한 미국의 Chime이 대표적이다. 이외에 트럼프의 親가상자산정책으로 주목받고 있는 미국의 가상자산거래소인 코인베이스, AI 기반의 미국 인슈어테크업체인 레모네이드, AI를 활용한 법률 문서분석으로 유명한 영국의 루미넌스 등도 시장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시장예측에 의하면 핀테크 유니콘 시장은 향후 10년간 연 20% 가까운 고성장세, 인도, 브라질,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등 신규 국가 또는 지역의 성장세가 현저할 거라고 한다. 토스, 두나무, 비썸 외에 핀테크 유니콘이 정체상태인 우리나라 업계와 정책당국의 분발을 기대해 본다.
길재식 기자 osolgil@etnews.com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