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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시간 맞추려다 신호 위반해 사망…법원 “업무상 재해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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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배달 라이더들이 서울 마포구 공덕오거리를 오토바이로 이동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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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시간을 맞추기 위해 오토바이를 급히 몰다가 신호 위반에 따른 교통사고로 사망한 배달기사의 업무상 재해가 인정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정희)는 배달기사 ㄱ씨의 부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례비 지급 불승인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ㄱ씨는 2023년 9월12일 오후 4시59분께 배달할 음식을 가지러 오토바이로 이동하던 중 교차로에서 신호를 위반해 직진하다 맞은편에서 좌회전하던 차량과 부딪혔다. ㄱ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틀 뒤 비장파열로 인한 저혈량성 쇼크(혈액량이 부족해 생기는 쇼크)로 사망했다.



ㄱ씨 부모는 업무상 재해라며 유족급여 및 장례비 지급 청구를 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지난해 1월 ‘신호위반이라는 일방적 중과실로 인한 것으로,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며 부지급 처분을 내렸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2항은 ‘근로자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경우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ㄱ씨 부모는 “아들의 신호 위반 과실이 중대성 및 위법성 측면에서 산업재해보상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의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ㄱ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 인정에서 제외되는 ‘범죄행위’에서 발생한 사고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고가 근로자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그 사고가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등으로 일어났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안 되고, 사고의 발생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기존 판례를 참고했다. 재판부는 “ㄱ씨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배달기사로 근무하였는데, 그 업무 특성상 배달 지연 등으로 인한 고객의 불만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속하게 음식을 배달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며 “ㄱ씨는 이 사건 사고 당일 32회의 배달 업무를 수행했다. 사고 당시 육체적·정신적 피로가 상당히 누적된 상태였을 것으로 추단할 수 있고, 이에 순간적인 집중력 또는 판단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신호위반을 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ㄱ씨의 신호위반이 이 사건 사고 발생의 주된 원인이라는 사정만을 들어 이 사건 사고가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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