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035720)모빌리티의 창업자 격으로 통하는 정주환 전 대표가 100억 원에 가까운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했다. 회사 성장 가능성을 믿고 차익 실현 없이 주식을 보유한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각종 사법리스크로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경영 책임자였던 정 전 대표가 막대한 이익을 거둘 기회를 잡았다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3일 정보통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 정 전 대표는 지난해 말 만기가 도래한 카카오모빌리티의 스톡옵션을 행사했다. 스톡옵션은 기업 임직원이 일정 기간 내에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회사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비상장 회사인 탓에 정확한 규모는 알 수 없지만 업계에서는 스톡옵션 행사에 따른 이익 규모가 약 95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정 전 대표는 스톡옵션으로 취득한 주식을 당분간 매각하지 않고 계속 보유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대표는 카카오에서 택시 사업을 주도하면서 카카오택시 출시를 이끌었다. 이후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을 따로 뗀 카카오모빌리티의 출범을 책임지면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정 전 대표를 카카오모빌리티의 창업자 격으로 본다. 그는 2020년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직에서 물러나 카카오로 돌아왔다.
일각에서는 정 전 대표가 차익 실현을 하지 않았지만 인센티브로 인식되는 거액의 스톡옵션을 행사했다는 점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회사가 매출 부풀리기, 콜 몰아주기 등 각종 의혹으로 수사 대상에 올라 경영 리스크가 커진 가운데 경영 핵심 인물이었던 그가 막대한 개인 이익을 취하게 됐다는 점에서다.
다만 정 전 대표가 취득한 주식을 매각하지 않은 만큼 전 대표로서 회사의 미래 발전 가능성에 베팅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정 전 대표가 회사 성장 비전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창업 당시 받은 스톡옵션의 만기가 도래해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매출 부풀리기 논란 등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이창민 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직책에 복귀를 준비한다. 이 전 CFO는 지난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카카오모빌리티의 회계 기준 위반 결론을 내리고 과징금을 부과하자 책임을 지고 직책에서 물러났다.
이 전 CFO는 이후 자신에게 부과된 과징금 처분이 부당하다며 이를 철회해달라는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냈다. 이 전 CFO는 회사에 대한 과징금(34억 6260만 원)과 별도로 류긍선 대표와 함께 각각 과징금 3억 4000만 원을 처분받았다. 법원이 이 전 CFO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그의 복귀 논의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에서는 회사를 떠나기 직전 맡았던 최고운영책임자(COO) 자리로 돌아올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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