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만원 육박 고가 로봇 청소기
'상당히 무거운' 본체 중량감만큼
문턱·전선 등 장애물 회피 탁월
'엑스트라 엣지' 사이드 걸레
방 모서리 훑는 장면에 박수 절로
밤에 켜기 힘든 소음 문제는 여전
각종 기능만큼 업데이트 자주 해야
2월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파르나스호텔에서 열린 로보락 2025 신제품 발표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시연 중인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
집안일을 획기적으로 줄여서 '삼대 이모님'으로 불리는 세탁건조기,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는 가사 노동자의 취향과 집 안팎의 여건에 무척이나 영향을 많이 받는 가전이다. 획기적 건조 능력만큼이나 옷감도 획기적으로 망가뜨리는 건조기는 자주 쓸 수 있는 옷이 많지 않고, 성질 급한 가사 노동자에게 식기세척기는 값비싼 식기건조대에 불과하다(그릇에 남은 음식물 씻어 기기에 넣고 정리할 시간에 설거지를 직접 하고 만다). 로봇청소기를 쓰려면 쓸 만한 집 안 여건을 갖춰야 한다. 가구가 적고 카펫 따위는 쓰지 않으며 방문마다 문턱이 없어야 한다는 것. 결정적으로 이모님이 필요할 만큼 청소할 만한 공간이 넓고 종종 지저분해야 한다. 로봇청소기의 명성은 저 각자의 집 안 사정을 이겨내고, 청소를 얼마나 완벽하게 해내느냐에 달렸다.
국내 로봇청소기 점유율 1위인 로보락의 신제품 S9 맥스V 울트라(S9 울트라)를 일주일 동안 써봤다. 이전 로청(로봇청소기) 이모님은 진공·물걸레 청소 기본 기능만 갖춘 30만 원대 중국 이모님과 50만 원대 한국 이모님, 물걸레 빨래와 건조 기능까지 갖춘 120만 원대 중국 이모님까지 최근 5년 동안 세 분을 모셔봤다. 가구가 적고 카펫 따윈 쓰지 않으며 방문 턱이 없는 집에 사는 기자가 로봇청소기를 틀고 외출했다 돌아오면 가끔 깨끗이 청소된 집 현관에 빠진 채 허우적거리거나, 충전기 전선과 한데 뒤엉킨 로봇청소기를 발견하곤 했다. '30만 원 기본 이모님'과 '120만 원 이모님'의 차이는 물걸레 빨래와 건조 기능 유무, 약간의 청소 기능 향상, 현관에 빠진 모습을 덜 보는 정도였다.
높이 조절형 센서로 각종 장애물 피해 청소
2월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파르나스호텔에서 열린 로보락 2025 신제품 발표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시연 중인 로보락 S9 맥스V 울트라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
이전 제품들과 비교하면 S9 울트라는 로보락이 내세운 두께 7.98cm의 초슬림 디자인을 체감하기 어려웠고 본체 청소기가 상당히 무거웠다. 걸레를 말리는 데 무려 세 시간이 걸렸다. 다만 무거운 만큼 각종 청소 기능은 이전 기기보다 탁월했고 전선과 문턱, 꺼지는 현관을 알아서 피하는 능력은 볼 때마다 신기했다.
앱 설치가 끝나면 청소 구역, 즉 지도를 생성해야 한다. 집 안 구조와 가구, 장애물의 위치를 파악하는 작업이다. 방 두 개와 거실, 주방 지도를 만드는 데에 10분이 안 걸렸는데 기존의 고정형 레이저거리측정센서(LDS) 대신 리트랙트센스 내비게이션을 써서 센서 높이가 자동 조정돼 청소 구역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방구석에 가면 펼쳐지는 '엑스트라 엣지 걸레'
로보락의 최신 로봇청소기 S9 맥스V 울트라는 방구석에 가면 작은 걸레가 펼쳐져 모서리 부분을 닦는다. 로보락 홈페이지 캡처 |
180만 원에 육박하는 모델답게 진공 청소, 물걸레 청소, 먼지통 비움, 물걸레 세척 및 건조는 물론 기기 내부 청소까지 각종 기능을 합친 올인원 제품이다. 회사는 국내 최고 수준 2만2,000파스칼(Pa)의 흡입력과 물걸레가 초당 4,000회 음파 진동하는 시스템을 갖춰 바닥의 먼지와 오염을 제거한다고 설명했는데 120만 원대 중국 이모님에 비해 탁월하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다. 다만 방구석에 가면 펼쳐지는 '엑스트라 엣지' 사이드 걸레가 방바닥 모서리를 속 시원하게 훑어내는 장면은 시간 날 때마다 박수를 치며 감상했다. 3cm 문턱을 넘는 기능을 살펴보기엔 집에 문턱이 없었고, 머리카락 엉킴 0%를 인증받았다는 브러시 성능을 경험하기에는 사용 기간이 짧았다. 방구석 걸레질을 대충하면 견딜 수 없다거나 방마다 3cm 문턱이 있다거나 털 엉킴을 걱정해야 할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라면 초고가 제품의 기능을 한껏 누릴 수 있을 터다.
각종 복잡한 기능이 있어 나흘째에 청소기와 스마트폰 앱 네트워크를 재연결 해야 했던 경험은 불편한 기억으로 남았다. 앱에 연결된 기기 기록이 삭제돼 청소기에 부착된 QR코드를 재등록해야 해서 집에 도착해서야 청소기를 돌릴 수 있었다. 꾸준히 지적됐던 소음은 이번에도 눈에 띄게 나아지지 않았다. 집 안 모든 창문을 닫아도, 이른 아침이나 저녁에는 쓸 수 없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