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두산과 시즌 개막전에서 4-5로 뒤진 8회 극적인 역전 대타 투런포로 팀을 승리로 이끈 오태곤(34)은 더그아웃에서 물끄러미 그라운드를 쳐다 보다 “팀이 젊어졌다”는 이야기를 했다. 특히 내야가 그랬다. 이날 SSG의 내야는 뭔가 허전하면서도, 뭔가 불안하면서도, 또 뭔가 기대를 걸 수 있는 그런 오묘한 느낌들이 뒤섞여 있었다.
팀의 간판 스타이자, 오랜 기간 랜더스필드의 3루를 지킨 최정이 없었다. 최정은 시범경기 일정 막판 수비 훈련을 하다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개막 로스터에 합류하지 못했다. 다행히 아주 큰 부상은 면했지만 3월 일정에는 들어오기 어렵다. 빨라도 4월 첫째주, 이숭용 SSG 감독은 4월 둘째주를 예상한다. 그러다 보니 3루에 2년 차 선수인 박지환이 들어오고, 또 지난해를 통해 자리를 잡은 선수들이 위치하니 내야가 확 젊어졌다.
이중 팀의 왼쪽 내야가 흥미롭다. 등번호도 나란히 1-2-3이다. 박성한은 원래 등번호 2번을 썼고, 올해 박지환(1번)과 정준재(3번)가 등번호를 바꾸면서 SSG 등번호 1~3번 선수들이 나란히 모여 있는 광경이 연출됐다. 모두 팀에서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자원들이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은 선수들이기도 하다. 최정이 돌아올 때까지, 세 선수가 만들어 나가고 합작할 성과들에 기대가 몰리는 이유다.
박성한이야 이미 리그 최고의 유격수 중 하나다. 2021년 팀의 주전 유격수로 자리잡은 뒤 3할을 두 번이나 쳤다. 여기에 지난해에는 생애 첫 두 자릿수 홈런까지 기록했고, 이제는 수비에서도 경쟁자들에 비해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프리에이전트(FA) 시점이 점차 다가오고 있기는 하지만 임박한 것은 아니고, 만약 팀에 남는다면 앞으로 10년 가까이 팀의 유격수로 내야를 진두지휘할 선수다.
정준재는 지난해 알토란같은 활약으로 올해 개막 주전 2루수 자리를 꿰찼다. 지난해 정식 선수로 전환된 이후 1군 88경기에서 타율 0.307, 출루율 0.371을 기록했다. 타석에서 끈질긴 선수고 커트 능력도 있다. 기본적인 작전 수행 능력에 지난해 16개의 도루를 성공시켰을 정도로 발도 빠르다. 경기 체력도 좋다는 평가다. 재간둥이 스타일로 이숭용 SSG 감독이 올해 주전 2루수로 낙점했다.
잠재력 하나는 박지환이 두 선수에 뒤지지 않는다. 지난해 고졸 신인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타격으로 한때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가을 마무리캠프부터 올해 스프링캠프까지 수비 및 타격에서 강훈련을 소화하며 더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정이 지명타자로 들어갈 때는 3루, 박성한의 휴식 시간이 필요할 때는 유격수, 그리고 타격이 좋으면 우익수로도 투입해 최대한 많은 출전을 시킨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최정이 부상으로 당분간 출전이 어려워 박지환에게 넓은 기회가 생겼다. 이숭용 감독은 “박지환을 믿고 기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물론 최정이 돌아오면 다시 여러 개편이 있을 전망이지만, 세 선수는 청라 시대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현재는 물론 미래도 쥐고 있다. 큰 형님이 돌아올 때까지 그 몫을 잘 나눠 들어 위기를 극복한다면 그 자체로도 한 단계 성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정의 공백은 뼈아프지만, 이 공백에서 뭔가를 확인할 수 있다면 하나의 위안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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